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이어리

ssabine 2016. 10. 13. 08:21


비서실에 온 게 2009년 이었다. 책상 서랍에 그때부터의 다이어리가 있네. ㅎㅎㅎㅎ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아니지, 올해 전까지만 해도 (종이)다이어리에 일기를 자주 쓰지도 않았고 많이 쓰지도 않았더랬다. 어쩌다가 적고 싶으면 적었는데, 저렇게 과거의 것부터 보노라니 새록새록. 재미있더라. 새삼 또 내 머리 쓰담씀담 해줬다. 잘했어.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내 일기장.

그러다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내가 봄씨에게 가졌던 감정과 봄씨를 거절하는 고민에 이르기까지, 이미 똑같은 경험을 전에 해본적이 있다는 거다! 난 내가 올해 쓴줄 알았는데, 저기 어딘가에, 몇 년전의 다이어리에 그게 있다! 과거 다이어리 읽다가 어어,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고민을 이 때 하고 있었네!!!! 했다. 물론, 결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이거 이렇게 나란히 사진찍고(ㅊㅇㅅ님이 한 번 보여달라셔서!!) 뿌듯뿌듯 했는데, 어제 집에서 이 사진 남동생에게 보여주니,


-누나 일기 쓰냐?

-응.

-나 한 번도 누나가 일기 쓰는 거 못봤는데?

-사무실에서 쓰지.

-야, 진짜 땡보직이다. 일기도 쓰고 인터넷에다 글도 쓰고. 진짜 땡보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빵터졌네. 나는 당연히, 누나는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고 할 줄 알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땡보직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