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8
비염,아이패드,사옥
이렇게 키워드 써놓고 시작해야지, 쓰다가 까먹을라.
- 얼마전에 트윗에서 누군가가 '환절기가 오고 있고 알러지비염 있는 사람들은 지금 지르텍을 먹어라'라고 적어둔 걸 보았다. 나는 알러지 비염이 있고, 심하고, 계절이 바뀌는 걸 그 무엇보다 코가 먼저 아는 사람인지라, 그 트윗을 보고는 기억해두었다. 지르텍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는데, 그걸 먹어볼까? 하고. 아니나다를까, 엊그제부터 비염이 오려는 징조가 보인다. 보통 초창기에 이비인후과 가서 약을 먹으면 성하지 않고 초기에 죽기는 하는데, 이걸 놓치면 아주 몸이 난리가 난다. 약을 먹어도 낫지가 않고 꼼짝없이 앓아야 하는 것. 어제 e 와 대창에 소주를 먹는데, 아, 몸이 점점 힘든 게 느껴진다. 게다가 곧 생리도 시작할 참이다.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생리할 즈음에 오는 비염은 다른 비염보다 더 심하다. 생리와 만나면 비염이 너무 힘이 세져... ㅠㅠ
어제 고깃집에 손님이 꽉 차서 너무나 더웠고, 비염은 자꾸 오고, 컨디션이 영 별로라 소주 한 병을 둘이 나눠마시고 일어나서는 편의점에 가 와인을 한 병 샀다. 레스토랑에 가서 샐러드를 시켜 와인을 먹을 셈이었던 거다. 그러나 우리가 간 레스토랑은 여름휴가라고 문을 닫았더라. 할 수 없이 매봉역을 향해 걷다가 나오는 수제맥주집으로 들어갔다. 맥주 한 잔씩을 시켜두고 이야기좀 하려니, 어느새 사람들이 꽉 차서 너무 시끄러워 귀와 머리가 막 울리는 것 같다. 아 너무 시끄럽다, 라고 말하니 e 가 자기랑 같은 생각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나가자고 한다. 결국 맥주 한 잔씩만 더 마신채로 우리는 헤어져 각자의 집에 갔다.
길동역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걷다가 아직 문을 연 약국을 보고는 잠깐 멈칫 했다. 지르텍.. 먹어볼까, 하고. 그래서 들어갔고, 지르텍 달라고 했다. 이거 알러지 비염에 먹는 거 맞지요? 물으니, 모든 알러지에 듣는다고 하더라. 하루에 한 알만 먹으란다. 나는 오늘 술마셨으니 내일부터 먹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집에 가서 샤워하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 너무나 무겁고 비염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너무 힘든 거다. 지르텍 박스에는 과량의 알콜을 섭취한 후에 먹지는 말라고 되어 있더라. 그래서 곰곰 생각했다. 나는 과량의 알코올을 마셨나? 소주 반 병, 맥주 한 잔... 이거, 뭐, 거의 안 먹은 거나 다름없지 않나? 아, 몰라, 먹어. 이러고서는 꿀떡, 물과 함께 삼켰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는데 아, 진짜 힘없어, 기운 없어, 잠시후에 귀가한 남동생은 왜그렇게 사람이 다운됐냐고 물었고, 나는 비염이 와.. 생리랑 함께... 라고 말했다. 남동생은 '누나는 온갖 영양소를 다 흡수하고 다니는데 왜그러냐..'고 했고, 나는 몰라, 이러고 잠을 청했다. 가만 누워있는데, 갑자기 두려워졌다. 지르텍, 나 처음 먹어보는데..괜찮을까? 나 어떤 약에는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데, 혹시 이게 그러면 어떡하지? 그리고 내가 먹은 술이 소량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것이 아닌가? 괜히 술 먹고나서 먹어가지고..나 내일 아침 눈 못뜨는 건 아닐까? 약국에서 약사가 이거 먹으면 졸릴 거라고 했는데, 내가 내일 알람 소리도 못듣고 계속 자면 어쩌지? 이 약이 나랑은 안맞으면 어쩌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온통 지배해 ㅠㅠ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아, 진짜 몸이 너무 무거워 ㅠㅠ 정말 일어나기 싫어 ㅠㅠ 너무나 더 자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서도 한 구석에서는 지르텍이 내 몸에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는 거였다. 지르텍 덕인지 어젯밤처럼 비염 증상이 심한 건 아닌데, 이러다가 저녁 되면 또 심해지겠지.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다시 지르텍을 한 알 더 먹어야겠다. 비염과 생리가 같이 오다니, 이건 너무 가혹하다. 비염은 비염대로 생리는 생리대로 사람 괴롭히는데....아, 진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너무나 힘겹다..
나는 왜 생리할 때만 되면 초콜렛이 먹고 싶어지지 ㅠㅠ 오늘 아침에 얼마나 초콜렛 생각이 나던지. 생리 전에 초콜렛을 너무 먹고 싶어지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위해 늘 집에 초콜렛을 구비해두는 남자와의 로맨스소설을 써보고 싶다. (응?)
-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30만원과 다른 친구들과 식구들이 준 생일선물인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을 합쳐서 가방을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면세점에서 쇼핑을 해보고나니 면세점 쇼핑이 훨씬 나을듯해 가방은 면세점으로 넘기자, 고건 할부로 내가 알아서 지르자, 고 생각이 바뀌고, 친구들이 준 백화점상품권과 돈으로 아이패드를 사자... 하게 된다. 그러나 맥북도 있고 아이폰도 있어서 아이패드를 또 사는 게 너무나 사치로 느껴져. 이래도 될까, 싶어 망설이다가, 엊그제 현대백화점에 있는 아이패드 매장에 갔었더랬다. 알고 있는 가격이지만 한 번 더 묻고, 무게도 알지만 한 번 또 들어보고.... 좀 생각을 더 해보자 그러고 나왔는데, 나는 나에게 아이패드 살 핑계를 만들어 주고 싶어하더라. 맥북도 있고, 스맛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를 사야 할 이유!
그러다 전자책 생각이 났다. 그래, 아이패드는 전자책을 볼 수 있잖아? 여행 다닐 때 무겁게 책 가지고 다니는대신 아이패드 하나만 넣고 다니면 얼마나 짐이 가볍고 좋아?
까지 생각하고 나니, 전자책은 전자책전용뷰어로 보는 게 눈이 편하고, 굳이 보고 싶다면 사실 스맛폰으로 봐도 되고, 뭣보다 내가 전자책을 안본다는 게 막 머릿속에 쏟아진다. 전자책으로는..아이패드를 살 이유를 만들 수 없어. 그럼 어쩐다... 하다가,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아이패드를 사지 않는다면 계속 아이패드를 살까말까 살까말까 생각하게 될거야. 그러니 아이패드를 사는 게 이 고민을 끝내는 방법이지!!!!
그래서, 사는 걸로 마음을 정했다. 백화점 상품권을 준 친구와 현금을 준 친구에게 아이패드를 산 후에 인증해야겠다. ㅋ
니나노 닐늬리야~
나는 내적갈등의 승리자! v
- 27일 토요일에 회사가 이사를 한다. 언제부터였지...짓고 있던 사옥으로 간다. 어제 처음으로 사옥에 가보았는데, 별 생각 없었다가 새건물에 가보니 좋더라. 게다가 양재천 바로 앞이라 양재천이 보여..내가 올 봄에 양재천 걸어봐서 아는데, 봄에 진짜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데, 와, 전망 죽이겠구나 싶었다. 강남대로보다 비싼 데란다, 우리 사옥 있는 데가. ㅎㅎㅎ 이삿짐 쌀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고, 또 가서 새건물에 맞춰 보쓰가 어떤 행동을 보일까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지만, 가끔 멍때리면서 양재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옥상에 잔디를 깔아두고 나무도 심어뒀던데, 구석 한구탱이 내가 좀 차지해서 상추랑 토마토 좀 심어볼까... 점심시간 때 돗자리 가지고 옥상 가서 내가 심어둔 상추 뽑아가지고 밥을 싸먹으면 어떨까.. 같은 생각도 낭만적으로 해본다.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내 안엔 아직도 낭만이 남아있는가...나는 여전히 현실에서 도피하는가... 사실 벌써부터 거기 가면 어떤 문제들이 생길지, 어떤 걸로 스트레스 받게 될지 뻔히 보이는데, 그런 것들, 생각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