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상대에게 '아, 이 사람 지금 내가 필요하구나' 혹은 '아 이 사람 지금 내가 옆에 있어야 겠구나', '이 사람 얘기 들어줘야겠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바로 어제, 미숙이가 나에게 그런 걸 느꼈는가 보다. '너 오늘 나 만나자' 라고 해서 내가 응, 하고는 엄마와의 만남을 취소하고 미숙이를 만나러 갔다. 마침 미숙이가 절실하던 참이었다. 나는 내게 자신이 필요함을 느꼈던 미숙이를, 미숙이와의 어제 만남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마워하는 내게 미숙이는 '네가 잘해서 그래' 라고 얘기해주어서, 또 너무 고마웠다. 잊지 말아야겠다. 그래서 기록은 필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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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만 남겨두면 끝간 데 없이 비참해진다. 온갖 것들을 그러모아 정신을 바싹 차려야한다. 아, 해나 프라이! 거기에 내가 기댈 수 있는 문장이 있었어!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의 리뷰를 뒤져보니 내가 잡을 수 있는 문장은 밑줄 긋기를 하지 않고 리뷰에 잠깐 지나가듯 언급만 했더라. 아 어쩐담. 지금 다른 문장은 생각나지 않고 이 책은 팔아버렸는데. 하는 수 없다. 기억나는 그 문장의 뉘앙스를 잡으려 해보다가 안되면 머릿속을 뒤져 잡을만한 문장을 찾아보고, 그도 안되면 마지막 보루는 의지다.
오늘 출판사에서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 전자책 출판 어떻겠냐고 해서 너무 좋아서 오케이 했는데, 인세도 들어올 거니까, 막 좋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출판사가, 크레마 사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주에 만나자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예! 크레마 살까 말까 고민하다 자꾸 미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출판사가 사준다니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기분 진짜 메롱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잘 살아오긴 잘 살아온 모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으로 빠질라고 하면 누가 이렇게 건져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진짜 너무 잘나가는 것 같아. 어떡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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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이렇게 오래 직장을 다니면서 갖게 된 타이틀이 좋다. 어떤 면에서는 즐기고 있다. 나랑 또래의 남자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것, 나보다 덩치 큰 남자들이 직급상 내 밑이라서 나를 마주치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는 거, 이런거는 내가 그간 직장을 다니면서 쌓아올린 경험, 직위 탓이다. 같은 직급이나 더 낮은 직급의 남자들에게 얘기할 때 그들이 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이게 다 권력의 힘이구나, 싶으니 아아, 나는 권력을 사랑하는구나, 나는 권력이 너무 좋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란 인간, 이렇게나 권력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니.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권력을 줘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런 한편, 이 직급이, 이 생활이 너무나 지겹다. 지친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관두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것처럼, 그냥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위에서 하는 말 잘 들으면서 상대해주고, 밑에 사람들 일 시켜놓고 봐야 되고...이런 거, 다 싫다... 싶어지는 거다. 오전에도 밑에 직원한테 일을 몇 개 지시하고, 위에 상사한테 뭔가 요구를 하면서, 아, 그만두고 싶다...생각했다. 지쳐.....
며칠전에 e 와 술을 마시면서, 날도 추운데 따뜻한 나라로 여행갈래? 하고는 충동적으로 베트남 여행표를 검색했더랬다. 쌀국수 먹여줄게, 최고야, 이러면서. 그러나 e 도 자신만의 사정이 있고, 나 역시 나만의 사정이 있어서, 둘이 함께 갈 수 있는 날짜가 많지 않았고, 그 날짜들을 검색해보니 비행기표는 비쌌다. 추우니까, 따뜻한 데로 가고 싶은데....추울 때 걷고 여행하는 건 별로야. 지치지. 더워야 해...
직장생활도 그렇고, 나의 성격도 그렇고, 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렇고... 겨울이 지나면, 다 그만두고 산 속에 가서 혼자 살고 싶다. 통신수단도 다 끊고, 책이나 쌓아두고, 그냥 혼자 처박혀서 살고 싶다.....겨울엔 일단 히터 있는 데서 뜨뜻하게 지내고...
엊그제였나, 남동생과 둘이 텔레비젼을 보면서 간단하게 술을 마시는데, 시청중인 프로그램에서 술이 아주 많이 취한 남자가 나왔다. 그는 회사 직원들과 회식중이었는데 엄청 술이 취해서 상사랑 싸웠고, 비틀거리며 차길을 건넜고, 다음날도 회사를 가는데 지장이 있었다. 차길을 비틀거리며 걷는 장면에서, 차가 오는데도 차한테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 나는 너무 무섭고 짜증이 났다. 저건 안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술이 좋고 술에 취한 기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에 취해 이야기 나누고 함께 열받거나 함께 기뻐하는 것들, 모든 것이 다 좋다. 그렇지만 저렇게 흔들흔들 걸으면서 차길에서 자신의 위험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싫다. 저건 너무나 위태롭고, 그래서 저렇게까지 마시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남동생에게
너도 조심해서 마셔, 저렇게까지 마시지마.
라고 했다. 남동생은, 저래도 다 집에는 가, 라고 했는데, 나는 집을 찾아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렇게 비틀거리면서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어쩌냐, 저기서 저 길을 걷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아예 모르고 있는데, 저건 너무 위태롭다, 저러지 말고 조심해라, 저렇게까지는 마시지 말아라, 건강하고 즐겁게 마시자, 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것은 통제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술을 빨리 마시지 않을 경우, 내가 취한 걸 아는 편이다. 어, 이제 취했으니 그만 마셔야지, 라고 생각하고 더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다. 빨리 마시게 되면 내가 취했다는 자각을 하기 전에 더 마셔버려서 엄청 취해버리는데, 취한중에도 엄청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해서, 이걸 어떻게 깨지, 하고 취한 중에도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술이 깨는 게 아니라서, 그럴 때의 나 역시 비틀거리며 걷고, 연락이 잘 안되고(심한 날엔 문자 찍을 힘도 없어진다), 다음날 필름이 끊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나는 이게 너무 싫고 무서워서, 가급적 그러지 않으려고 정신 바싹 차리고 술을 마시려고 한다. 나는 나를 위험한 상황에 놓기가 싫고, 그래서 바깥에서 술을 마시면 가급적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가고 싶고, 부어라 마셔라 하려면 잠자리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될 때, 우리 집이라든가 친구와 함께 있는 호텔이라든가. 이럴 경우에 그렇게까지 통제하려고 하진 않지만, 외부에서 술약속이 있을 때는 천천히 마시면서 자각증상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베트남에 혼자 갔을 때는, 혼자라서 술을 많이 마시는 걸 포기했더랬다. 좋은 호텔에 묵고 있었으니 호텔 룸안에서 질펀하게 마셔도 좋았을텐데, 내가 집에서 혼자라면 그랬겠지만, 호텔방, 그것도 외국에서라면 얘기가 달랐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닥칠지 모르고,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취하면 안됐다. 외국 호텔방에 나 혼자 있는데, 문게 해결을 할 사람도 나밖에 없잖은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취한단 말인가.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누가 그렇게 미친듯이 취한 걸 보는 게 몹시 불안하고 싫다. 집에 가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술에 떡이 되는 건 싫다. 나와 함께 같이 잠을 자는 경우라면 상관이 없는데, 우리가 함께 움직이고 함께 있을거니까 괜찮은데, 각자의 집으로 가야 할 상황인데 그렇게 떡이 된다면, 나는 그걸 보는 게 너무 불편하다. 위태롭고 불안하다. 술에 취해서 손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눈은 풀려버리고, 발음도 새는 걸 보는 건 좀 별로다. 그 뒤의 과정을 내가 책임져야 할텐데, 그걸 하기 싫다. 그걸 하지 않으면 내내 신경쓰일테니, 그것도 싫다. 그러니까 나는 술을 마시더라도, 앞으로 계속 즐겁게 술을 마시기 위해서, 어느 정도 선에서 좀 그만뒀으면 좋겠다.
예전에 사귀던 남자중 한 명은 술을 아주 좋아했다. 엄청 좋아하고 엄청 잘마셔서, 아무리 마셔도 잘 취하질 않았더랬다. 그가 나랑 맛있는 걸 먹으러가고 술을 마시러 가는 건 너무 좋았지만, 그가 너무 마시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끔 했더랬다. 술을 마시지 못해서 나랑 건배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재미없지만, 이 사람은 너무 마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별로였다. 역시 난 안돼... 어쨌든,
그런데 며칠전에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 남자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었다. 술을 많이 마시면서, 언제 취하는지, 어느 정도가 주량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술을 아주 잘 마시는 사람이라서, 내가 취한 걸 자각하고 나는 이제 그만 마실게, 라고 술자리가 끝난 뒤에도, 술이 모자라 나중에 어떻게든 더 마시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내 앞에서 별로 취한 적도 없었고, 취한 걸 보였을 때도 나에게 어떤 피해를 입힌 적도 없다. 다만, 어 취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좀 심하게 취했고, 내가 '너 취했다' 고 말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술 취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너 취했어' 라고 말했을 때,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안다. 눈이 풀리고 그래서 표정이 엉망이었고, 손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걸 보면서 나는 그에게 그만 마시라고 말했다. 그게 싫었다. 그렇게 취한 게. 그래서 그에게도 남동생에게 말한 것처럼 똑같이 말했다. 술 많이 취하는 거 보면 불안하다, 위태롭게 느껴진다, 이제 그만 마셔라, 우리 기분 좋자고 술마시는데 이렇게 위험하게 마시면 어떡하냐, 통제하면서 마셔라, 고. 그때 그는 '네가 통제해줄거잖아' 라고 했다. 사실 그 순간에도 나는 술병을 치우고 이제 그만 마시라고 하고 있었으니, 내가 통제를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그는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듣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말을, 무서워 하는 말을 했다.
그에게 모질게 말해놓고 신경이 쓰인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지만 너 괜찮은거냐, 잘 지내고 있냐, 안부라도 물을라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까봐, 내키질 않는다. 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진 않는지, 너무 취하는 건 아닌지, 그런 거 신경쓰기 싫으니, 역시 멀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아, 이제 그만 마셔야겠구나, 라는 자각을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내가 사는 방식이니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가 없겠지. 그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도 나는, 너의 생활 습관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나는 썼더랬다. 그러고보면 나는 진짜 졸 이기적인 것 같다. 피곤할 것 같은 문제에는 아예 껴들려고 하지를 않는... 아무것도 감당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주 잠깐, 만약, 연애하던 시절의 B 가 그랬다면 나는 어떡했을까? 라고 생각해봤다. 아, 피곤하게 한다 그만 만나자, 라고 했을까, 아니면 그렇게까지 마시지 말자고 계속 옆에서 통제하며 관계를 유지하려 했을까? 생각해보다가, 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멍하게 있고 싶다, 요즘 머리 너무 많이 썼다, 싶어서 생각하기를 멈췄다.
나는 즐겁고 건강하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 술 마시고 싶다.
나는 B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잘 마쳤는지 늘 궁금했다. 그간 내가 알아온 그사람이라면 분명 다 잘 마쳐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잘 마쳤다는 소식을 꼭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연락해서 물었고, 그렇게 우리는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 가끔 통화하며 소식을 전하는데,
헤어지고나서, 더 이상 연인이 아닌채로 통화를 하다보니, 연애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나는 우리가 많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알고 있었지만, 아, 그 다른 점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다 안고 가려고 했었구나, 라는 생각을 요즘에 통화하면서 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라든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것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이렇게 달랐구나. 그를 자극하는 말과 나를 자극하는 말이 다르구나. 그를 움직이게 하는 말과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말이 달라. 그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과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아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그리는 모습이나 내가 그리는 모습,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거나 더 긍정적이거나 한 게 아니라, 우리가 최선의 가치에 두는 것이 다른 것 같다. 그도 나도 혼자 설 수 있고 혼자 강한 사람이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나는 나 혼자 잘나서 누구도 옆에 두지 않는 삶을 생각했다.
연애할 때도 그는 연애를 최선의 가치로 두었고, 연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와의 연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긴 했지만, 연애가 나의 최선이 아니었다. 나는 항상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고, 나한테 제일 관심이 많았다. 그동안의 연애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B 로 인해 타올랐던 건 사실이지만, 그간의 연애에서는 그렇게까지 끓지도 타오르지도 않았었다. 그것은 언제나 내게 부수적인 것이었고, 내가 끝내고 싶다면 바로 끝낼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지만, 그건 상대가 감당할 몫이다, 라고 생각하고 거침없이 이별하고 돌아설 수가 있었다. 연애가, 누군가와 시간과 일상을 나누는 일이, 내게 조금이라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그걸 버리고 싶어졌었다. B 는 자신의 모든 연애를 소중하고 아름답게 기억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는 매번 끓어오르는 사람이고 매번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난 그 모든 연애에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고, 언제나 내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연애를 하면서 분명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내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이 연애가 나의 삶에 즐거움을 주는가? 가 내가 계속 생각해보는 것이었고, 어라, 이거 별로인데, 싶으면 던져버렸던 거다. 물론 헤어짐은, 누가 됐든 누구랑 하든 아프지만, 조금 아프고나면 이내 자유가 찾아왔다. 내 우선순위는 언제나 나였고, 내가 이런 사람인이상, 언제든 B와 헤어짐은 찾아왔을 것 같다.
처음에 B 와 연애를 시작할 때,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는 연애하지 않겠다는 내 말에, B 가 '왜 가보지도 않고 헤어짐 먼저 생각하냐'라고 했었는데, 나는 '나에게 해피엔딩은 있을 수 없다'의 의미로 헤어짐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해피엔딩은 혼자'라고 생각해서 이별을 떠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그러고보면 내가 그리는 미래에는 언제나, 내가 돈을 잘 벌고, 술이나 안주를 맘껏 원하는대로 사서,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여행을 다니다가, 가끔은 친한 친구들 초대해서 대화하는 삶이었다. 알콩달콩 한 남자랑 일상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늘상 페이퍼에도 언급했듯이, 먹고 마시는데 부족함 없는 삶을 살면서, 가끔 친구들을 초대하는 삶, 가끔 파티하는 삶이었다. 그러면서 일흔 살이 되어도 연애하는 삶. 일흔 살쯤 되면 내가 누군가에게 정착하고 싶어질까?
여전히 B 와 나는 한 번 통화를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대화를 한다. 통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깔깔대고 웃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나를 내내 웃게하는 남자는 세상에 남동생말고는 B 밖에 없을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B가 그리는 삶과 나는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길 잘한 것 같다. 나는 그가 원하는 걸 채워주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어쩌다 한 번 만나서 데이트하는 연애가 가능하고 그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같을 순 없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만나고 함께 오래 같이 있고 싶어하니까,
얼마전에 봄씨도 좋아하면 자주 보고 싶어진다, 라길래, 나는 아니야....자주 보면 좋던 남자도 싫어져...라고 했다.
다음에는 캐나다에 있는 남자랑 연애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 년에 한 번씩 캐나다 가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갔다가 캐나다 총리도 좀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건 너무 다른 목적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번에는 뉴욕에서 만나, 뭐 이러면서 뉴욕에서 만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각자 비행기 타고 각자의 집으로 슝-
근데 캐나다는 딱히 매력이 없어..역시 뉴욕이 짱인데........
내년 추석에 호주를 생각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변경중인데, 그때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이런거 똭- 생겨가지고 미국 남자 사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휴가라도 줄라치면 슝- 미국으로 날아가는 삶........
보쓰에게 보고 들어갈 게 있는데 너무 들어가기 싫구나...
B 는 내가 자신을 많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아주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 그 확신은 내가 심어준 것인데, 와, 진짜, 복받은 삶이다. 누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그렇게 강하게 확신할 수 있는 삶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에 그런 사람 하나 만나기가 진짜 쉽지가 않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잘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복은 정말 큰 복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로 MBTI 제목쓰면 링크 타고 많이 들어올 것 같아서 한글로 적어주는 센스 ㅎㅎ
며칠전부터 C 님의 블로그에서 MBTI 관련 글을 봐서, 내가 몇 해전에 검사하고 받은 책자를 사진 찍어 올려본다. 나는 ESFP 였는데, 대체적으로 다 맞다고 생각하지만 저기 저 부분, '자신이 지닌 돈이나 시간 등을 관대하게 베풀 줄 안다'는 약간 삐끗하다. 나는 돈을 관대하게 베푸는 건 맞는데,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돈 쓰는 거 안아깝고 잘 쓰려고 하는 편인데, 시간에 관해서라면 아주 까다롭기 때문이다.
돈은 벌면 되지만 시간은 벌 수가 없으니까, 나는 가급적 시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쓰고자 머릿속에 계획표를 그리고 다니는 사람이란 말이다. 이동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이동에의 시간은 가급적 짧아야 하고, 대화가 목적이라면 거기에 들이는 시간을 최대한 늘이기 위해 다른 것들을 다 쳐내는 타입인데, 이런 내가 내 시간을 관대하게 베풀 리 없다. 나는 돈은 줄 수 있지만 시간을 줄 수가 없어. 나는 언제나 시간을 최우선 가치로 친다. 내가 써야할 것이 돈이냐 시간이냐 라고 하면 돈을 쓰는 편이랄까. 돈으로 편리를 사고 돈으로 시간을 사고, 나는 그런 타입인 것이다. 그래서 누가 내 시간 잡아먹는 거 진짜 너무 싫어하고, 약속 시간에 늦는 거 너무 신경질난다. 상대가 늦는 것도 너무 싫고 내가 늦는 것도 완전 싫어.... 약속 시간에 늦게되면 죄책감이 정말 어마어마해진다. 진짜 죄짓는 느낌이야. 너에게 한정적인 시간, 내가 이런 식으로 뺏는구나 싶어서. 나는 시간을 결코 관대하게 베풀 수가 없어.....
어쨌든 이거 보다가, 나랑 전혀 다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완전히 모든게 반대쪽에 있는 사람, 그런 사람 한 번 만나서 연애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지금 들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내가 ESFP 니까, 나랑 완전히 다 반대려면 INTJ 여야 한다. 그 타입은 이렇단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개발해야 할 점을 보면,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되어있는데, 이거 보자마자, 나는 이 타입과는 어울릴 수 없겠군, 이란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내가 다 가르쳐주면 된다, 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칭찬 진짜 잘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칭찬하는 데 소질 있음. 그 칭찬도 단순히 아무나 다 그냥 하는 그런 칭찬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해준다. 어머 멋지시네요, 이런 칭찬 같은 거는 안함. 그런 영혼 없는 칭찬 싫어함.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싫고, 글 잘쓰시네요, 이런 칭찬도 진짜 멋대가리 없고. 사람이, 영혼 있는 칭찬을 해야 되는거야. 그런건 구체적으로 해야돼.
회사 동료들을 칭찬할 때도 그렇고(사실 칭찬이라기 보다는 장점을 이야기해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친구들에게 장점을 얘기할 때도 나는 구체적으로 하는 편이다. 너 예뻐, 너 착해, 이런 영혼 없는 칭찬 너무 싫고요 ㅋㅋㅋㅋㅋ 이런건 연애할 때도 큰 빛이 나는데(라고 내가 나한테 말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 와 연애할 때 내가 가장 처음 그에게서 발견했던 장점이, 하거나 듣기에 불편한 말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걸 짚고 넘어가고 풀어나가려고 하는 점이었고, 나는 그걸 '찾아내고', '얘기해서' 그를 칭찬해줬더랬다. 크- 나만한 사람이 없지. 진짜 짱인 것 같아, 나는.
그런데 INTJ 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걸 못하는구나 싶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알려줘야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배우고 훈련이 필요하다고? 아아, 나는 얼마전에만 해도 내 남동생에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남자 꼬시는 거야' 라고 말해서 남동생에게 큰웃음 주었는데 ㅋㅋㅋㅋ(이 누나 세상에서 제일 웃긴 개그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진짜 사람 마음 얻는 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진짜 쉬운데, 물론 이 쉽다는 것이 그냥 막 된다는 의미로 쉽다는 게 아니라, 정말 하나만 잘하면 된다, 그런 의미다. 그건 그냥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되는 거다. 내가 니 얘기를 잘 듣고 있어, 니 얘기를 들으니 이런 느낌이야, 이런 생각이 들어, 하고 관심있다는 것만 잘 표현해주면 여자든 남자든 친구가 되고 썸남 썸녀가 되고 애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니까 리액션만 잘하면 되는데!!!
결국 리액션의 문제인 것 같다.
어제 술마시고 집에 들어갔더니 내 앞으로 택배가 와있었다. 사과였다. 사과 박스가 똭- 집에 와있었던 것. 덕분에 오늘 아침에 사과 먹고 왔다. 밥도 먹었지만. 사과 썰어서 먹다가 씹어 먹기 넘나 귀찮아서, 물 넣고 갈아버렸다. 갈아서 꿀꺽꿀꺽 후루룩 마심. 사과 맛있었음. 아니, 사과를 박스로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니. 내 인생 넘나 복받은 것. ㅋㅋㅋ
어제는 스테이크 너무 먹고 싶었는데, 뮤직비디오(널 사랑하지 않아) 보니까 스테이크 먹고 싶다, 라고 말하자 e 가 '스테이크 먹으러 갈까요' 이래가지고 급 스테이크 먹으러 감. 심지어 사줬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은 복받았어...
이 뮤비에서 유승호 손 너무 예쁜데, 유승호는 너무....어......안어울려. 아직 너무 애긔애긔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널 사랑하지 않아~ 이런 노래 뮤비 주인공으로 나오니까...적응이 잘 안된다, 나는. 게다가 표정도 너무... 어....연기야.....오글오글......이런 뮤비, 널 사랑하지 않아, 같은 가사가 나오는 뮤비는 나를 주인공으로 해야 되는데...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데...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본 나여....
이 노래는 들으면 좋지는 않은데, 가사가, '널 사랑하지 않아' 이걸 너무 계속 말하고 싶어서 듣는다. 들었을 때보다는 내가 부를 때가 더 좋다.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올 여름에 멜론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더운 여름에 멜론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든다. 달고 맛있었지. 올 여름엔 복숭아보다 멜론 이었다. 아 진짜 미친듯이 멜론 먹었네. 시장 가서 사올 때마다 너무 무거웠지만, 집에 와서는 멜론 다 썰어서 씨 빼고 손질해야 했지만, 그렇게 다 썰어서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꺼내 먹으면 넘나 행복했다. 멜론...
아놔 이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차내고 여친이랑 여행가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비 먹는다고 사진 보내고 막 이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시콜콜 보고해, 라고 했더니, 보고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이 풍년갈비다, 이러면서 보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노므시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집에 가서 jtbc 뉴스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