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 해당되는 글 425건

  1. 2015.03.16 정체가 뭐냣 10
  2. 2015.03.13 힝 ㅠㅠ 4
  3. 2015.03.11 행복하다 2
  4. 2015.03.06 잠든 아가 2
  5. 2015.03.04 리즈시절 ㅋㅋㅋㅋㅋ 2
  6. 2015.03.02 주말 2 7
  7. 2015.03.01 주말 2
  8. 2015.02.23 검사결과 14
  9. 2015.02.23 갈 길이 멀다. 6
  10. 2015.02.20 쌍커풀 外 4
2015. 3. 16. 11:25

비서들의 점심시간은 교대로 이루어진다. 한 명이 열두 시에 나가고 한 명이 한 시에 나가는 것. 기존에 있던 직원과는 하루하루 번갈아서 오늘은 네가 열두 시 내가 한 시, 내일은 내가 열두 시 네가 한 시, 하는 식으로 했었는데,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고 나서는 그 직원을 무조건 열두 시에 나가게 했다. 열두 시 팀이 다른 부서 직원들과 우르르 같이 가기 때문인데, 새로운 직원이 딱히 다른 친한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직원들과 친해져야 할 것 같아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막내가 돌아오면 내가 다른부서의 e 양과 함께 식사를 2차로 나간다.


보쓰는 항상 열두시 반에 식사를 가고, 한시 무렵이면 식사를 끝내고 돌아온다. 멀리 따로 약속이 있는거면 그렇지 않은데, 늘상 임원들과 주변에서 식사를 하곤 해서, 겁나 빨리 먹고 들어오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밥 빨리 먹는 사람이 정말 싫다. 끔찍하게 싫다. 여튼, 그런데 얼마전에 한 번은, 도대체 어디서 뭘 먹은건지, 한 시도 안되서 들어온 거다. 헐. 열두시 반에 나갔는데 한 시도 안되서 들어오다니...너무한거 아닌가? 그런참에 막내는 아직 들어오기 전이라, 보쓰가 나갈때도 들어올 때도 내가 있었던 거다. 그리고 보쓰가 양치를 하러 간 사이 막내가 돌아왔다. 새로 오픈한 식당에 갔더니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서 늦었다고 했다. 그나마 나 배고플까봐 먼저 온 거라고. 그래서 괜찮다고 하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보쓰가 양치를 마치고 들어와서는 막내에게 뭐라고 하는 거다. 


너 앞으로 열두시 사십분까지 사무실 들어와. 다음 사람 배고프게 뭐하는 거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지.



헐. 이게 뭐야. 어쩔. 그래서 나는 일단 막내에게 나는 네가 나를 신경써서 들어온다는 거 안다, 그러니 걱정말아라, 저 분이 오늘 너무 일찍 오셔가지고 나도 당황했다. 안그래도 된다, 라고 말을 해놓고 밥을 먹으러 갔다. 그래도 계속 불편한 거라. 하는수없이 밥을 먹고 들어와 양치를 하고는 보쓰에게 보고할 게 있어 들어간 참에 말을 했다.


**씨 늘상 제 생각해서 빨리 들어오려고 노력하고요, 오늘은 음식점에서 음식이 늦게 나와서 그런 겁니다.



라고. 배려 하는 사람인데 배려하지 않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게 너무 싫어서, 가급적 보쓰에게 업무 보고 외에 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한 거다. 그러자 보쓰는 내 말을 들은건지 안들은건지, 앞으로 열두시 사십분까지 들어오게 하라고, 좀 일찍 나가서라도. 라는 거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들어왔는데 너 (안나가고) 보는 거 내가 불편해.


라고. 으응? 이건...뭐지? 지금...나 배고플까봐 이래? 혹시..보쓰는...츤데레???????????????????



암튼 이 일 때문에 나는 다른 부서로 가 점심 시간 십분만 앞당겨 달라 전무님께 요청했다. 막내가 좀 일찍 나가야겠다고. 그리고 이러한 일이 있었노라고. 그러자 전무님이 말씀하셨다. 니네 회장님은 너 되게 신경쓴다고. 음...




오늘. 주말동안 목소리가 바뀌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안그래도 아침에 보쓰한테 인사를 한 후 보고할 게 있어 들어가니 너 감기 걸렸냐? 하시는 거다. 나는 이게 감기인지 뭔지 몰라 그냥 뭐 네, 라고 했는데. 너 왜이렇게 감기가 걸려! 이러고 버럭하는 거다. 아니..내가 최근 몇년간 감기가 안걸리고, 회사에 감기 돌 때도 혼자 안걸리고 막 그랬었는데, 왜 나한테 이러남? 여튼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나오려는데, 나가는 나를 부르더니 



하루에 열다섯번씩 손을 닦아. 감기는 다 손으로 전염 돼. 손을 깨끗이 닦아.



하는 게 아닌가. 읭? 이거슨..........츤데레??? 그러다 나와서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니, 음, 자기한테 감기가 옮을까봐 저러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내 목소리가 아주 진짜 병맛 개섹시라(읭?) 듣기 힘들어서 그런가 싶다가..설마..나를 아끼는 마음에 저러나 싶은 것이..그의 정체는 츤데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나를 아끼는 거면 심히 미안하게 됐는데, 나는 당신을 아끼지 않소. 미안. 내가 안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도 참 부담인데. 라고, 사실은 감기 옮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노인네에 대해서 하염없는 착각을 하고 앉았는 것이다.



병원에 갔더니 과로한 것 같다며, 감기인가요? 물으니, 기관지염이죠, 란다. 제기랄. 기관지염이라니. 어떻게 나한테 이런 게? 아침에 가래도 나와서 헐, 이런 일이..하며 엄마, 나는 담배도 안피는데 가래가 나왔어? 하니까 엄마가 말했다.


담배를 피나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보쓰가 줄기차게 재채기를 하고 있어서, 씨발, 이제 진짜 내 탓하겠군,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츤데레는 개뿔. 감기 옮을까봐 그런건데 감기 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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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3. 13. 20:06

북플은 뭔가 좋으면서 싫은데, 여튼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 공개성 때문에 멀리하다가, 아아 시류를 따라야하나 하며 어제 오늘에 걸쳐 친구신청한 분들을 모두 수락했다. 나따위, 이게 뭐라고 안하고 버텨, ㄹㅈ님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데, 하고. 그리고 좀전에 들어가보니 이런 비밀댓글이 달렸다.



요즘 뭔가 북플 때문인지 서재가 썰렁해진듯 했는데, 그래서 글쓰기에 좀 의기소침해졌는데, 이렇게 모르는 분이 꾸준히 봐주신다는 생각을 하니.. 흑흑

무엇보다 나는 나 좋자고 글을 쓰는데 그런 내 글을 읽으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단 사실에 무척 행복해진다. 흑흑 ㅠㅠ

보람이 막 느껴져 ㅜㅜㅜ
나 좀 짱인듯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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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3. 11. 20:44

오늘의 술상. 고기랑 와인.
양재에서 역삼까지 걸었고, 걷는 내내 통화를 했다. B로부터 뜻하지 않게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았는데 집에 오니 고기가 똭- 그래서 와인을 땄다. 으흐흐흐.

측근님,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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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3. 6. 16:29

잠든 아가들은 너무 예쁘다. 이번 주부터 얼집 다니는 둘째 조카. 얼집에서 자는 걸 얼집 티쳐가 사진 찍어 보내준 모양.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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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3. 4. 09:19

​어제 화장대에 붙여둔 내 아기시절 사진을 보고 울엄마가 '너 지금 화니랑 똑같다' 라고 하셨는데, 들여다보니 그런것도 같고 .. ㅎㅎ 오늘 사무실에 도착해서 서랍을 열었는데 입사 초기부터 거기 처박아둔 아주 오래된 다이어리가 있었다. 거기에는 내 어린시절의 사진들이 몇 장 있었고, 아, 내가 이런 적이 있었지, 하며 들여다보았다.


​위의 빨간 원피스는 여동생과 함께.

​위의 분홍 원피스도 여동생과 함께.

​이 한복 입은 짱구는 남동생. 이때만 해도 남동생이 찐따 같았는데 지금은 남동생이 훈남 내가 찐따.....



이건 초등학교때인것 같은데..몇 살때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밑에 애들중 내 남동생과 친구 동생 둘 빼고 나머지 둘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애들인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울엄마는 지금도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말한다. 어릴때부터 하도 남자애들이 집앞까지 따라다니고 그래서 쟤가 겁나 일찍 시집갈줄 알았는데 마흔이 다되서도 저러고 있을줄 몰랐다고.


왜?

내가 지금 뭐?

왜?

뭐 어쨌다고?

나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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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3. 2. 14:37

- 가끔 알라딘과 네이버에 내 책을 검색해본다. 검색하는 의도는 내 책을 읽고 쓴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읽고자 함인데,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유명작가의 책도 아닌 터라 사실 업데이트 되는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검색할때마다 하나씩 뭔가 다른 글들이 눈에 띄기는 한다. 폭발적으로 읽는 책은 아니어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읽고 있다고나 할까..여튼 나는 많이 읽히는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읽은 사람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궁금해서 검색해본다. 나는 블로그의 글들을 책으로 옮겼을 때 독자에게 식상함을 주고 실망감을 주는 게 싫어서, 내가 그런 책을 너무 싫어하고 욕하기 때문에, 혹여라도 누가 그런 느낌을 받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다행히도 올라오는 글들이 다 좋은 평들이다. 정말 다행이다. 어떤 감상들은 극찬을 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이런 글은 블로그에나 써라'라는 감상을 아직까지 보질 못해 다행이다 싶다. 글을 못쓴다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걸 블로그에나 써라'라는 반응을 보면 뭔가 좀 휘청일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아직까지는 그런 감상이 없고, 올라오는 평들이 나쁘지 않아서 볼때마다 다행이다 싶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의 감상은 늘 궁금하다.

내가 간혹 내 책에 대한 감상을 네이버에서 검색한다고 했더니 정식이가 한 번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김훈도 자기 책에 대한 감상 검색할까요?


그러자 아, 내가 얼마나 아마추어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김훈이, 공지영이, 신경숙이 그런 걸 검색할 리 없잖아... 나도 조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조낸 유명작가가 되면 네이버 검색창에 내 책 넣고 검색하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될까?


여튼, 알라딘에서는 아무래도 나랑 친분이 있거나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감상들이기 때문에 나는 네이버 검색을 더 선호한다. 아예 나를 모르는 채로 내 책을 만나는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해서. 그래도 알라딘의 이 페이퍼는 좋았다. 

☞ ​http://blog.aladin.co.kr/721010125/7185071


히히히히히.


- 지난 주말은 오랜만에 스케쥴 없는 주말이어서 좋았는데, 그래도 뭔가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일요일도 마찬가지. 일자산에 오르다가 아, 나 설 지나고나서부터 원고 .. 쓰기로 했지.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여름 전에 책 나오도록 하자, 라고 쇼부를 치고 '내가 원고 다 다시 손봐서 보완할게요' 라고 했는데...그게 일요일 오후에 생각나더라. 음... 작업 좀 해야겠는걸? 

다이어리 보니 이번주 금요일엔 심규선 콘서트를 가고 다음주 토요일엔 약속이 있다. 그러면 이번주 주말이 고요한 주말이 될텐데...뭔가, 그 있어보이는 작가들 처럼, 호텔 룸 하나 잡고 나도 글쓰러 콕 들어갈까,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봤자 낮엔 낮잠 자고 저녁에 조금 보다가 밤에는 혼자 홀짝홀짝 술마시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네? 뭐 어때? 홀짝홀짝 술마시면. 내 맘이지. 뭔가..갈까..어쩔까..나 가나? 돈지랄인것 같은데 왜 돈지랄을 하고 싶냐, 나... 지금 해봤자 돈지랄은 못하고 신용지랄 해야할텐데... 아 뭔가 호텔방 잡고 들어가서 원고 쓰는 후까시 잡고 싶다...아 뽀대나... 멋져... 



- 금요일 밤, 조낸 피곤해서 일찍 자려다가, 그래도 불금인데 싶어서 와인 한잔 따라두고 못읽은 책 펼쳐두었다. 안주는 간단하게,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싶어서 육포랑 건망고, 파프리카, 치즈 등을 준비해 두었는데, 으윽- 괌에서 사온 육포는 맛이 없더라. 일전에 턴님에게 받은 육포에 비하면 이건 뭐 .. ㅠㅠ 딱딱하고 짜 ㅠㅠ 에비... (측근님, 제 사진은 이것.)



예정보다 일찍 들어온 남동생은 내 방문을 노크하고 뭐하냐, 묻더니 내 안주들을 본다. 그리고는 말했다. 

야..칼로리 덩어리구나 칼로리 덩어리야.

으응? 완전 심플초간단 안주인데? 이거..칼로리 덩어리야? 그러자 남동생이 손으로 치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어쩔거냐 이거.. 으응? 치즈 두장인데? 밸큐브 두개인데? 

여튼 '나는 맥주 마실거다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서' 라고 말하길래 응, 하고 잽싸게 책은 버려두고 안주와 와인 들고 거실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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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3. 1. 19:39

 

 

- 금요일부터 미친듯이 졸렸다. 아, 또 이렇게 졸린 때가 왔구나 했는데 어제는 진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꼼짝도 하기 싫고 따뜻한 데 누워있고만 싶은 거다. 저녁에 가족들 모두와 함께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엄마가 암이 아니라는 축하 파티-, 그러면 이것저것 먹을 터, 조금이라도 운동해야 하지 않나 싶어 굳이 일자산엘 갔다. 그렇지만 가면서도 너무 가기 싫었어. 정말 추웠고, 몸에 닿는 모든 것들이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갔다와서 아픈 거 아니야? 라는 생각도 들어 계속 가지말까, 하다가 안가면 내내 불안할 것 같으니 갔다오자, 하고 억지로 억지로 갔다왔다.

집에 돌아와 씻고 책을 좀 읽으려고 했는데 아아, 도무지 버틸 수가 없어 잠을 자버렸다. 깰 수가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졌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내처 자고 싶은 육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굳이 일어났다.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계속잘순 없잖아. 엄마는 소주잔을 부딪치더니 그러면 계속 자지 왜 일어났냐고 했다. 파티를 놓칠 수가 없어... 아, 진짜 하루종일 잠과 싸운 하루였다. 그나마 오늘은 좀 낫더라. 아, 생리전에 내 호르몬의 변화를 내 육체는 진짜 민감하게 캐치하는구나. 호르몬 앞에 굴복하는 나..

 

- 평일에는 B 와 자기전에 통화를 하지만, 주말에는 오전에도 통화를 하게 된다. 그에 비해 나는 늦게 일어나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나는 잠에서 막 깼다가 혹은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깨면서 전화를 받게 되곤 한다. 자기 전에 통화하는 것도 좋지만, 주말 오전 통화는 되게 좋은데, 이건 뭐랄까, 음, 되게 여유롭게 느껴지는 거다. 간질간질 하기도 하고. 이래서 주말이 좋다니까, 하는 생각 때문에 가슴속이 꽉 채워지는 기분도 든다. 어제도 오전에 통화를 하고 끊고나서는, 육체의 컨디션이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아, 이거, 주말 오전 통화, 진짜 좋아, 하고 혼자 생각했다.

내일부터 나는 내 일들로 또 그는 그의 일들로 바쁘겠지만, 기다리면 어김없이 주말은 또 오니까, 그런 기대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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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23. 14:14

엄마는 암 보험을 들어놨다고 했고, 보험금 받을 금액이 실제 수술 비용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그래서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아빠가 실직한지 반년이 지난 마당에 그렇게라도 돈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듣고 나 역시 오, 그거 좋은데? 했다. 이거 어쩐지 속물같지만, 사람 아픈걸로 돈 벌려고 하는거 그게 결코 옳은 게 아니지만, 어떤 마음인지 알겠는데? 하면서.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얘기한 거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자, 이러면서 엄마랑 나는 깔깔대고 웃었었다. 그러니 암이 아니면 좋지만, 암이어도 괜찮다는. 수술도 간단하고 사흘정도면 퇴근한다하니, 뭐 암이어도 크게 걱정할 건 아니고 보험비 받아 생활하자, 이런 마인드로 우리는 어떤 결과에든 낙담하지 않기로 했던 거다. 크- 그래도 암인데 우리가 이러는 건 너무하지, 했다가 보험금액을 현실화 시켜보면 수술해도 괜찮지 뭐, 했던 거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담담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전 10:57

나는 외근중이었고 택시 안이었다.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 이 전화는 분명 검사 결과 전화겠구나. 여보세요, 받았다. 아빠 목소리가 딱히 좋은 것 같질 않아 불안불안한 마당에


암이래


라고 해서 나는 "암이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아빠는


아니, 암이 아니래.


라고 한거다. '아니래'를 '암이래'로 들었던 것.


암이 아니라고? 암 아니래? 그럼 뭐래?


라고 되물으니 암이 아니고 혹이며, 그게 커지는지 안커지는지만 확인하면 되는거라 6개월뒤 다시 검사하러 오라고 했다는 거다. 약 먹을 필요도 없고 걱정할 게 없는 거라고. 순간 택시 안에서 울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울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나는 암이면 수술하고 보험료 받지, 라고 생각했었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걸까. 암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흑흑 거린거다. 택시 안에서.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 남동생에게 전화해 이 소식을 알렸고, 마침 엄마에게 전화온다며 남동생은 내 전화를 끊었다. 이내 다시 전화해서는 그런데 왜 울먹였냐, 고 묻는거다. 그래서 몰라 암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데 막 눈물이 나잖아, 했다. 아..쓰면서도 또 눈물나네 ㅠㅠ 회산데 ㅠㅠ


남동생과 통화를 끊고 다시 아빠한테 전화했다.


아빠 옆에서 같이 들었어? 확실해? 다른 병원가서 다시 검사해봐야 하고 이런거 아냐? 


아빠는 아니라고, 안심해도 된다고, 아빠도 옆에서 같이 들었다고 했다. 자꾸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은행에 들어가 업무를 보던중, B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결과 좋기를 기도한다는 메세지였다. 얼른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문자메세지로 알리고 싶진 않았다. 은행 업무가 끝나기만을 기다려 전화를 할 생각인데, 오늘따라 은행 직원이 자꾸 말을 걸고 농담을 한다. 하아- 내가 웃는게 웃는 게 아니야. 나 빨리 은행에서 나가고 싶어, 업무 처리나 빨리 해줘!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 농담에 또다른 농담으로 대꾸해주었다. 


업무가 끝나고 나오자마자 B 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점심시간 전에 같이 먹는 직원에게 


언니가 커피 사줄게 텀블러 들고 가자


했다. 평소에는 언니라는 말 하지도 않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식당으로 가면서 언니 오늘 좋은일 있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양도 언니란 말에 웃으며 뭔데요? 물었고, 우리 엄마 암 아니래, 했다. 그러자 e 양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고생했다고.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데 뭔가 내가 많이 먹는 느낌이 들어 얼른 생리어플을 틀어보았다. 생리가 9일 후였다. 오, 앞으로 신경 좀 쓰자고 생각했다. 갈 길이 머니까. 막 먹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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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23. 09:42

- m 과 a 를 만나 얘기를 나누면 우리는 마치 누가누가 더 찌질한가 내기라도 하는듯 짜증나고 속상한 일을 얘기하기에 바쁘다. 간혹 우리중 누군가는 눈물을 그렁그렁하고 또 우리중 누군가는 눈물을 질질 흘리기도 할만큼, 우리는 우리를 힘들게 한 일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누가누가 찌질한가, 경쟁하는 것 같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만남후 일요일이 되었을 때, 웃었던 기억밖에 나질 않았다. 우린 평소처럼 그런 찌질한 이야기들을 나눴던 것 같은데, 왜 웃었는지도 모를 것에 대해 웃었다는 잔상이 남아 있었다. 찌질한 이야기만 실컷 늘어놓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나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 아, 한번은 이 얘기에 빵터진 것 같다. 내가 한 말에 대해서.


나는 플라토닉 러브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


라고 했지. 그러자 m이 읭? 했던가. 이 얘기에 모두가 웃었던 것 같다. 왜웃죠? 네? 어째서 웃죠? 네?



- 그간 나는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소심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연애를 하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서 알게 되는만큼, 최근의 연애에서 나는 나의 소심함을 자꾸 발견하게 된다. 이 소심함은 내가 좋아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 관계에 큰 행복을 느끼고 또 기쁨을 느끼면서도 일순간 쪼그라들게 된다. 


처음에는 더 심했다. 혹여나 말 실수를 하게 되지 않을까, 혹여나 뭔가 기분 나쁘게 하지 않을까, 무언가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러움이 가득차, 내 안에는 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가 보이는 게 아니라 나만 보였다. '그를 좋아하는 나'만 인식하고, '잘보여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달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가 하는 얘기들이 귀에 들어왔다. 정보로서의 그에 대한 것들이 아니라, 그가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기분과 마음 같은 것들이. 그것들이 처음엔 내게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좋다는 말조차도 내게는 닿지 못해, 계속해서 나는 '내가 좋아해'에 휩싸여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나를 처절하게 약자로 만들고 소심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의 표현을 빌자면 '최선을 다했'고 나는 이제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상대가 말을 들어주지 않을때, 상대가 내 마음을 모른척 하거나 몰라줄 때 나오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젠 한다. 그러므로 좋은 관계에서는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공식이 성립할수 없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 좋은 관계에서는 '약자'라는 느낌을 받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소심하다.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고, 이제는 약자의 포지션에 처박혀 있지도 않으며, 이제는 그가 보이고 그가 하는 말이 들리는데, 그가 나를 향해 얘기하는 그의 생각들과 마음들이 이제는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소심함이 저기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것 같고, 나는 나의 이 소심함이 좀 마음에 들질 않는다.


지난주말에는 그가 친구들을 만나 내 얘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나는 이렇게나 많이 친구들에게 그의 얘기를 하면서, 한번도 그가 내 얘기를 친구들에게 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랑스러우며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체 이 소심함은 뭘까. 연애중이냐 물으면 고민 없이 그렇다 하겠지만,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역시나 그렇다 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 물으면 또 역시 그렇다 하겠지만, 남자친구냐 라는 물음에는 어쩐지 답을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차마 내가 내 입으로 그는 나의 남자친구다, 라는 말을 하는 것도 어색해, 두어번쯤 시도해보다 포기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내게는 꽤 힘든 일이듯이, 누군가의 포지션을 정하고 말하는 것도 내게는 꽤 힘든 일이구나, 생각한다. 그런걸 내가 막 혼자서 해도 되나, 싶어지는 거다. 어쩌면 내게는 확신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어지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터에 방금전, 오늘자 w의 일기를 읽으니 가슴이 좀 싸-해졌다.



- 보쓰의 카드청구서 보고는 내가 들어간다. 간혹 청구서상에 큰 금액이 있으면 그 내용이 무언지 확인해놓고 혹여라도 보쓰가 이 큰 금액이 무어냐, 물으면 대응해야 한다. (자기가 쓴건데 그렇고, 자기 자식들이 쓴건데 나한테 확인하는 거다). 그러므로 나는 큰 금액에 대해서 자녀들에게 묻곤 하는데, 이번에는 11,000,000 원을 넘어가는 큰 건이 하나 있더라. 그래서 이건 뭐니, 라고 물었다. 그러자 둘째 자녀의 시계를 산 거라 했다. 세상이 엉망진창인건 뉴스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내 주변도 엉망진창이다. 누군가는 취업이 안되 마음 졸이고 누군가는 천만원 이상의 시계를 아빠 카드로 산다. 나는 우리 삼남매가 몇년간 돈을 모아 간신히 괌을 다녀왔는데, 우리 식구가 괌에가서 쓴 돈의 세배가 넘는 금액에 이르는 시계를 누군가는 그냥 산다. 이런거, 좀 이상한 거 아닌가.



- 삼주전이었나 이주전이었나, 출판사 대표님과 실장님을 만났다. 두번째 책을 여름 전에 내자는 얘기를 했고, 나는 이미 원고를 다 넘긴 상황이지만 새로 작성해 주겠다 말했다. 그중에 마음에 안드는 원고가 있고, 어차피 시간 있으니 좀 더 양질의 책이 되도록 해보겠다고 말한 것. 이미 내가 넘긴 원고를 대표님이 다 확인한 상황. 알겠다는 답을 들었고, 그렇게 우리는 여름전 으로 막연하게나마 쇼부를 친 상태다. 


이 출판사는 좋은 책을 내자고 생각하고 있으며, 헐값으로 책을 팔겠다는 생각도 결코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책에 이벤트를 걸지도 않을 것이며, 십프로 이상되는 할인률을 정하지도 않겠다고. 한꺼번에 많이 팔리는 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눈 밝은 독자들은 계속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여태 잘해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 모든 것에 동의하긴 하지만, 그래서 이 출판사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 책에 대한 마인드에 동의하지만,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던 것. 대표님은 내게 몇 번이나 미안하다 하셨다. 락방님 책도 더 큰 출판사에서 더 크게 마케팅 했다면 더 잘 팔렸을 텐데요, 라면서. 더 잘팔리는 책이 되었다면 물론 좋았을 것이고, 그러므로 몇 번은 마케팅에 더 힘을 좀 쓰지, 하는 원망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렇게 뚝심있게 나가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의 만남에서 나는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건 그냥 생각해본건데요, 하면서. 내가 생각한 책이 어떤 것인지 곰곰 듣고 있던 대표님과 실장님은,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별로인 것 같아, 이게 이 출판사와 맞지 않으면 저는 원고만 보여드리고 다른 데를 찔러 볼게요, 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난 뒤에는 여기서 하자, 고 한것. 물론 머릿속 구상이라 실제 내가 그 원고를 쓰게 될지 안쓰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여튼 지금 생각으로는 머릿속에 새로운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출판사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 오늘, 엄마의 조직검사 결과를 듣게 될 것이고, 결과가 무엇이냐에 따라 수술 스케쥴 같은 것도 잡게 될 것이다. 간단한 암수술이라니, 뭐 이래저리 생각이 많은데, 역시 '암이 아닌 쪽'이 좋겠다. 암이라고 해도 수술은 잘 될것이고. 그 후에는 이제 차츰차츰 주말마다 원고를 쓰는 일에 조금씩 시간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근무시간에 페이퍼 쓰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기분을 주는 터라, 확실히 '일'이라는 느낌을 준단 말이지. 



- 그게 뭐든, 갈 길이 아주 멀다는 생각이 든다. 갈 길이 멀다.

멀지만, 별 수 없다.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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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20. 18:19

- 며칠전에 w 님의 블로그 글을 보고  K 생각이 났다. w 님이 남친과 오뎅집을 갔는데 오뎅집 사장님이 남친에게 '총각은 참 운이 좋다'고 말했단다. '아가씨를 5년간 봐왔는데 사람이 참 좋았다'고. w 님의 이 일기를 읽고나니 내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자동적으로 떠오른 거다.

 

K는 내가 아주 오래전에 좋아했던 사람인데, 한창 친하게 지냈더랬다. 나는 K 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었지만 K 는 나를 친구로 아끼고 있었고, 나는 이게 싫지 않았다. 여튼 우리는 어떤 일을 계기로 급속하게 친해지게 되서 허구헌날 새벽에 통화하고 자주 만나 술을 마시곤 했는데, 한번은 대학로에 있는 K 의 집근처에서 술을 마시기로 해서 내가 그리로 갔다. 당시 K 의 집은 3층이었고, 1층이 호프집이었다. 그러니 그 호프집은 K 의 단골집이 되었는데, 나랑 K 는 그날 그 호프집에서 술을 마셨던 것. 술을 다 마시고 계산을 하기 위해 K 와 나란히 섰는데, 그때 그 호프집의 사장님이 K 에게 말했다. 어휴, 아가씨가 참 예쁘네. 미인이야. 라고. 움화화화화화화화핫. 그때 K 가 어떤 반응을 보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나중에 '총각도 잘생기고' 라고 말했던 걸로 보아 그 칭찬의 진정성은 떨어지는 듯............................

 

암튼 그 후에 2차를 가기로 하고 나왔는데 K 는 내게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바로 위에 자신의 집이 있으니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가자고. 그래서 나는 별 거리낌없이 그러자고 했다. 뭐 우리가 당시 썸을 타던 사이도 아니고, 그가 나를 여자로 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간 알아온 시간도 있고 하니 사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가 나를 어떻게 해볼 의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마트로 가 술과 안주 몇 가지를 사고 그의 집엘 갔다. 날은 겨울이었고, 나는 코트를 빨래대에 벗어두었다. 벗자마자 그와 나는 부둥켜 안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는 개가 싸놓은 똥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가 집을 비운 동안 개가 똥을 싸놔가지고....개똥을 다 치운 후 그는 내 코트를 정리했다. 나는 그가 내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 정리하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나는 엉망진창으로 벗어두는데... 하면서. 그러다 개에게 육포를 주던 내게 그는 지청구를 늘어놓았다. 개 입맛 고급으로 들이지 말라며....니가 육포 주고 쟤가 육포 먹기 시작하면 앞으로 육포만 찾는다고 주지말고 너나 먹으라고... 여튼 그래서 본격적으로 앉으라 해 식탁에 앉고 맥주를 마시는데, 그때 그가 그랬다.

 

내가 집으로 오자고 해서 니가 혹시라도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나는 너를 어떻게 해보려고 집에 오자고 한 게 아니야.

 

그래서 나는 안다고 했다. 그런 생각 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면 내가 왜 왔겠냐고.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이러는게 아닌가.

 

 

물론, 나도 남자라서 너 보면 가끔 불끈불끈해. 그렇지만 널 어떻게 하진 않을거야.

 

읭? 이게 뭐라?????????????? 지금 뭐라는 거임????????????????? 나는 잠시동안 말을 잃었던 것 같다. 뭔가 전혀 새로운 말을 들었달까. 너..나를 그렇게 대한 적 한번도 없었잖아? 여튼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날 술 잘마시고 아무일 없이 집에 돌아갔다. 그날 얌전히 돌아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뭔가 달라져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 뭐, 그 뒤로도 K 와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w님의 오뎅집 사건을 읽고 나니 어느덧 여기까지 추억을 되새겼구나.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 그날 호프집에서 k 는 내게 향수냄새가 좋다고 말했다. 묵직한 향이라며, 이 묵직함이 무척 좋다고. 그때 내가 당시에 뜨레졸을 뿌렸었던가, 샤넬을 뿌렸었던가 생각나지 않는데. 여튼 이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퇴근후여서 향수냄새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냄새가 난다고 했다. 좋은 향수구나. ㅋㅋㅋㅋㅋ 보통 내 육체는 향수냄새를 겁나 빨리 먹어치워가지고 아무도 내가 향수 뿌렸다는 사실을 모르는데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나는 매일매일 향수를 뿌리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몰라 아무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샤넬no5 를 두병째 다썼다. 그것도 두병 다 100ml 였다. 왼쪽과 오른쪽에 남은 향수는 모두 선물받은 것인데, 향이 다 좋긴 하지만 내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터라, 이번 괌 여행중 면세점에서 향수 하나 사자고 마음 먹었었는데, 결국은 사질 않았다. 그냥 있던거 다 쓰고 사야겠다. 저 병은 이제 버러야지. 다 쓴 병. 이제 다른 향수 사야지. 내 향수는 내가 사는 게 진리인듯.

 

 

 

- 어제 내 방 침대에 여동생이 누워 둘째를 안고 옆에 첫째를 눕게 했다. 첫째 조카는 나를 보더니 이모도 옆에 누워, 한다. 그래서 옆에 누웠다. 첫째가 좋아했다. 그리고 여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조금 했는데, 여동생은 그런 말을 했다. 결국 언니 결혼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하고 하는게 편한 것 같어, 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라고. 내가 여태 그런 연애를 했었는데, 그거 되게 편안하고 안정적이지만 딱히 행복하질 않아, 라고. 여동생은 그러냐고 되물었고 그래서 나는 계속 말했다. 응, 나는 내가 좋아해야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 게 행복해. 물론, 그건 그렇게 편안하진 않지만. 그러자 여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뭐가 됐든 장단점이 있구나, 했다.

 

 

- 그리고 기억에 관한 것. 어젯밤, 제부와 남동생과 나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러 나갔다. 삼겹살과 소주를 앞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데, 남동생이 그러는 거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아주 잘한다고. 자신의 차번호, 전화번호 등등 모든걸 다 잘외우는데 자기는 그렇지 못하다고. 그래서 혹여라도 자신이 틀리게 대답하면 여자친구가 화를 낸다는 거다. 최근에 생일날짜를 헷갈려 잘못 말해 여자친구가 화를 냈다길래, 내가 그랬다. 그런거 틀리지마, 라고. 존나 서운해, 라고. 그러자 옆에서 제부는 남동생을 거들었다. 자기도 기억을 진짜 못하겠는데 여자들의 기억력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고. 확실히 남자들의 기억력은 여자들의 기억력만큼 디테일하진 않은 것 같다. 또한 기억하는 분야가 다르기도 하고. 그와 내가 똑같이 같은 걸 기억할 순 없는 거다.

 

 

 

- 남동생과 나는 한쪽눈에만 쌍커풀이 있다. 아니, 남동생에 대해서라면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남동생의 나머지 눈에도 쌍커풀이 생겨, 이제는 양쪽 눈이 다 쌍커풀이 있는데, 우리는 항상 사진이 잘 안나오는 이유가 이 '한쪽눈에만 상커풀이 있는' 눈 때문이라 여겼던 바, 나는 남동생에게 '야 이제 양쪽 다 생겨서 사진 잘나오냐?' 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동생은 '아니, 병신 같아.' 라고 말했다.

 

야, 양쪽 다 생겼는데 병신이면 그전에는 뭐였어?

 

라고 묻자 남동생이 답했다.

 

상병신이었지.

 

하아- 나는 나머지 한쪽 눈에 쌍커풀이 생기면 모든게 다 바로잡힐 거라고 생각했는데(응?) 그래봤자 상병신에서 병신으로 승격되는 게 전부란 말인가. 정녕 희망은 없는 것인가...

 

 

 

- 술이나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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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