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가지로 힘들다

ssabine 2016. 6. 20. 09:43

-주말에 와썹 단톡방에 여자1이 사진을 보냈더라. 별 생각없이 사진을 보는데 어떤 여성의 누드였다. 그 밑에 다운 받아 보아야 하는 동영상도 두 개나 있길래, 보기전에 대체 이게 뭔가 싶어 쭉쭉 내려 메세지를 보았다. 요즘 성폭행으로 말 많은 연예인의 동영상이라고 하더라. 난 대체 이런걸 보내다니 무슨 생각인가 싶어서 황당했는데, 그 밑에 여자2는 어디서 이런 걸 구했냐며 낄낄웃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나는 안보고 삭제했어요, 라고만 메세지를 보내고 핸드폰을 치워두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하는데 너무 화가 나는거다. 어째서 내가 아는 사람중에 이런 걸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어째서 이런 걸 보라고 전달하는 사람이 있는건가.. 가만히 있으려다가 너무 화가 나서 나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내가 보지도 않고 삭제했다는 걸 밝히면서 말했다.


이건 몰카로 찍힌 거 아니냐, 이런 걸 너네가 보고 있으면 어떡하냐, 소비를 하면 계속 찍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겠느냐, 몰카를 없애야된다고 말하는 너희들이 몰카를 보고 있으면 어떡하냐, 그 말이 무슨 설득력을 갖냐, 이렇게 너네가 나서서 퍼뜨리면 몰카는 없어지지 않을거고 찍은 사람의 의도대로 되는 게 아니냐, 그렇게 몰카가 근절되지 않고 계속 소비되면, 결국 너희들도 이 몰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찍는 사람도 나쁘지만 이걸 전달하는 것도 너무 나쁘다, 소비를 멈춰야 찍는 사람도 결국 안찍게 되지 않겠냐, 너네가 야한 걸 보고 싶은 거라면 그냥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같은 영상을 봐라, 이런 거 보지도, 전달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자 여자2는 정말 그렇다면서 잘 알았다고 자신만 보고 전달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자1도 자기도 이런거에 너무 무감각해진 것 같다며 이제는 보지도 않을 거고 폰에서 삭제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이걸 전달하는 사람과 찍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그래야 없어진다고, 우리가 그걸 소비해야 하는 게 아니라, 찍고 전달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정말 너무 놀랐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 이걸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하긴 일전에도 여자1이 무슨 병원 리벤지 포르노 갑자기 재생시켜서 나도 본 적이 있는데, 그거 보면서 정말 기분이 더러웠고, 밤에 보라며 내게도 전송하길래 '나는 그러지 않을래' 하고 바로 삭제한 적이 있었다. 몰카가 나쁜 걸 아는 사람이 어째서 몰카를 소비할까. 너무 씁쓸했다. 나는 그냥 나만 안봐야지, 하고 말랬는데, 참을 수 없어져서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불편하게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나에게만이라도 전달하지 말라고. 전달을 멈추라고.




- 주말에 조카들을 봐주면서 함께 식당에 가 밥을 먹었다. 돈까스와 스파게티를 파는 곳이었는데, 와, 우리 칠살 조카가 진짜 까르보나라 한 그릇을 흡입하더라. 아아, 이 아이가 까르보나라를 좋아해..귀여워... 네 살 조카는 우동 면발을 쭉쭉 빨더라..예뻐... 사랑하는 존재가 잘 먹는 걸 보는 건 진짜 행복한 일이야..

엄마랑 나는 아직 덜 먹었는데 조카들과 남동생은 이제 배부르다고 해서 나가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식당 바깥에는 테이블이 따로 마련된 터라, 돌아보니 거기 의자에 앉아서 사이좋게 있더라. 남동생과 조카 둘이. 아이고 이뻐라..너무 이뻐.. 어쨌든 엄마 식사 다 했는지 확인하고, 엄마가 이 카드로 계산하라며 카드를 주길래 일어서 계산대로 가면서 엄마를 보며, '계산하고 올 테니까 엄마 드시고 싶은 만큼 충분히 드셔~' 하고 말하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깜짝 놀라 앞을 보니 음식을 서빙하는 남자 종업원이더라. 나랑 부딪힐까봐 음식 접시를 한 쪽으로 들고 있던 터라, 그의 한쪽 옆과 나의 한쪽 옆이 부딪혔던 바, 그릇은 무사했다. 나는 앞을 보지 않은 내 잘못을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했다. 잘못하면 음식 담긴 그릇을 서빙중에 엎을 뻔했지 뭐야. 어휴... 했는데,

서빙한 종업원은 키가 크고 단단한 체격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나랑 부딪혀도 흔들림이 없었던 것 같다. 부딪힘을 확인하고 돌아서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키가 크고 단단한 체격임을 확인하자, 그와 부딪힌 쪽이 뭔가 되게 생생하게 느낌이 떠나질 않는 거다. 아, 이런 걸 진짜 어디다 말해. 단단하고 키가 큰 남자랑 부딪히니, 흑 ㅠㅠ 남자가 너무 그리워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외로움이 쓰나미로 밀려와썽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느낌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남자란 이런 것이었지, 이렇게 단단한 것이었지, 한때는 나도 이런 단단함을 마치 내 것인듯 만지고 안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쓸쓸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고 생각하다가,


아 씨발, 연애며 섹스를 이제 그만두겠다고 친구에게 선언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못그러겠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 이렇게 그리워하는데 어떻게 그만두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단단한 몸 같은거 너무 좋은데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어 진짜 ㅠㅠ 연애를 하면 페미니즘하고 부딪히는 면이 생기는데, 그러니까 어떤 부분에서 수동적이 되기도 해서 스스로 너무 딜레마에 빠지곤 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안하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남자들이 지긋지긋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하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남자를 또 좋아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힘들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