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부

ssabine 2016. 11. 10. 10:02

언제나 막연히 영어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안해도 크게 불편한 게 없으므로 뒤로 밀려났다. 페미니즘 도서를 읽으며 점점 사고가 깊어지고 보는 시선이 넓어졌다고 스스로 평가하면서 기뻤지만,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공부를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거기에 영어는 없었다. 영어를 잘한다면 볼 수 있는 게 더 많아지고 시야가 더 넓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영어를 공부하자, 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세상에 공부할 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지금 하나도 제대로 다 아는 게 아닌데, 무슨.... 하는 생각으로 뒤로 밀려났는데, 

오늘은 출근하면서, 이제 영어공부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딱히 무슨 강의를 듣는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볼까, 하게 됐던 거다. 만약 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 보거나 듣는 게 많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일테니까.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시야도 확실히 더 넓어지는 거 아닐까 싶었던거다. 트윗을 하면서 어쩌다 해석할 수 있는 짧은 영어들을 접하고 기뻐하거나 슬퍼하면서, 만약 내가 지금보다 더 영어를 잘한다면, 조금 더 어렵고 긴 문장에 대해서 조금 더 기뻐하고 조금 더 슬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던 거다. 

오늘 출근길에 트윗에서 힐러리의 연설을 잠깐 들으면서, 백프로 다 알아들은 게 아니면서도 왈칵 눈물이 솟았더랬다. 그 연설의 키워드만 알아들은 셈인데, 그 연설의 키워드, 그것만으로도 내가 왈칵할 수 있다면, 전체를 완벽하게 알게 됐을 때 나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얻게 될것인가, 싶었던 거다.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얻고 싶으니, 그러려면 내가 공부를 해야 되는게 아닐까. 


일요일에 서점에 갔는데 와, 막 신나고 초조해지고 그러는거다. 읽고 싶은 책도 많았고,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성매매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고 싶어서 책을 찾아보고, 쉽게 쓰여진 철학 책도 좀 구경해보고, 츠바이크가 프로이트에 대해 쓴 책도 막 보고싶고, 이 모든 걸 다 보고 싶은데, 대체 어느 세월에 이걸 다 보고 익힌단 말인가. 할 게 너무 많아서 신나는데, 그래서 초조한거다. 다 할 수 가 없을테니까. 서점에 있는 책 내용을 다 머리에 넣고 싶은 욕구가 폭발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꽤 오랜시간동안 내게 지적 '허영심'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엔 그것이 욕망으로 바뀐 것 같다. 


이게 다 미국 대선 때문이야...


나는 트럼프가 미국 대선 후보로 나온다고 했을 때, 정말이지 깔깔거렸었다. 무슨, 미친, 트럼프가 무슨 대통령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이랬다. 돌았구나, 지가 나온다고 될 줄 아나, 사람들이 무슨 바본줄 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랬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트럼프는, 나에게 뭐랄까, 한국 대선에서의 허경영 같은 존재였달까....... 허무맹랑.........되지도 않을 것에 그냥 이슈만 시키려는......... 그러다 어제 대선 결과를 보고 개충격을 먹었지...애초에 힐러리랑 싸운다는 것부터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어제 나는 진짜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똑똑하고 강한 여자를 멍청한 남자가 이기는 것을........ 대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길래 트럼프한테 표를 주지?????????????????????????? 너무 충격이었던 거다.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아무튼 공부해야겠다. 이것도 저것도 죄다 공부해야지. 힘 닿는데까지 싸우려면 가진 무기가 많아야 할테니까.


아니, 그런데 나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 있단 말이지. 누가 돈 좀 대줬으면 좋겠다. 너 먹고 사는 거 내가 다 대줄테니, 너는 읽고 싶은 책 실컷 읽어라, 하고... ㅠㅠ 돈 버는 거 빡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