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이 밤 21:19인데 너무 커피를 마시고 싶다. 아우, 왜이렇게 커피 마시고 싶지, 라고 중얼대자 남동생이 '안돼 참아' 한다. 나는 응, 이라고 했다. 일요일 밤에는 가뜩이나 잠이 안오는데 여기에 커피까지 마셔버리면 나는 밤을 샐겨...안돼......오늘은 아까 한시간동안 낮잠을 자서 아마도 새벽까지 잠을 안잘 것 같다 ㅠㅠ 책도 안읽히던데, 이따가 읽어봐야지. 시적 정의 오늘 다 읽고 싶은데 안되네... 요즘 책 읽는 게 너무 더디다. 하아-
다음주에 할머니가 요양원에서 퇴원하신다. 토요일에 남동생과 함께 가서 할머니를 퇴원시켜드리고 할머니 댁에 모셔다 드리기로 했는데, 그날 창문에 바람막이도 다 붙여드릴 참이다. 우리 가족들은 할머니가 요양원에 더 계셔서 더 회복하시길 바랐지만, 할머니는 요양원에 있는 걸 너무 싫어하셔서 어떻게든 나가고자 걷는 연습을 엄청 하신 거다. 지금은 지팡이 없이도 걷긴 하시는데, 그러나 힘겨워하셔서, 엄마가 실버 카트인가 하는 걸 사드렸다. 아픈 사람들만 잔뜩 누워있는 병실도 싫으시고, 거기에서 마음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도 너무 싫으신가 보다. 잠깐 할머니 뵈러 갔던 나도 그곳의 분위기가 너무 우울해서 싫던데, 거기 하루종일, 몇 달간 있으려면 오죽할까. 그래서 퇴원을 결정하게 된건데, 이 과정에서 나는 엄마의 몰랐던 점도 알게 됐다. 다른 형제들도 있지만 할머니랑은 다 연락도 안되는 상황. 막내 이모와 우리 엄마만 할머니를 계속 들여다보고 챙겨드리고 하는데, 그걸 보고 '왜 우리 엄마만 이렇게 고생하나' 싶었고 또 '막내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엄마는 이 모든 과정을 기쁘게 하고 계신다는 거다. 한달전쯤이었나, 엄마랑 둘이 삼겹살을 먹으러 갔는데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다. 엄마는 할머니를 이렇게 봐드릴 수 있는 게 너무 기쁘고 행복해,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 라고 하시는거다. 할머니가 그렇게 어렵게 살아오셨고 고생하셨는데 그런데도 엄마를 버리지 않고 키워주신 것이 엄마는 너무 감사하다며, 그런 할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주고 싶다고 하시는 거다. 나는 할머니에게 딱히 어떤 정이 특별히 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할머니에게 잘해주고 싶어한다니, 내가 할 수 있는 한 지원하자, 하는 마음이 되었다. 할머니는 엄마의 엄마인데, 나에게 엄마가 어떤 존재인가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거다. 불쑥불쑥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 화를 가급적 나타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동안 내내, 엄마의 엄마니까 당연히 엄마가 그런줄로만 생각했지,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엄마를 버리지 않고 키워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는 줄은, 그래서 지금의 이 모든 과정들을 기쁘게 해내고 있음을 몰랐다. 엄마랑 40년을 함께 있었는데도 내가 아직 모르는 게 있다니.
일전에 아빠가 일을 그만두셨을 때 집에 있는 엄마가 너무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서 내가 비지니스 비행기 끊어서 여수의 좋은 호텔로 모시고 갔던 적이 있다. 와인도 챙겨가고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도 했었는데, 이렇게 엄마의 스트레스를 좀 풀어주고 싶은 것도 있었고, 또 앞으로도 엄마가 스트레스 받지 않기를 바라서, 엄마에게 '원한다면 아빠랑 이혼하라'고 말했더랬다. 같이 살면서 뭘 스트레스 받냐, 이혼하라, 고 말했던 거다. 엄마는 전혀 이혼할 생각이 없다며, 너 왜 그렇게 말하냐고 했고, 그때 남동생도 나한테 왜 누나 기준으로만 생각하냐고 말했더랬다. 엄마가 그동안 이렇게 함께 살아온 건 엄마의 의지이기도 했을텐데, 누나가 뭔데 그렇게 엄마한테 이혼하라 마라 하냐는 거였다. 나는 엄마가 스트레스 받는게 보였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함께 사는 건 부질 없다고 생각했었다. 당시에 내 생각을 주변 친구들과 그 당시 사귀던 애인에게 말했었는데, 그때 애인은 '너는 너의 엄마를 엄마로 보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여자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했더랬다.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엄마를 대하는 것과는 엄마를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친구들도 어떻게 엄마가 이혼하기를 바라느냐고 갸웃했었는데, 왜 안되는가...
시간은 흘렀고 아빠는 다시 직장을 다니셨고 그래서 모든 게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성격은 그렇다고 근본적으로 변한 게 아니어서, 아빠는 집에 외갓댁 식구가 오면 좋지 않은 티를 내셨고, 이에 엄마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빠한테 이혼하자고 했더랬다. 나는 엄마랑 동생이 찾아오는 게 좋고, 앞으로도 그렇게 식구들 만나면서 살고 싶은데 당신이 싫다면 이혼하자, 고. 이에 아빠는 '너 여태 안그랬으면서 갑자기 이혼얘기 왜하냐, 너 남자 생긴거냐, 너 뒤에서 누가 사주하냐' 고 했더랬다. 오, 아빠...엄마한테 이혼 생각을 불어 넣은 건 납니다....
아빠는 며칠간 생각하신 뒤, 잘하겠다고 하셨다. 앞으로 예수 같은 마음으로(!!) 잘 할테니, 이혼하지 말고 잘 살아보자 하셨고, 노력하겠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이번에 할머니 퇴원을 앞두고 엄마는 나와 남동생을 지원군으로 앉혀두고 아빠에게 얘기했다. 어쩌면 할머니가 지금보다 더 몸이 아파진다면, 나(엄마)는 계속 할머니 뒷바라지를 해야할 수 있다, 우리 집에 모시고 오는 건 아니라도, 할머니 집에 상주하면서 할머니 뒷바라지를 해야할 수 있다, 그리고 엄마(할머니) 돌아가시면, 막내가 계속 명절마다 우리집에 찾아올 것인데, 여기에 대해 당신의 이해가 필요하다, 당신이 만약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면...
하고 얘기를 하시는데 아빠가, 이해한다, 니가 아니면 누가 지금 엄마 옆에 남아있냐, 그리고 너랑 떨어져 산 게 벌써 2년이다, 그러니 나 신경쓰지 말고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 엄마 병간호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네가 해야지 누가 하겠냐, 해라, 하셨다. 우리 모두 오, 아빠가 변했네!! 했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은 편안해졌다.
그 과정에서 아빠는 '그게 맏딸의 역할이지' 같은 말을 엄마에게 하셨는데 이 때 내가 발끈했다.
"왜 그게 맏딸 역할이야? 맏딸이 무슨죄야? 왜 그렇게 얘기해? 나 들으라고 얘기하는거야?" 하고는, 나중에 나한테 다 맡기기만 해봐 어디, 나 혼자 집 나가서 전화번호 바꾸고 모른척하고 살테니까, 라고 했다. 그러자 엄마아빠가 동시에 빵터졌는데, 아빠가 이러셨다.
넌 그러고도 남을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겐 젊은시절부터 두 가지의 섹스 로망이 있었다.
1. 근무중 점심시간에 나가서 번개섹스.
2. 섹스 후에 발가벗고 둘이 나란히 담배피기
가 그것이었는데, 두달 전이었나, 친구가 담배 피는데 따라 나가서 담배 폈다가 와- 너무 핑- 도는 거다. 다 피지도 못하고, 오, 이거 못하겠구먼..했다. 그래서 2번은 자연소멸. 이제 저 로망은 내게 없다. 그런데 아직 1번이 남아있어서, 저걸 언젠가는 꼭 실현해보고 싶은데, 내가 밥을 포기하지 못하는이상 실현불가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은 고작 한시간인데, 언제 나가서 호텔(혹은 모텔, 혹은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옷을 벗고 섹스를 하고 다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들어오나...이게 한시간 안에 절대 안될 것 같은 거다. 밥을 포기한다면 간당간당 될 것도 같은데, 아, 직딩에게 점심 밥이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무엇이 아닌가..... 밥과 섹스의 딜레마.....
그러다 요즘 다른 로망이 생겼는데,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로 여성상위
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내가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머리가 길었을 때는 섹스 없이 살았었고, 섹스가 내 인생에 찾아온 후로는 머리를 그렇게까지 길려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데 요즘 앞머리를 계속 자를 것인가, 길릴 것인가, 고민하면서, 또 머리를 짧은 단발로 칠것인가 계속 길리면서 묶을 것인가...고민하면서, 앞머리도 길리고 뒷머리도 길려서 보기 좋은 웨이브로 만든 다음에 여성 상위를 하고 싶어지는거다.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으니 해보고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그래, 머리를 길리자, 그리고 여성상위를 해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몇 년이 걸릴까,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머리 길이가 되려면-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브래지어 끈 밑으로 가는-, 적어도 3-4년은 걸릴 것 같은 거다. 그래, 3,4년간 얌전히 지내면서 머리를 길리고, 3-4년 후에 머리 길이가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만큼이 되면, 그때 여성상위를 하자, 라고 생각하게 된거다. 그때 되면 뭐 연애도 하고 싶고 섹스도 하고 싶고 뭐 그렇게 되지 않을까. 마음만 먹으면 연애든 섹스든 다 되겠지 뭐...라고 생각하다가 오오, 벼락 같은 깨달음!
3-4년 후면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 되는 게 아닌가! 내가 그때..여성 상위가 가능할까? 허리랑 고관절이랑 다 나가는 거 아니야? 40대 중반의 여자에게 어느 정도가 가능할까... 아아, 내 로망은 이렇게 또 접히는구나...생각하다가, 오오, 나는 문제해결에 얼마나 뛰어난지. 운동을 하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40대 중반에도 여성상위를 할 수 있도록 운동을 하자!! 내가 즐기고 싶은 걸 즐기려면 관리가 필요하다!! 라는 너무나 멋진 생각을 하다가,
아아 귀찮구나.... 했다. 귀찮네... 선택의 순간이로구먼.
하고 싶은 섹스를 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느냐,
운동 안하고 그냥 섹스도 안하느냐.......
아 정말 귀찮구먼....
왜 그냥 되는 건 이렇게 없단 말인가.....
책이나 읽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