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남자사람
미국에 이민가있던 여자1은 나의 여행친구 D 의 동창이다. 여자1은 십대 시절 이민을 갔는데, 거기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살고 있다. D 가 뉴욕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여자1은 만나자고 했고, 그래서 나도 같이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여자1은 우리에게 말도 없이 남자1을 데리고 왔더라. '여자친구들 만나러간다' 고 했더니 남자1이 심심하다며 따라간다고 했다는 것. 그래서 데려왔다는 거다. 나는 이때부터 살짝 불쾌했는데, 여자1이 데려간 식당은 와- 무슨 나이트클럽처럼 시끄러운 곳이었다. 내가 안좋아하는 분위기 ㅠㅠ 여자1은 여기가 너무 좋아서 손님들이 오면 항상 여기로 모신다고 하더라. 음... 그래, 분위기는 개인의 취향...
여자1은 내게 미국에서 살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기 주변에 싱글 남자가 많다는 거다.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라고..... 당신, 나 처음 보는데.........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말이 왜 바로 그곳의 남자와 결혼으로 이어지는거지..... 자기가 소개해줄테니, 소개해줄 남자가 많으니 소개 받으라는 거다. 자기 친구중에 정말 그렇게 결혼한 케이스도 있다고. 남자가 미국에 있고 여자 한국에 있는데 자기 소개로 연락처 주고받고 채팅하다 만나서 결혼했고, 그래서 미국 와 산다고...
내가.. 미국에 살기 위해서... 남자 소개받고 결혼해야 해???
내 친구가 아니라 d 의 친구여서 나는 그냥 싫은 내색 참아가며 웃었는데, 옆에 남자1은 와.... 내가 한국에서도 안만나는 한남이더라. 이십대 중반에 이민을 왔다는데, 어릴적 환경은 어쩔 수 없는걸까. 도무지 변할 수 없는걸까. 내가 책을 냈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자 '그럴 줄 알았다' 며, '그래서 생각이 많구나' 하더니, 그 뒤로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그렇게 생각이 많으면 시집 못가요!' 하는 게 아닌가!
네??????????????????????????????????????????????
아 진짜 d 만 아니었어도...... 어쨌든 내가 웃으면서 그런 시집이라면 안가고 만다고, 결혼 안할거라고 하자 남자1은 결혼을 왜 안하냐며,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려고 그러느냐고, 결혼해서 남편이랑 아이낳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거다. 아...뉴욕에서 만난 한남이여..... 미국도 답이 아니구먼. 한남은 뿌리깊고 한남은 전세계로 뻗어있구먼. 놀라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