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난밤 꿈

ssabine 2016. 6. 16. 08:48

- 아니 이런 제기랄. 내가 사무실에서 신을라고 양말(덧신)을 분명히 챙겨왔는데, 아니, 대체 어디로 간거지.. 내 책상위, 가방안, 서랍까지 다 뒤지고 혹시 몰라 보쓰실 까지 다녀왔는데 없다. 반품 보낼거 아침에 포장한 게 있는데, 혹시 그 안에 내 양말 들어있나 싶어서 다시 뜯어 봤는데 없어..아니, 내가 아침에도 쇼핑백 안에 으응, 역시 꼼꼼하게 양말 챙겼어, 하고 들여다봤는데, 왜 사무실에 도착해서 이제 일 시작하기 전에 신어볼까-보쓰 오기 전에 신어볼까-했는데, 없지? 어디갔지? 혼란의 구렁텅이.... 사무실에서 신는 신발이 저려미라서 양말 신어야 되는데.. ㅠㅠ 아니, 대체 어디로 간거지. 날개 달려 사라졌나.. 돌아버리겠네 ㅠㅠ 밤식빵 먹어야 되는데 양말을 못찾아서 밤식빵을 못먹겠다 ㅠㅠㅠ



- 아버지는 다음주에 수술 날짜를 잡으셨다. 탈장이 어느 한 쪽만 그런게 아니라 이쪽 저쪽 다 그렇다고. 나는 연차를 낼 수 없을 것 같은데, 상황을 봐서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버지가 수술을 하는 건 처음이라 본인도 많이 긴장하신 것 같고. 그래서 옆에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픈 데가 자꾸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탈장의 원인은 무거운 걸 심하게 들어서라는데, 젊은시절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장사를 다니셨던 분이셔서, 그게 지금 나타나는구나 싶다. 엄마는 그게 디스크로 나타났다면, 아빠는 탈장으로 나타난 것. 사람이 저마다 몸의 상태, 체력의 상태, 면역의 상태 등등이 다르니, 같은 일을 해도 증상은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구나 싶다. 엄마는 당신도 세 번이나 디스크 수술을 한 상황이시라 내게도 늘상 '무겁게 들고 다니지말라' 신다. 나는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왜 늘 가방이 무겁냐... 왜 책을 들고 허구헌날 왔다갔다 하냐..이참에 전자책으로 바꿀까 싶지만..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는다. 스맛폰 들여다보는 것도 눈에 너무 가혹하다 싶은데.. 



-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내게도 마찬가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등장하는 여자가 서른여섯살인데,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헤어짐을 통보한다. 나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은데, 지금도 늦었는데, 너에게서 그걸 바랄 수가 없으니 헤어지겠다, 고 한다. 물론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해서 내가 바로 임신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헤어지자고 한 원인은 이게 아니었다. 남자가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 말고는 사랑을 줄 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떠나기전에 여자가 한바탕 퍼붓는데, 어쨌든 저런 대화를 한 적도 있었던 거다. 임신과 출산을 하고 싶은데, 자꾸만 그것이 늦어진다면 많이 초조할 것이다. 나는 바란 적이 없지만 이제는 바란다해도 가능성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에, 아 선택이란 이렇듯 중요한 것이구나 싶다. 지금의 나는, 그동안의 내 선택이 만든 것이니까. 요즘의 나는 내가 연애에 되게 부적합한 인물이란 생각을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속의 남자주인공처럼, 나 역시 나를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너무 중요해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는 생각이 요즘엔 여러차례 들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오래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누군가에겐 공부고 운동일 수 있겠지만, 나에겐 책읽고 글쓰고 술마시는 것인 것 같다.  내가 상대에게 좋은 사람일 수 있을 때는, 내가 상대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상태에 있을 때인 것 같다.



- 십년쯤 전인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 여자1이 결혼을 하겠다며 남자친구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전에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던 친구의 첫 연애였는데,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거였다. 청첩장을 주며 처음 인사시키는 자리에, 남자친구는 아주 많이 늦었고, 내내 뚱해 있었으며, 얼른 다음 모임으로 여자1과 가야한다고 했다. 하는 행동이 너무 꼴보기 싫어서 나는 당시에 여자1에게 문자메세지로 '저 남자랑 결혼 안하면 안돼?'라고 물었더랬다.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그랬다. 아..이때의 내가 너무나 싫은데, 그때는 그랬다. 남자가 너무 싫어서, 내 친구가 너무나 아까웠다. 내 친구에게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무 속상한거다. 더 많이 연애해보고 더 좋은 남자를 만나지... 왜 골라도 저런 남자를... 이런 생각을 했던 거다. 당시에 여자1의 부모님도 남자를 집 앞에서 돌려보내는등 여러차례 반대를 했더랬는데, 여하튼 나도 너무 싫었던 거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너무 후회가 됐다. 내가 뭐라고, 내가 도대체 뭐라고, 결혼하겠다는 친구에게 그 남자랑 하지 말라고 하는 건가. 게다가 딱 한 번 봐놓고서. 친구를 위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참견한 게 아닌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때의 나를 진짜 인정조차 하기 싫다. 어차피 친구는 그남자랑 결혼할텐데, 내가 도대체 뭣하러 참견해서 잔소릴 했단 말인가. 아 진짜 너무나 부끄럽다. 친구는 그남자와 결혼했고, 결혼식장에서 나는 남자와 웃으며 악수했다. 그 뒤로 친구를 몇 차례 만났지만 이제는 거의 연락도 안하는 사이가 됐다. 참 친했는데... 친구는 그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셋 낳았다. 이 일은 내게 너무 스스로 부끄러워서 오래 남아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남의 연애에 끼어들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연인 사이의 일은 당사자 말고는 알 수가 없는데, 감히 제삼자가 뭐라 충고한단 말인가. 너무 부끄러운 나의 과거이다. 뭐 부끄러운 과거가 이거 한 개뿐은 아니지만...


어쨌든 간밤 꿈에 이 친구가 나왔다. 꿈에서 이 남자가 글쎄 감옥에 간거다. 무슨 일로 간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옥에 갔고, 친구와 그 남자는 연인 사이였다. 친구의 부모와 내가 그 남자를 기다리지 말라고 친구에게 말하고 있었다. 새 삶을 찾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나와 얘기 중에 벌떡 일어나서는, 오늘이 그 남자 출소일이라 가봐야 해, 하고는 그 남자에게 갔다. 


아니, 이런 꿈을 왜꿨지? 왜 뜬금없이? 음....... 오만년만에 대체 왜 나왔지? 




-그나저나 양말은 어딜간거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