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입원한 아빠 사진을 엄마가 찍어 보내주셨는데 사진 너무 잘나와서 웃었다 ㅎㅎ 남동생하고도 환자복 사진 잘 받았다며 웃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오전에 수술 하시고, 나는 연차를 냈다. 아버지로서는 처음 입원이고 처음 수술인데 옆에 있어야 겠다 싶어서. 남동생은 수술 다음날 하루종일 아버지 옆에 있기 위해서 다음날 연차를 냈다.
m이 아버지 수술 언제냐 문자로 물어왔고 나는 내일이라 답했다. 계좌번호를 물어보더라. 나는 이걸 답해줘도 되는걸까 잠깐 갈등했다. 친구는 과일값을 꼭 보내고 싶다고 했고, 나는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마침 남동생과 함께 있었기에 친구가 계좌번호 물어보는데 알려줘도 될까? 물었더니, 마음만이라도 감사하다고 답하고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난 알려줬고 결국 친구에게 과일값을 받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신경을 써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놀랐고 감사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런 식으로 신경을 써준다니. 진짜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세상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신경쓰고 사는 것 같다 ㅠㅠ
아버지가 많이 말랐다는 얘기를 남동생과 했다. 발목이 앙상해서 살이 정말 많이 빠지셨구나, 하고. 엄마는 입원한 아빠를 위해 속옷을 사러 갔다가, 아빠 살 많이 빠졌으니 사이즈를 줄여도 되겠지 싶어 한 사이즈 줄여 샀다 하셨다. 그런데 작았단다. 야 살이 빠져도 엉덩이는 그 사이즈 그대로야, 하며 엄마가 깜짝 놀라셨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렇다면 아빠의 엉덩이는 살이 아니라 엉덩이 그 자체였던 거구나... 그렇다면.. 내 엉덩이도 그대로이구나....내 엉덩이도 그냥 내 엉덩이인거야. 내 가슴도 내 가슴이기만 한걸까. 아아......
병원 앞 술집에서 남동생이랑 엄마랑 나랑, 소주 한 잔 하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