2016. 12. 14. 09:57

오늘 ㅇㄹㄷ 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http://blog.aladin.co.kr/769431145/8975200


이 긴 글 속에서 유독 이 단락이 눈에 띄었는데,




이 단락을 보노라니 자연스럽게, 《곰스크로 가는 기차》 생각이 났다. 이건 내가 일전에 알라딘에 페이퍼를 쓴 적이 있었더랬다.


http://blog.aladin.co.kr/fallen77/4381632




남자가 늘 가고 싶었던 곰스크에 가고자 하지만 결국 가지 못하는 얘기인데, 그에게 마을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해준다.


"나 역시 한때는 멀리 떠나려고 했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중략)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중략)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pp.59-61) 



저 위에 글쓴이는 자신은 사회적 이름을 갖고 싶었고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순간순간의 선택이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놨을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그러다보니 그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그 사람을 선택하고 살았더니 아이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내가 원하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다는 건데, 그렇지만 곰스크의 인용문이 말해주듯이, 그게 바로 글쓴이가 원했던 것일 거다. 순간순간 '더' 원했던 것,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지금의 나로 만들어놨을 거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다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데, 나 역시 아주 많은 것들을 알지 못했다. 조카에 대한 사랑만해도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조카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아이에게 관심 자체가 없었으므로 내가 조카를 사랑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데 나는 조카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모가 되어 있다.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한 적 없었던 모습으로 연애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봐도 생경한 모습이었다. 내가 어떻게 별할지 나조차 알 수가 없으니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고, 또 앞으로의 순간순간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사람이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게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바라는대로의 삶. 내가 바라는 그대로의 삶과 정확히 일치하게 살게 되지는 않지만, 근접하게는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내 힘으로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그렇게 살게는 되는 것 같다, 비록 적게 번다고 해도. 농담처럼 얘기하긴 하지만, 무조건 예쁜 여자랑 연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예쁜 여자랑 연애하게 된다. 똑똑한 남자랑 살고 싶다고 정말 그걸 원한다면, 역시 그렇게 되기도 한다. 물론 그러나 그 후의 삶이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삶인 것은 아니겠지만, 근접해지기는 한다는 거다. 그렇지만 돌이켜봤을 때,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져 있기도 할 것이다.


어? 이거랑 이거? 이거 선택해야지.

어? 이거랑 이거? 이거 선택해야지.


이렇게 선택하다가 지금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내가 오래전에 꿈꾸던, 생각했던 나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삶이 잘못되거나, 틀리거나, 후회되는 삶은 아닐 것이다. 순간순간 '내'가 선택한 대로 여기에 이르게 된 것일테니.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길 좋아한다. 앞으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하고. 과거에 대해 추억하는 것도 즐겁지만, 앞으로 이렇게 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즐겁다. 물론 앞으로 내가 살고자 하는 모습이 지금과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싶다. 별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 미래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아,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지! 이렇게 아침부터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에는 뉴스를 볼 때마다 너무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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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