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와 나눴던 문자메세지창은 여전히 그대로 있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그 창을 들여다볼 용기가 나질 않아 감히 들여다보질 못했었고, 두달쯤 지난 후였나, 그 후부터는 간혹 들여다보곤했다. 아니, 들여다보려고 시도했다는 게 더 맞겠다. 그러니까 하도 문자로 얘기를 많이 해가지고, 한 이틀치만 봐도 눈알이 빠져버릴 것 같은 거다. 스크롤하는 손도 너무 지쳐..기운 빠진달까. 이게 역순이라서 위로 올라갈수록 과거인데, 과거 대화를 좀 보고 싶어도 이틀치만 보면 기운이 빠져버리는 거다. 그러다 어느 하루 큰 마음 먹고 다다다다다다다 미친듯이 스크롤해서 이틀치를 패쓰하고 그 다음부터 좀 더 보려고 하면, 최대한 볼 수 있는 게 열흘치 정도였다. 이게 맥시멈이고 이 열흘을 더 넘기지를 못해. 그러니 봤던 것만 계속 보게 되는 거다. 한동안 안들여다보다가 오늘은 반드시 열흘 전 것도 보리라, 하는 마음을 먹도 다시 도전! 미친듯이 스크롤해봤는데, 아아, 역시 열흘쯤 가니까 더는 못하겠어. 지쳐버린다... 그래서 이거 출력해서 보는 방법 없나 싶어서 하릴없이 네이버 검색창에 '아이메세지 프린트' 이런거 넣어봤다... 지쳐..
진짜 지칠만한 게, 너무 수다를 많이 떨어 놓은 거다. 야, 무슨 하룻동안에도 이렇게나 많이 수다를 떠냐 싶었다. 이걸 다 어떻게 했지?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문자로만 대화한 게 아니라 매일 출근할 때도 통화하고 퇴근할 때도 통화하고 자기 전에 통화하고, 통화만 했다 하면 한시간 이상은 기본이고... 와...... 오늘은 새삼 이걸 다 어떻게 해냈냐 싶었다. 와, 이거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이러면서 어떻게 일상을 유지했을까? 이렇게 온종일 이 사람이랑 대화하면서 어떻게 출근을 하고, 업무를 보고, 밥을 먹고, 퇴근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를 했을까.. 진짜 대단하다.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이 남자랑 엄청 얘기를한 셈인데, 이야, 이거 진짜 다시는 못하겠구나 싶었다. 무슨 그동안 연애 하면서 대화한 걸 다 합쳐도 이 사람과 보낸 1년6개월의 대화에 못미치겠다 싶었다. 와- 이제 연애에 쓸 에너지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달까. 아니, 이걸 대체 어떻게 하고 살았냐...와...... 어처구니가 없어서 혼자 계속 웃었다. 아마도 이 때는 평범한 사람의 에너지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원래 연애하면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나는 그런 성향의 사람이 아니었어서, 평범한 나의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진짜 미쳤었던 것 같네. 이게 어떻게 가능했지? 나는 통화하는 거 진짜 너무 싫어해서 친구들하고도 통 전화를 하질 않고, 그래서 하루종일 전화로 이야기 할 일이 거의 없는 거다. 어쩌다 통화하게 되도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고 하는데, 요즘에도 봄씨가 자꾸 나랑 통화하고 싶다 그래서 '싫다', '아니', '잔다', '나중에' 이러면서 통화를 안하는 거다. 졸 얄짤없이 통화를 다 거부함. 그때마다 네, 이러면서 봄씨는 얌전히 대답하는데, 이렇게나 통화를 싫어하는데 어떻게 저런 미친 대화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B를 여전히 좋아하고, 어차피 B랑 할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하고는 연애를 안할 생각인데, 설사 그런 B랑 다시 연애를 하게 된다고 해도, 저렇게는 다시는 못할 것 같다. 야, 저러고 사람이 어떻게 사냐..그간 살아온 게 진짜 용하네. 저건 진짜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야. 자기 직전에도 그사람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직후에도 목소리를 듣는 건 좋지만, 아니 그래도 사람이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저렇게 하루 온종일 이야기하니까 1년6개월만에 에너지 고갈돼서 헤어진 게 아닐까...적당히 했어야지. 야...저건 진짜,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그런데도 나는 연락 잘 안한다고 자주 혼났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어떻게 저기서 더하냐...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거야....저러고 어떻게 살았지. 어휴. 진짜 어처구니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먼스타이레놀 먹었다. 요 며칠 너무 추억소환하고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막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되고 그랬던 게, 이래서였구나.. 다리가 너무나 뻐근하다. 그게 뭐든 쉬어야 겠다.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