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달아난다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편 그늘까지 화사하구나
죽방렴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마리 멸치처럼
빠른 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무둥치라 여긴 내 중심은 자주 거무스름하다
임산부가 행복하다면 가뜩 낀 기미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일까
덜컹거리며 꽃길 백 리,
어쩌자고 화염길 천 리,
나는 역방향에 앉아서
그가 다 보고 난 풍경을
뒤늦게 훑는다
그 자리 그대로인데
풍경은 왜 놀란 듯 달아나고 있는지
벚꽃은 제가 절정인 줄 모르고
절정은 또한 제 시절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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