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6. 12:22

- 막내가 사직서를 냈고 이에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한다. 최종 합격자는 보쓰가 직접 고르도록 할텐데, 그 사이에 어떤 사람을 올려야 할지 이번 면접에는 나도 참여했다. 총 후보가 세 명이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를 질문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해소할 수 있는 당신만의 방법' 역시 질문했는데, 오, 대답이 다들 예상외였다. 편의상 면접본 차례대로 1,2,3 으로 칭할텐데,


1번은 볼링을 친다고 했다.

2번은 서핑을 한다고 했다. (하고나면 정말 좋단다)

3번은 매운 음식을 먹으러 가고, 그걸로도 안되면 한강에 나가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그리고 마라톤에도 가끔 참여한다더라.


오..놀랍다. 나는 저 나이때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고, 게다가 운동이 해소 방법이지도 않았는데, 아아, 대단하다. 자기들이 그걸 알고 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져.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해소가 되는지 아주 늦게 알았던 것 같은데. 물론, 그때그때 내 나름의 방법들을 생각해 해소하려고 노력했었다. 음주도 한 방법이었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한 방법이었지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도 나만의 방법이었다. 어떤 날은 너무 힘이 드니까 정미경의 문장이 읽고 싶어지는 거라, 정미경의 문장을 퇴근 길에 걸으면서 읽었던 거다. 그 때의 좋음이란! 


어쨌든, 나는 이 세 명 모두가 좋았다. 모두 자기들에 대해 알고 있고 또 똑똑하기까지 해. 문제는 이 사람들이 여기 이 자리에 들어와 일을 할 때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이지...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보쓰가 자꾸 '나중에' 이러면서 면접 볼 생각을 안해. 에라이-



- 어제 남동생하고 치킨에 소주를 마시면서 엘과장 욕을 내가 막 했다. 남동생이 참 신기한 캐릭터라며 같이 욕해주었는데, 아, 좋은 시간이었어.. 어쨌든 오늘. 뭔가 작성하고 그럴 게 있어가지고 엘과장이 모니터 보면서 키보드 치고, 나도 관련된거라 옆에서 보고 있는데, 내가 두어번쯤, '이건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고 더 빠른 방법을 알려줬더니, 그때마다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이며 '와 똑똑하시네요' 이러는 거다. 이 개쉐가 진짜... '내가 똑똑한거 엘과장만 몰라요' 라고 대꾸했는데, 이게 내가 뭔가 진짜 똑똑한 어떤 걸 알려준 거라면 몰라도, 진짜 별 거 아닌 거 말했는데 똑똑하다고 하니까 기본적으로 날 무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써글 놈.... 

게다가 내가 그가 치는 글을 보면서 그 글자와 글자 사이는 띄어야 돼요, 띄어쓰기 해, 라고 했더니, 아 띄어쓰기..맞춤법 잘 틀리는 사람 무식하게 보인다 그랬죠...하면서 살짝 주춤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며칠전 회식자리에서 이상하게 남자들이 맞춤법 더 많이 틀린다는 통계가 있다고 하면서, 맞춤법 틀리는 거 너무 싫지 않냐, 했더니 여직원들이 다 동의하는 거다. 그러면서 자기가 고쳐주는 데도 말을 안들어쳐먹는다고도 얘기하더라. 그때 엘과장이 자기는 여자들이 맞춤법 틀려도 한 번도 신경 써본 적이 없다고 하길래 다른 여직원이


그 여자가 맞춤법을 안틀려서 그랬던 거 아니에요?


하니까 말이 없었지. 내 보기엔 여자랑 대화한 적 자체가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암튼 그때 내가 맞춤법 허구헌날 틀리는 새끼들에 대해 열변을 토해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문서 작성하면서 쫄아버린 그를 봤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했다, 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내가 파악이 쉬운 인간이기는 하지만, B 와 내 남동생이 나를 파악하는 것은 실로 놀랍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며칠 전에, 사무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해서 스쿨푸드에서 시켜 먹는데, 여긴 오뎅탕이 맛있으니까 오뎅탕 시켜서 밥하고 먹자, 하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떡볶이 사진을 봤더니 너무 떡볶이가 먹고 싶은 거야! 그렇다고 떡볶이만 시키면 너무 허전하고...아아 두 개 중에 어떡하지... 혼자 먹으면 양이 많을 텐데... 하다가, 아아, 나 저녁에 요가 가기 전에 저녁 먹어야 하니까, 떡볶이는 그 때 먹으면 되지! 하고는 혼자 먹을 점심에 오뎅탕과 공기밥, 떡볶이를 시킨 거다. 그러고 오뎅탕에 공기밥을 점심 메인으로 먹으면서 떡볶이 열고는 히힛히힛, 몇 개만 먹어야지, 이러고 먹고 있는데, B 로부터 똭- 전화가 온거다. 아니나다를까, 점심 먹었냐, 뭐 먹었냐 묻길래, 나는 오뎅탕과 공기밥이라고 답했다. 떡볶이도 있지만, 이것 까지 말하면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을테고,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이건 저녁용이잖아?


그러자 그는 나에게 연거푸 오뎅탕과 공기밥이라고? 물었고, 내가 그때마다 '응'이라고 하자,


"너 떡볶이 안시켰어? 떡볶이 시켰을텐데?'



하는 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쉬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떻게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대답을 못하고 너무 웃어가지고 눈물까지 고이면서,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야 내가 너를 모르냐, 하면서 처음부터 떡볶이 시켰을 것 같은데 왜 말을 안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거 엄밀히 따지면 저녁용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더니 '그래서 떡볶이 먹었어 안먹었어' 이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먹었지 물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뭔가 웃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남길 거야, 저녁에 먹을 거야' 하고는 남겼는데, 당연히 배가 너무 불러서 남긴 거다. 오뎅탕은 다 먹고 공기밥도 절반쯤 남겨서, 이건 저녁에 떡볶이랑 같이 먹어야지, 하고는 그 날 저녁에 떡볶이랑 공기밥을 먹었다. 그리고 요가를 갔다가 집에 갔는데, 


집에 가니 남동생이 저녁 뭘 먹었냐 묻는 거다. 그래서 묻지마, 했더니, 말해봐 뭐 먹었나, 이러는 게 아닌가. 아니 이 쉐키들... 왜 이래... 이래가지고 내가 '간단하게 먹었어' 라고 했더니 남동생은 '간단하게 뭐, 갈비?'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냐 이쉐키야 떡볶이 먹었어!!!!!!!!!!! 하고 버럭 썽을 내면서



너나 B 나 대체 왜이랫!! 



이러고 웃었는데, 남동생은 또 그랬다.


떡볶이만 먹지 않았을텐데? 뭘 같이 먹었냐!!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쉐키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자존심이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는 공기밥 얘기를 하지 않고 떡볶이만 먹었다고 박박 우겼다. 이노믄 쉐키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둘은 진짜 나한테 왜들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한테는 끝까지 공기밥 얘기는 안했어.... 아아 이 둘 진짜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를 너무 잘알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피곤한 놈들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먹었다고 하면 먹은 줄 알지, 왜 자꾸 따져 따지기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내가 계속 걸려들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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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10. 24. 11:41

사무실에 다른 부서에 남자과장 L 이 있는데, 이 과장은 자칭타칭 애플빠다. 그래서 아이폰 처음 내가 샀을 때 이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노믄 새키는 진짜 맨스플레인 오지는 새끼고, 맨스플레인만 하는 게 아니라 졸 박박 우겨대. 그리고 애플 잘못이 아니라 다 내 잘못으로 퉁치는데,


처음에 아이폰 샀을 때, 스팸 전화오는 거 걸러내는 설정이나 혹은 그런 앱 업냐, 안드로이드는 그런 앱이 있더라, 라고 물었더니, 아이폰은 스팸 전화가 안온다는 거다. 아니, 아이폰이 안오는 게 아니라, 내 전화번호를 어디서든 알아서 전화하는건데, 그게 왜 아이폰이라고 안오냐, 이게 어디서 오는 전화인지 알려주는 앱 있으면 알려달라, 라고 다시 물었더니, 아이폰은 스팸이 올 리가 없다고 그러는거다. 야, 개소리 하지말고, 내 번호가 유출됐는지 아무데서고 전화가 오는데, 그런 앱 있어 없어? 라고 다시 물었더니, 없으면 없다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할것이지,


그건 카드사에서 정보 유출된거니까 전화해서 카드를 해지하셔야죠.


이딴 소리를 지껄인거다. 아 이 새끼. 진짜.

매사 대화하다 보면 이딴 식이라서, 최근에도 다른 일로 대화를 하다가 '어휴, 이해 못하겠으면 됐어요, 이해시킬 의지 나도 없네요' 라고 해버렸는데, 오늘.


며칠전에 아이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했더니, 바탕화면에서 위로 끌어올려 와이파이 꺼도 얼마 후에 다시 켜지는 거다. 그리고 지혼자 막 와이파이 잡아. 이거 껐는데 왜이러지? 하고 다시 꺼도 마찬가지. 이거 소프트웨어 오류인가, 내 폰이 오래되서 그런건가... 생각하다가 L 에게 물었다. 야, 이런 증상 있는데, 이거 너도 그러냐, 내 폰의 오류인지 소프트웨어 오류인지 모르겠다, 라고 물었더니, 이 새끼가 대답하길,


차장님이 다시 누른거겠죠.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아니, 안눌렀고, 이게 계속 그런다니까? 


에이, 다시 켜질리가 없죠, 차장님이 누르셨을 거예요.


아니 이 씨발롬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라고!! 이새끼 자꾸 이러길래 '왜 내 말을 안믿어? 내가 안눌렀다잖아?" 이러고 내 사무실로 올라왔는데, 잠시 후에 이 놈이 메신저로 내 말이 맞다고, 이제 바깥에서 꺼주면 지금 연결된 와이파이 만 연결해제고, 와이파이 전체를 해제하려면 설정 들어가야 한다고, 바뀌었나 보다고 하는 거다. 


아오 이새끼 진짜, 모르면 모른다고 하던가, 내가 해보고 아니라고 하는건데 왜자꾸 버득버득 우기는지. 맨스플레인 오지는 새끼가 고집도 똥고집이야 진짜. 아오 빡침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찾아봤는지 이런 걸 보내줌.



1.제어센터에서 와이파이 나 블루투스 버튼을 다시 눌렀을 경우

2.설정의 와이파이 페이지나 블루투스 페이지를 통해 네트워크나 장치에 다시 연결했을 경우

3.새로운 위치로 이동하였을 경우

4.기기 시간으로 오전 5시가 되었을 경우

5.기기를 다시 재시작 하였을 경우



이궁..그냥 내가 찾아볼 걸, 야, 이거 이렇던데 너도 그래? 하고 물었다가 빡치기만 해버렸네. ㅎㅎㅎㅎㅎ 이놈한테 이렇게 빡친 게 진짜 한두번이 아님. 그러나 쓰기 귀찮아서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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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10. 24. 10:13

-지난주 토요일을 나는 엄청 기다려왔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주말이었고 집에서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는 토요일. 아아, 이런 날은 내게 흔치 않아, 주초부터 흥에 겨워 혼자 술 마실 생각에 치즈퀸에서 치즈도 잔뜩 주문해 두었다. 후훗. 남동생이 있으면 잔소리 할까봐 끓여먹지 못하는 라면(장칼국수!!)도 끓여 먹고, 요가를 다녀와서 뒹굴거렸다.

요가는 12시 타임이었는데, 아, 토요일 요가 진짜 너무 좋은데, 그러니까 요가를 마치고 약 5분(대체적으로는 그보다 짧게)주어지는 사바사나 시간, 매트 위에 누워있는데 햇살이 내리쬐고 쌤이 틀어둔 음악은 너무 평안해서 아아, 나는 '행복하다' 하고 생각했다. '아 행복하네' 하고. 이 별 거 아닌 시간이, 그저 요가를 마치고 누워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그런 내 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그 짧은 시간에 좋다, 행복하다를 몇 번이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내 핸드폰을 들고 와서는 그 음악이 무엇인가를 찾아보았다.


https://youtu.be/MUQdUm8pg98


아 좋아.... 좋았어...



- 토요일에 수업한 쌤은 다른 쌤들에 비해 나이가 많아 보였다. 아마도 내 또래쯤 된 것 같은데, 그간 요가 쌤들 보면서 얼굴도 몸도 예쁘다고 생각했던 건 계속 요가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생각 자체에 나도 모르게 '그들은 젊다'가 있었는가 보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쌤을 보니, 아, 이 많은 나이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니까 몸이 이렇게 예쁘고 군살 하나 없구나! 하고 새삼 놀란 거다. 늘상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현실에 대입시키는 걸 잘 못했던걸까. 내 나이또래의 건강한 쌤을 보니 어떤 기분 좋은 충격 같은 게 찾아왔다. 젊은 쌤들과 마찬가지로 납작하고 평평한 배에 근육질 팔까지, 그리고 힘든 동작들을 거침없이 해내는 것까지, 당연한 건데도 놀라면서 좋았던 거다. 아, 아직 내 안에 선입견이 이렇게나 많구나, 스스로 좀 부끄럽기도 하고, 아아, 너무 좋으네, 운동이 저렇게 만든거겠지, 해서 또 너무 좋았다. 요가쌤들의 얼굴이나 몸이 예쁘다는 건 어떤 날씬함, 미적 기준에 맞는다는 것과는 좀 다르고, 뭐랄까, 내가 배우는 사람의 입장이어서인지 어떤 아우라 같은 게 있는 거다. 얼굴과 몸에서 나오는 어떤 좋은 에너지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실제 어떻게 생겼느냐랑은 다르게 표정과 몸의 근육들을 보고 막 나도 모르게 예쁘다, 예쁘다, 하게 되는 것.


장난처럼 나중에 요가쌤 될까, 라고 몇 번 말하긴 했지만, 요가를 거듭할수록 나는 요가쌤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만 든다. 어제도 새롭게 안되는 동작을 알게 되고 또 좌절했어...아직 내 코어에 너무나 힘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깨달으면서, 그런데 이게 1년이 지난다고 될까..싶은 거다. 누구나 잘하는 게 있다면 나에게 요가는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요가가 여전히 좋고, 이게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이걸 아무리 오래 해봤자 요가쌤처럼 될 순 없을거란 생각이, 요가를 거듭할수록 든다. 나는 그냥 평생 배우는 사람의 입장으로만 살아야겠구나, 하고. 요가는 내게 계속 배워야하는 것이겠어, 시키는 걸 따라해야겠어... 하게 된달까. 잘하고 싶다는 의욕만으로 다 잘되는 건 아니니까, 나는 요가에 대해서만큼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토요일에 요가를 다녀와서 장칼국수를 끓여 먹으며 텔레비젼을 틀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가 엄청 많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텔레비젼을 안보니까 알 수 없는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어쨌든 채널 돌리면서 이것 저것 조금씩 보다가, [20세기 소년소녀]란 드라마를 보게됐는데, 여주인공 처음엔 누군지 몰랐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한예슬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거기에 '이상희'라는 배우가 맡은 변호사역이 있는데, 아아, 이 여자 때문에 나 너무 짜증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막 변호사사무실에 취업해서 출근을 하는데, 첫출근 부터 계속 5분씩 지각을 하는 거다. 아, 나 너무 짜증이 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대해 선배 변호사 오상진은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고, 그렇지만 이상희는 눈치를 보는데, 아니 나는 너무 이상해...눈치 보면서 왜 계속 지각하지? 지각 습관 아닌가? 어제 D 님 포스팅에서 지각하는 직원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한 번도 아니고 첫 출근부터 매일 지각이라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이 매일 5분 지각 넘나 싫은 것.. 만약 걔 지각하지 말라고 출근시간 9시5분이라고 하면 10분에 온다에 오백원...


일전에 같은 회사를 다니던 직원 중에 전직장 상사를 욕하면서 그런 말을 하더라. '몇 번 지각했다고 되게 뭐라고 했다, 아니 글쎄 너만 차가 막히냐고 하는거다, 짜증난다' 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차막히는 곳 같이 오고 있는데 왜 자꾸 지각했어?' 라고 물었고, 이런 반응을 기대했던 게 아닌 그 직원은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 다시 요가 얘기로 돌아가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쌤이 될 순 없다, 라고 생각한 건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한테 워낙 요가 쪽으로 재능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동작을 받아들이고 따라하는 것도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다. 물론 더 늦기 전에 알게 되고 할 수 있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아, 이런 거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걸...한거다. 사실 요가를 나에게 전파하려고 여동생이며 B 가 내게 반복해서 계속 얘기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어.........나는 똥고집.................그러나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바닥을 쳤을 때, 아, 뭐하지, 헬스를 해볼까, 개인 PT 를 받아볼까, 하다가 요가를 떠올리고 해보게 된 거였다. 이제라도 하니 좋고, 또 하면서 이렇게 가끔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데, 이런 거 좀 일찍 시작할 걸.... 하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요가쌤 할 거 아니면, 뭐 괜찮지. 내 재능은 다른 데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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