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다림

ssabine 2016. 11. 3. 17:06

9월말에 출판사에 두번째 책의 원고를 넘기고는, 11월에 나오게 해주세요, 라고 했었는데, 출판사 쪽에서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더랬다. 그때 같이 갔던 친구도 출판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던 터라, 너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라며 나한테 막 뭐라 했다. 하하하하하. 그래서 알겠다, 하고는 말았는데, 그 뒤로 이 원고에 대한 얘기가 없는 거다. 흐음. 이번 원고는 별로인가? 더 좋은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원고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묻지 않았다. 한 달이나 지났지만, 이번 꺼 영 별로인가...가끔 의심이 들었어도, 대표님이나 실장님께 '제 원고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묻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물어보자...라고 생각하던 참에, 오늘 대표님께 연락이 왔다.


친정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 내내 간호를 했는데 결국 10월에 돌아가셨다는 거였다. 그래서 상을 치르고 책 진행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책 소식 기다리실텐데 이런 소식 알려드리게 되어서 죄송하다고, 이제 기운 차리고 열심히 작업할텐데, 지금 급한 책 먼저 한 다음에 바로 시작하겠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이쿠야...


나는 내 책 나오는 게 급한 게 아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마음 너무 안좋으시겠다, 마음 먼저 추스리시고 몸 돌보시라, 등등의 답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대표님 마음 좀 괜찮아지시면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 대표님은 이해해줘서 고맙다며, 돌아가신 직후에 말할까 했지만, 다락방님이 너무 마음 아파하실까봐 말하지 않았어요, 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우리 사이에 이걸 말씀드리긴 해야할 것 같아서 이제야 말씀드려요,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아이쿠, 이 분이 ㅠ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체 어떤 사람인걸까.


그 메일을 받고, 출판사에게 닦달하지 않은 내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 라고 생각하길 잘했다. 만약 거기다대고 재촉했다면, 내 자신이 너무 미웠을 것 같다. 그러고보면 나는 기다림에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술을 마셔야겠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