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엊그제 밤이다. 엄마가 부쳐서 냉장고에 넣어두셨던 김치부침개 한 장을 꺼내고 와인을 머그컵에 따랐다. 너무 피곤해서 와인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주가 다 지나갈 무렵,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지치고 피곤해서 '피곤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도 이 얘기 저 얘기 해가며 '정말 피곤하더라고' 란 말이 입밖으로 여러차례 나왔다. 피곤하다는 말을 좀처럼 쓰지 않았는데, 지난주에는 그동안 살면서 썼던 피곤하다는 말보다 더 많이 말했던 것 같다. 금요일에는 점심 때 B 에게 전화를 걸어 나 정말 피곤해, 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피곤했던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혓바늘이 돋았다. 혓바늘이 돋았는데도 저렇게 와인을 마시고자 한 걸 보면 피로가 하늘을 찔렀던 듯. 와인잔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머그컵에 따라서 꼴깍꼴깍 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좀 일찍 잠들었다.
수요일인 어제. 좀 일찍 잤는데도 왜이렇게 말짱하지 못하고 피곤할까, 생각했지만 출근하니 그나마 기운이 좀 차려지더라. 그래서인지 굉장히 의욕적으로 일했다. 아, 나는 생리중에는 기운이 없지만 끝날 무렵이 되면 그래도 살만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뭐 기운이 없고 피곤했던 게 생리 탓은 아니었지만, 생리 때문에 더 심하게 느껴졌던 것도 있던 것 같다. 생리 기간 동안 '컨디션 어때?' 하고 물어주는 B 가 무척 고마웠는데, 사실 요즘 B 에 대한 애정으로 폭발할 지경이다. 그에게 '너에 대한 애정이 폭발할 것 같아' 라고 하니 그는, '내가 뭐 했나?' 라고 갸웃하더라. 아니, 아무것도 안했어, 근데 막 좋아, 라고 답했다. 그는 평소의 그와 다름없었는데 요즘엔 왜이렇게 미치게 그가 좋은지. 물론 좋으니까 그와 다정한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요즘엔 정말이지, 마치 타미가 처음 이모라고 불렀을 때 자지러지게 좋았던 것처럼,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애정이 마구 샘솟아 넘치고 있다. 하루에도 좋아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결론 내리기를, 아, 이거슨 그의 매력이 아니라 나의 능력.... (응?)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p.104)
꿈을 꿨는데, 꿈에서 타미가 내 친구에게 자로 팔등을 맞았다. 잘못했다고 맞았는데, 꿈에서 나는 타미가 맞는 게 너무 가슴 아프면서 말려야 하나 말아야하나 갈등했다. 잘못했다고 저렇게 때리는 게 잘못아닌가? 그런데 친구에게 네가 왜 애를 때리냐, 그건 네 잘못이다, 라고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그 말을 못하고, 그 말을 하기전에 일단 타미에게 어서 잘못했다고 말해, 라고 하더라. 실상 타미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래서 타미가 엉엉 울면서 잘못했어요 하고 내 친구에게 막 울면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걸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폭발해버렸다. 그래서 타미를 안고는 내 친구한테 '폭력은 나쁘다고 네가 말해놓고 네가 지금 저지른 게 폭력이야!'라고 결국 소리치고 말았고, 갈등하지말고 진작에 애를 데리고 와서 안아줄걸, 하고 몇 대 맞게 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견딜 수 없어졌다. 왜 이런 꿈을 꿨을까, 왜일까, 하고 깨고 나서도 계속 가슴이 아팠다. 친구는 사실 아이를 때릴만한 친구도 절대 아니고, 오히려 내 조카를 예뻐하는데, 이 꿈은 대체 왜.. ㅠㅠ 무엇보다 꿈 속에서의 나의 태도가 너무나 못마땅해서 정말 싫었다. 그러지 않을게, 조카야. 이모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게. 이모는 계속 조카를 사랑하고 감싸줄거야. 오늘은 타미네 식구가 온다. 타미를 보면 아주 실컷 안고 뽀뽀해줘야지. 화니도 실컷 안고 뽀뽀해주고 예뻐, 사랑해, 계속 말해줘야지. 조카들 생각하면 가슴이 막 뭉클뭉클하다. 얘네들에게 가슴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상처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라도 상처받는 일이 생긴다면 그걸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옆에서 최선을 다해 돕는 어른이고 싶다. 그런 이모이고 싶다. 아이들이 제 엄마를, 제 아빠를, 제 할미를 믿고 또 온전한 자기 편으로 이모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아, 어서 집에 가서 아이들 안아주고 싶어 ㅠㅠ
요즘 사람들에게 영화 [리틀 포레스트] 얘기를 많이 한다. 어제 점심에도 동료 K 에게 말했다. 나는 정말 그런 걸 바라는걸까. 왜그렇게 되었을까, 라고 생각해서인지, 위의 꿈에 연장해서 꿈을 꿨는데, 꿈에 나는 한적한 바닷가로 살러 갔다. 주홍빛의 바다 앞에 서서는, 앞으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다, 하면서 바다를 아름답다 생각했다. 결국 나는 이렇게 먼 데로 가서 조용히 살고 싶었던가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바닷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게 함정. 해수욕장 바다인지 관광지 바다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려서.. 한적한 바다가 아니었던 거다. 이 철이 지나고나면 한적하려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 아름다운 바다를 사진 찍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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