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월

ssabine 2017. 5. 28. 19:12

목소리:

페미니즘 북토크를 토요일에 다녀왔다. 총 6인의 공저자가 30분씩 강의를 하고 나머지는 그들이 토론하며 또 질의응답 하는 시간이었다. 엄기호는 진짜 강의 잘하더라. 되게 몰입시킨달까. 역시나 나는 정희진쌤 강연이 제일 좋았다. 열심히 얘기하시다가 본인 감정에 휩쓸려서 막 흥분하시는데, 그걸 보는게 난 너무 좋은 거다. 흥분,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이 분도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말씀을 하는 분이셔서 ㅋㅋㅋ 내스타일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여러명의 강의를 듣는데, 어떤 분들 강의는 통 집중이 안되고, 집중이 안되다보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막 그런 거다. 같이 들은 친구들 중에는 내가 집중 전혀 안되는 강의를 제일 좋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는데 이건 어디에서 온 차이일까, 곰곰 생각하다가, 어쩌면 목소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가 나를 집중시키지 못하는, 나를 끌어당기지 못하는 목소리인 것 같은 거다. 들으면서 '저 목소리 싫다'고 생각한 건 전혀 아니었는데, 물론 '저 목소리 좋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진짜 너무 집중 안되고 붕붕 떠있는 것 같달까. 주변에서만 맴돌다 사라지는 강의인 거다. 이건 저 사람과 나의 목소리 합이 맞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는 알게모르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상대의 말에 집중시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러고보면 목소리로 집중 못시키는 사람을 내가 좋아하진 못하는 것 같다.



타미 사진:

강의를 듣고 있는데 여동생이 타미 사진을 연달아 네 장 보내왔다. 제동생 때문에 짜증이 나 있는 타미라는데, 그 표정이 너무 예뻐서 사진 찍어 보냈다는 것. 짜증난 아이의 표정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나는 변태인가.. ㅠㅠ 미안해 타미야. ㅠㅠ 근데 너무 예뻐서 ㅠㅠㅠㅠ 이모가 미치겠어 ㅠㅠㅠㅠㅠ 아무튼 너무 예뻐서, 받자마자 습관적으로 '아 B 가 보면 예쁘다고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런데 나는 이제 이 사진을 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지. 이거 보내주면 예쁘다고 막 나랑 흥분해서 얘기할텐데. 이 예쁜 사진을 보내줄 수 없어서 안타깝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이 아이의 성장과정을 같이 보고 이야기나누고 그랬는데 이제 그걸 못하겠네 싶었다. 그에게도 조카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타미 얘기를 제일 많이 했더랬다. 우리의 모든 조카들을 통틀어서. 심지어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타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정말 예쁘다고. 이 예쁜 사진을 보여줄 수 없다니 너무 안타깝네.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옷:

얼마전에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강의를 들으러 가려는데, 엄마는 야하다고 '절대 회사에는 입고가지 말라'고 했고, 남동생은 '가슴 조심해' 라고 했다. 가슴 부분이 깊게 파여서 골이 보이기도 했지만, 가슴 부분이 레이스여서 ㅋㅋㅋㅋ은근히 야한 거다. 근데 뭔가 나는 씐나가지고 ㅋㅋㅋ 아무튼지간에 그렇게 입고 나가려는데, 남동생이 누나 왜그러냐고 왜 그렇게 야한 옷을 입고 나가느냐고 하는 거다. 


-남자 꼬실라 그런다. 왜.

-누나는 지적인 걸로 남자 꼬신다며.

-지성과 가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성과 가슴이라니. 멋지다 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내가 뭐 이쁘게 하고 가려고 한 건 아닌데 스스로 너무 예쁘게 느껴졌고, 강의실에 도착하니 왜이렇게 이쁘게 하고 왔냐고 친구들도 막 그러고 ㅋㅋㅋㅋ 씐났음. 밤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한 명이 나 오늘 이렇게 입은 거 너무 예쁘다고 하면서 '그런데 내가 입으면 그렇게 야하진 않을거야, 나는 가슴이 없어서' 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은 나에게 '너가 입으니까 참 예쁜데 내 여자친구가 입으면 싫을 옷이야'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그래서 다들 '니 여자친구한테 사람들은 관심없다'고 했는데, 그 친구는 '알지만 신경쓰여' 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나도 그 마음 안다고 했다.

B 는 내게 상반신 누드 사진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몸이 진짜 너무 예뻐가지고, 보면서 내가 막 흥분하고 그랬었는데, 아아 너무 좋다 하고 핸펀 바탕화면에도 하고 그랬었는데 ㅋㅋㅋㅋㅋ 이 멋진 몸을 가지고 돌아다니면 여자들이 얼마나 반할까..막 이런 거 내가 걱정하고 그랬더랬다. 그래서 그도 내게 '너는 내가 내 방 침대에 있을 때 제일 좋아해' 라고 말했었는데, 나는 진짜 그가 마트를 가도, 길거리 걸어도, 모임을 가도, 막 너무 예뻐가지고 여자들이 쑝쑝 갈텐데..이런 고민을 했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어디 나가지 말고 침대에만 있었으면....막 이랬던 거다. 

이 얘기를 어제 친구가 '내 여자친구가 입으면 싫을 옷' 이라고 할 때 했더니, 다들 야유하면서, '야 니 애인 너나 예쁘지' 막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 그래 알어, 아는데, 그랬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막 어디 나다니면 여자들이 다 반할 것 같았어, 졸라 멋져서 ㅋㅋㅋㅋㅋ막 이랬는데, 그러자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그사람 말고 그 전 애인들한테도 그런 걱정이 들었었어?


-아니. 전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마시다 빵빵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술 넘나 좋은 것 같다. 




약:

5월 한달 내내 진짜 축축 쳐졌더랬다. 조금 좋아질려나 싶으면 또 가라앉고, 그 가라앉음이 지속되다보니 아무 의욕도 없었는데, 그래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하지 못한 일들이 쌓여 있다. 금요일에는 진짜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우울해져서, 아, 왜이렇게 한달 내내 축축 쳐지고 기운이 하나도 없지...생각하다가, 어쩌면 이건 약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두염으로 약을 지어 먹었는데, 이 약이 이렇게 만든 게 아닐까... 했던 것. 아무 의욕도 없고 욕망도 안생겼는데, 무엇보다 식욕이 없다는 게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항상 뭔가 먹고 싶고 마시고 싶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런 생각이 너무 안들어서 우울한거다. 무언가를 욕망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거는 내게 너무 우울했다. 회사 동료는 '식욕이 없으면 그 기회에 다이어트 할 수 있고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식욕이 없는 내 상태가 마치 죽어있는 상태 같아서 너무 싫었다. 머릿속으로 이 음식 저 음식 다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심드렁했는데, 그 심드렁한 상태가 너무 견디기 힘이 든 거다. 다시 욕망으로 가득차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지.... 마침 금요일 점심때 까지 약 먹으면 지어온 약을 다 먹는 거였고, 그 뒤에 다시 병원을 가지도 말고 약도 짓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뭘 먹어서 내 식욕을 되살려놓을까 고민하다가, 금요일 저녁에 갈비를 먹으러 갔다. 갈비 먹고 싶다!! 라고 했지만 사실 먹고 싶진 않았고, 갈비를 먹으면 그 다음에 뭔가 식욕이 살아나지 않을까 했던 거다. 어쨌든 엄마랑 갈비를 먹고 그 날 밤에 일찍 잤는데, 아무래도 약 때문에 내가 의욕 없고 우울한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이제 그냥 기침을 하면서 버텨봐야겠다 싶었는데, 아 기침이 너무 계속 나니까, 안되겠다 너 병원 가라, 엄마가 그러셨고, 나도 너무 괴로워서 이번엔 동네에 내가 잘 가는, 잘 낫는 이비인후과를 갔다. 엄마랑 남동생은 거기 닥터 불친절하고 사람도 많아 싫다는데, 나는 거기 닥터 불친절함이 이상하게 뭔가 친절하게 느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는 나를 언제나 잘 낫게 해줘서(내 비염은 언제나 거기서만 치료가 됐어!) 굳이 오래 기다려서라도 거기를 가곤 했다. 이번에 후두염은 회사에서 눈물나게 아픈 바람에 회사 근처로 갔었고.... 거기서 먹은 약이 나를 미치게 만든 것 같아.... 아무튼지간에 그래서 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후두염은 기침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했고, 너 전에도 이렇게 기침 오래한 적 있지 않냐, 물었다. 그래서 내가 몇 년전에 그런 적이 잇었다 말하니, 알러지라고 했다. 이 기침은 오래가고 잘 낫지 않는다고.. ㅠㅠ 내가 몇 해전에도 두달동안이었나 기침을 해서 내과에 가서 폐 사진까지 다 찍어봤었는데 완전 멀쩡했더랬다. 한약도 먹어보고 엄마가 무슨 약물도 타주고 그랬는데도 통 기침이 떨어지질 않았더랬어. ㅠㅠ 감기나 이런 증상 다른 거 아무것도 없고 그냥 기침만 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래서 또 약을 지어주는데, 내가 선생님께, '후두염이라고 해서 약을 처방 받아 먹었는데, 저 너무 의욕없고 기운 없고 우울했다, 혹시 이거 약 때문인거냐' 물었더니,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은 그렇다' 라고 하더라. 지금 자기가 지어주는 약도 그렇게 축 쳐지게 할 거라고... 흐음........ 그리고 내게 약에 알러지 있는 거 있냐 해서 있다고 하고 내가 어느 약에 알러지 있는지를 말했는데, 이 계통약을 쓰려고 했는데, 안되겠다며 다른 약을 넣겠다고 했다. 


나는 어떤 약에 대해 알러지가 있고 그래서 약을 먹을 때 쫄리는 경우가 많다. 이미 알고 있는 알러지가 있지만, 혹여 새로운 약을 먹게 될 때 내가 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진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해 두려운 거다. 싫어 ㅠㅠ 닥터는 약 알러지가 있으면 약을 처방하기가 되게 짜증나는데, 그건 그 계통의 약을 다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이레놀은 어떻냐고 묻길래 괜찮다고 했더니 그럼 그 계통으로 약을 처방하겠다 해서 약을 받아왔는데, 토요일 당일엔 술마실거라 약을 안먹었고, 일요일인 오늘 아침 먹고 약을 먹었는데, 아..... 이 약을 먹고 방 청소를 하고 씻으려는데.....그래서 속옷을 챙기고 욕실로 들어가려는데....머리가 핑- 그러는 거다. 심하게는 아닌데 어지러운 것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 정말 핑- 했던 것. 머리가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라 해야하나...너무 당황스러워서 침대에 누워 잠깐 쉬다가, 일자산 간다고 일어나 옷을 입으려는데 그래도 또 핑..... 하아- 엄마, 머리가 핑- 도네. 이러고는 일자산 갔다올게, 했더니 엄마는 가지말라고 하셨다. 야, 너 그러다 산에서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니야, 이거 쓰러질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가지마! 이런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핑- 이래가지고...너무 가기 싫어지는 거다. 그래서 일자산 가기를 포기하고 드러누웠다. 아... 아무것도 못하겠다....이러고 드러누웠어..... 휴..... 좀 드러누웠다가 일어나니 괜찮아져서 일어나 씻고 남동생하고 백화점엘 갔다.



백화점:

필요한 게 있어서 사러 갔는데, 무지에 가서 가디건도 싸게 사고 그래서 너무 좋았다. 이것도 좋았는데, 푸드코트에서 남동생하고 쌀국수랑 충무김밥이랑 떡볶이 시켜두고 먹는데, 다 너무 맛있어서 우리 둘이서 싹싹 비운 거다. 이거 맛있게 먹는 것도 너무 좋았다. 남동생이 충무김밥 좋아해서 너무 좋고. 사실 그간 내가 사귀어온 남자들이 나랑 충무김밥을 먹으면 '니가 좋다고 해서 먹긴 하는데, 대체 이걸 왜 먹는건지 무슨 맛으로 먹는건지 모르겠다' 막 이랬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봄씨도 그랬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충무김밥 진짜 너무 맛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랑하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남동생이 같이 맛있게 먹고 좋아하니까, '우리 충무김밥 먹을까?' 이러니까 또 내가 막 씐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시간이었다. 아아, 이런 놈이 내년에 장가를 간다니 ㅠㅠㅠ 너 장가가면 어떡하냐 ㅠㅠㅠㅠㅠㅠㅠㅠ 



5월:

5월 초부터 왜이렇게 기운이 딸리고 축축 쳐지나, 그리고 왜 이게 한 달이나 가나....하, 너무 일상이 지치네...라고 생각하다가 퍼뜩, 년초에 뽑아 놓은 인터넷 사주를 들춰봤다. 거기에 월별운세가 있는데, 뭐라고 써잇나 보자, 했던 것. 헐. 그런데 5월을 찾아 읽는데, 첫 줄에 이렇게 써있었다.


'5월은 답답한 달이다.'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지나가고 있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니.... 하아- 기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