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나는 자존감 낮은 사람을 대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존감 낮은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에게 닥친 나쁜 일, 사건,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에 이런 방법은 어떨까 저런 방법은 어떨까 아무리 방법을 제시해줘봤자, 그걸 실천할 의지가 1도 없다. 내가 보기엔 분명 이건 해결해야 할 것인데, 그걸 그대로 넘겨버리는 거다. 이것이 나와 성격이 달라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너무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걸 보면 진짜 보고 있기가 힘이 든다. 이들은 작은 문제에 대해서는 분개하지만 자신에게 정말 불리하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데 타인이 어떻게 존중하겠나.
오늘도 자기에게 일어난 큰 문제를 너무나 에피소드 말하듯 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일단 이러이러하게 해보고 이것도 해보고..라고 얘기했지만 그럴 의지가 1도 없음을 보면서, 아아, 내 일 아니다, 나한테 일어난 일 아니다, 내 문제 아니다, 이건 오지랖일 수 있다, 내버려두자, 라고 내가 계속 나 스스로를 타일러야했다. 나는 자존감 낮은 사람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애정이 식기도 한다. 나는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소중히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인정할테니 그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했으면 좋겠다. 아,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 그래서 뒷담화 너무 까고 싶은데, 여기에 적을 수가 없고... 아 스트레스 받어... 후아- 너무 답답해서 가슴이 폭발할 것 같다.
일전에 사주봤을 때, 그 분이 나에게 '자꾸 내가 되니까 스트레스 받는 거다, 내가 되지 말아라' 라고 했는데, 아아, 역시 나를 둘로 쪼개서 그냥 듣고 흘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과거 다이어리를 읽어보니, 내가 그간의 연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서운하다'는 거였다. 연애하는데 좀처럼 가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서운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거다. 이건 모두에게 들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게 나니까 이런 내가 싫으면 나 만나지마라'는 반응을 보였더랬다. 나는 연애한다고 해도 거리감이 되게 중요하고 이거 못지키면 확 짜증이 나는 사람이라서, 같이 며칠 지내다가 싫어지게 되는 경우가 자꾸 생기게 되는 거다. 막 찰싹 달라붙으려고 하는 거 너무 싫고, 세상 누구보다 가까워지려고 하는 거 너무 싫고, 그리고 더 싫은 게 이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다. 이거 진짜 너무 싫은데, 얼마전에 봄씨가 약간 이런 식의 뉘앙스로 말을 해서, 다시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어떤 것들을 싫어하는지 다 얘기했다.
박찬욱의 [아가씨]에서 숙희에게 김민희가 나의 구원자 .. 어쩌고 했던 거, 그 영화의 흐름상 이해는 되지만, 나는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군가의 전부도 되기 싫고, 구원자도 되기 싫고, 유일한 무엇도 되기 싫다. 나는 그냥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만나서 즐겁고 또 만나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건 다 좋지만, 다 이해하고 고개 끄덕일 수 있지만, 나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휴, 그건 진짜 너무 싫다.
나는 사람들이, 특히나 내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자기가 무엇을 했을 때 기쁘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자기 입에 들어갈 거 자기가 벌고자 노력하고, 남들 걱정안하게 자기 자신을 자기가 잘 챙기고,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쯤은 여러개 만들어두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일전에 L 에게도 말했고, 연인들에게도 말했고, 봄씨에게도 말했지만, 내가 만약 그들을 힘들게 한다면, 나를 내쳐야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누구 때문에 힘이 든다면, 그 사람을 안만날거다. 나한테는 내가 너무나 소중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자기가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