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와 나를 만나고 간 B 는 그 이후로 살이 막 쪘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배에 왕(王)자가 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왕이 그를 살짝 찍고갔어....어쨌든 살이 막 찐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B 는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했다. 일전에도 다이어트로 몸무게 감량에 성공하고 지금의 몸을 만들어둔 경험도 있는지라, 한 달만에 10키로를 감량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더라. 한 달에 어떻게 10키로를 빼냐, 라고 의심하는 나에게 '내기하자'고 그가 말했고, 그래서 그와 나의 내기가 시작되었다. 나도 다이어트를 같이 하는 걸로 하고, 기간은 두 달로 늘이자고 내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의 약속된 시간은 12월 31일. 10키로 감량을 목표로 1키로당 만 원씩을 내가 주는건데, 만약 그가 그때까지 10키로를 감량하고 내가 7키로를 감량한다면,
10-7=3
3만원을 그에게 주는 거고, 그가 10키로를 감량하고 내가 11키로를 감량한다면,
10-11=-1
그나 내게 1만원을 주는 거다.
물론 그가 10키로를 감량했는데 내가 2키로를 찌웠다면...
10+2=12
내가 그에게 12만원을 주는 거고....
어제부터 당장 저녁에 샐러드를 먹겠다는 B에게, 나는 오늘 약속이 있으니 순대볶음에 소주를 먹겠다, 라고 했더니, B는 어쩐지 자신이 감량하지 않아도 자신이 돈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아니, 이남자가!! -_-;;
아무튼 이 사실을 인스타에서 친구1에게 얘기하자, 다짐이 아닌 실천사항을 말해달라고 하던데, 음, 실천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바가 없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이러다가 돈 왕창 내는 거 아닌가 몰라.
월요일부터 평소보다 더 빨리 일어나고 있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기 위함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사연이 있다.
금요일 아침에 보쓰가 사무실에 전화를 했는데 우리가 출근을 하지 않았던 거다. 그러자 보쓰는 임원1에게 전화해 왜 그들이 아직 출근하지 않았냐, 일찍 출근시키라, 라고 전했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내가 그 얘길 듣고 보쓰에게 전화한 시간이 07:38. 전화하자마자 보쓰는 내게 왜그렇게 출근이 늦냐며 한소리 하더라. 나는 잠깐 멘붕이 왔다. 그래서 잠깐동안 적막이 흘렀다. 늦다고?
늦어?
늦다고?
우리 회사 출근 시간은 08:00 이다. 그리고 내가 전화한 시간은 07:38이고. 근데...늦어? 미쳤나?
그 적막이 흐른 뒤에 나는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급하지도 않은 업무지시를 받고는 하루종일 기분이 나빴다. 내가 지각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1,2분 전에 온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따위로 말을 하지? 하루종일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너무 오래 다녔다는 생각을 지난주에 계속 했는데, 금요일엔 진짜 피크였다. 주말 내내 우울했고, 어쨌든 다른 대안이 없어 이 회사를 다녀야하니, 지금은 굴복하자. 그래서 월요일엔 05:10에 일어났다. 너무 일찍 일어났나 싶어 밥도 볶아먹고 나왔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일곱시를 조금 넘겼더라. 그래서 오늘은 05:30에 일어났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7시17분? 쯤 되더라. 막내에게도 더럽지만 30분까지는 도착하라고 일렀다. 그렇게 말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이 회사에 다니는 14년간 매일 일찍 일어나야 했다. 강남에 있을 때는 6시에 일어났고, 양재로 와서는 05:48에 일어났다. 그런데 이제는 05:30에 일어난다.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얼마나 더 해야 할까? 일찍 일어난다는 생각에 늦게 자는게 더 부담스럽다. 자는 시간도 좀 앞당겨야 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제는 열시도 안돼 잠자리에 들었다(라지만 사실은 술을 마셔서 졸렸다 -_-).
친구 R 이, 죄송한 게 없는데 왜 죄송하다고 말했느냐고 분노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한 게 너무나 수치스럽고 화가난다. 분하다.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해야하는 것들, 그런것들을 한다는 생각때문에 미칠 것 같다. 죄송하지 않은데 죄송하다고 해야했던 상황이, 그런 상황에 내가 놓였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세상의 많은 임금근로자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몇해전이었지, 재작년이었나. 한참동안 보쓰가 미워서 그 미움이 굉장히 강하게 자리잡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했던 시기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시절은 지나갔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부조리함이 들어와 앉은 것 같다. 회사생활 더러운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늘상 알아온 일이었는데, 뭐랄까, 이번에는 예전에 보쓰를 미워했던 그자리에 굉장히 강한 축으로 더러움이 와 박힌 느낌. 한동안은 이 강한 축이 세게 박혀있을 것만 같다. 이 부조리함이 쉽게 잊혀질 것 같지가 않다. 그런 시기가 또 온 것 같다. 또 찾아들었다. 내가 너무 열심히 일했다는 느낌, 내가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는 느낌. 이제는 그만 놓고 싶다는 생각.
아, 그런데 이 얘기 왜 했지? 다이어트랑 일찍 일어나는 거 뭔가 연결할라 그랬는데 일찍 일어나는 거 쓰다보니까 까먹었네?? 쩝-
그러니까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감량을 하느냐 하면........................어쩌지? 아 지금은 배가 불러서 생각을 못하겠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는 어제 아빠가 사다 두신 팥과 콩이 잔뜩 들어간 식빵에 크림치즈를 쳐발쳐발해서 딸기쨈을 또 그 위에 쳐발쳐발하고 스팸을 넣은 계란을 넣은 다음에 그 위에 체다치즈를 한 장 얹어서 내가 샌드위치를 만들어가지고 온 것이다. 그걸 막내랑 나눠 먹었더니 진짜 배가 터질 것 같아 -0-
나, 맛이 어떨지는 모르겠어.
라고 막내에게 말하자,
맛이 없을 수가 없잖아요?
하더라. 들어간 것들의 목록을 읊어주자 한 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배가 빵빵해. 뭔가 나도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해. 다이어트에 대해서 말이다. 아 근데 생각하기 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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