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4. 08:48

- 하아... 인생 뭘까.

오늘 아침에 평소대로 일어나고(어제 술마셔서 일어나기 더 싫었지만) 평소대로 버스를 타고 평소대로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평소대로 출근길에 B 와 통화를 했다. 지하철안에서 통화할 때 혹여라도 내 목소리가 커질까봐 한 쪽 귀 이어폰은 빼놓으면서 내 목소리 크기 체크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통화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그렇게 한 쪽 귀 이어폰 빼고 조용조용 통화를 하다가, 뭔가 싸한 느낌... 기존에 지하철 바깥으로 보이던 정차역의 풍경이 아닌 이건 뭐지.. 하고 좀 낯설어 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죄다 내리고, 어엇? 뭐지?뭐지? 했더니, 내가 내려야할 오금역을 지나쳐서 종점인 상일동 역까지 간 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뭐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아....다시 반대편 가서 열차를 타고 오금을 가서 3호선 갈아타고 가는 길은 험난하기도 한거지만 시간이 가늠이 안되어서, 아아, 택시를 타야겠구나, 하고는 얼른 출구로 나가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다행히 택시는 1분만에 왔고, 그렇게 나는 택시를 탔는데 ㅠㅠ 아 너무 짜증나는 게, 내가 잠이라도 더 잔거였다면, 늦잠이라도 잔거였다면 억울하지나 않았을텐데, 집에서 탄 거라면 편하게라도 갔을텐데, 이건 일찍 일어나는 것도 변함없고 버스타고 지하철도 탔던거라 육체는 고생대로 하고... 그러면서 택시비는 또 15,600원이나 나왔다. 아, 너무 진짜 스스로 한심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택시를 탄 게 돈을 들여서 편리를 산 거여야 하는데, 이건 마지못해 내 의지와 달리 탄거라서 너무 딥빡이 오는 거다. 아 쌩돈 날리는 느낌. 그렇지만 이 돈이 아니라면 나는 더 힘들어졌을지도 몰라. 그래,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너무 빡쳐하지 말자... 


아니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는데 오늘 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ㅠㅠ 어제 술 마시긴 했지만 둘이서 소주 두 병 마시다가 남겼는데, 많이도 안마시고 또 일찍 들어왔는데 ㅠㅠ 아 너무 컨디션 엉망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금요일 골반요가, 세상에서 가장 빡센 요가인데, 이거 해야지. 이거 하다 보면 다른 생각 안날테니까... ㅠㅠ



- 내게 요즘 관심대상은 페미니즘과 요가이다. 여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고 또 여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인데, 페미니즘을 알면 알수록 그리고 내가 여자로 살아가면 살수록, 나는 래디컬이 될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어차피 결국 최종적으로 와야할 곳은 여기구나, 하고. 나는 이미 이쪽으로 와있기 때문에 최근에 내 타임라인에서 ㅇㅁㄷ 비난하는 글, 그것도 '오호라 잘걸렸다 어디 한 번 된통 당해봐라' 하는 글을 보면 너무 불편한 거다. 너무 짜증나. 그래서 내가 나의 친구들을 떠올려봤다. 나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대부분, 거의 다 여자사람들 이었는데, 만약 이들이 나랑 다른 노선을 걷는다고 할 때-물론 같은 노선을 걷는 친구는 두 명정도밖에 없다-, 나는 그들이 싫어질까? 미워질까? 원망스러울까? 하고.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되물었는데 답은 '아니'였다. 어제도 R 과 얘기하면서 너가 나랑 다른 페미니즘을 추구해도 나는 너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을거야, 라고 얘기했더랬다. 이건 내 주변에 누구라도, 내가 지금 좋아하는 친구들 누구라도 그렇다. 나는 우리가 각자의 페미니즘울 놓고 그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와중에 나는 갈증을 느낀다. 그럴 때면 나같은 꼴페미, 나랑 같은 노선을 걷는 ㅇ 생각이 나서 아아, 꼴페미인 너를 만나고 싶다!! 이렇게 된다. 무튼. 


 SNS 에서 팔로우해놓고 보는 사람들은 여러부류가 있지만 그중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친구가 있었다. 남자사람인데, 평소에 본인이 페미닌한 것을 좀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었고, 응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그 사람이 거기에서 지내는 걸 특별한 관심없이 보기만 했었다. 사실 내 보기엔 허세와 중2병이 고루 섞인 사람인 것 같았는데, 이건 각자 보는 게 달라서이니, 내가 그렇게 보는 면을 보고 누군가는 홀딱 반하기도 하는 것이고.... 그런데 최근에 이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글들을 리트윗 하는 거 보고, 하아, 뭐가 페미닌한거냐...그냥 한남이구먼...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젯밤에 K 랑 술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그 사람을 언팔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거다. 역시 처음부터 으응? 했던 사람은 역시 흐음... 하게 되는구먼.. .하고. 그리고 들어가서 약간 망설였는데, 내 친구들이 자주 만나는 친구인데, 음... 그렇지만 내 친구 아니니까, 이러고 약간 갈등을 겪는데 내 팔로워가 줄어있었다. 이건 줄었다 늘었다 하니까 그간 심드렁하게 그러든지...하고 별 신경 안썼는데, 게다가 최근 리트윗한 글들 때문에 나를 언팔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어제는 갑자기 뭔가 어라? 하는 생각이 되었고, 내가 언팔하려는 그 사람이 나를 언팔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내가 그 사람이 리튓한 글들이 싫었다면 그 역시 내가 쓴 글들이 싫었을 게 당연하니까. 그래서 확인해보니 그 사람이 나를 먼저 언팔했더라. 아, 당신도 내 글이 싫었구나... 그런 글 리튓하는 사람이라면 내 글이 좋을 리가 없지.....



- 이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역시 '1프로의 어떤 것'을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거 뭘까. 왜 어떤 점에 대해서 누군가는 내치게 되고 누군가는 포용하게 될까. 왜 '이런 점이 싫어서' 누군가는 다시는 안보게 되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게될까. 바로 그게 애정의 유무, 애정의 크기 차이가 아닌가 싶은 거다. 애초에 애정이 별로 없으니까 싫은 면이 보였을 때 세이 굿바이 하게 되고, 애정이 있으면 응, 너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된달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금 다정한 관계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럽고 기쁘다. 그리고 다른 점이 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함께 가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애정 없는 사람을 굳이 '다르니까' 하고 끌고갈 필요는 전혀 없지. 내 에너지를 그런 데 쓸 수는 없어... 그래서 좋아한다는 건 되게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은 힘이 세다. 애정은 받아들이는 범위를 넓고 깊게 해준다. 




- 컨디션이 진짜 뻐킹이네... 책상 위에 길리안 초콜렛이 있는데 이것 좀 먹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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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11. 22. 09:02

- 역시 도시락이 맛있다. 도시락은 참 이상하게 맛있어. 풀무원 도시락배달 끝나고나서 또 먹고 싶은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아 귀찮아 미치겠는데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고 있다. 아 너무 맛있어. 갓김치랑 소세지 반찬이라든가 오늘은 김치볶음에 연근조림 싸왔는데, 김도 싸와가지고 먹으면 진짜 세상 맛있어... 너무 맛있어서 도시락 먹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렇지만 가지고 들고 다니는 거 넘나 짜증나고.... 어쨌든. 

풀무원 잇슬림은 그것만 먹으면 진짜 살 좍좍 빠지겠는데, 양도 적고 저염식이라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는 구조. 문제는 그걸 먹으면 더럽게 우울해진다는 데 있다. 새삼 깨달았는데 진짜 너무 핵우울해져서 아아, 나 안되겠다, 다른 방법을 쓰자, 하고 막판 잇슬림 도시락은 막 고추참치에 비벼먹고 누들면과 같이 먹고 나름 맛있게 먹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가 다 먹고나서 도시락 싸오는데 아 넘나 맛있어. 도시락 사랑해요 진짜. 그렇지만 귀찮다...


어제 저녁은 요가를 갈거라 가볍게 먹자 싶어서 가는 길에 샐러드 사먹을까 하다가, 일전에 일본 다녀온 E 가 준 그래놀라 생각이 나서, 냉장고에 검은콩 베지밀도 있겠다. 말아서 후루룩 먹는데 넘나 맛있는 거다. 이 그래놀라가 녹차 그래놀라인데 진짜 핵맛있음. 아아, 이걸로 하면 되겠다 싶어서 더 사야지 하고 검색했는데 국내에선 안팔고 일본 직구인거라. 친구가 알려준 직구 사이트에 가서 검색하니 있었고!! 그래서 주문하려는데 배송비가 넘나..... 하아. 그래서 포기했다. 이 그래놀라 진짜 맛있는데... 어떻게 구할 수 있나요 ㅠㅠ 


내가 넘나 아쉬워하자 E 가 다음에 일본 갈 때 사다준다고 하는데, 언제 가는데? 언제? 언제? 엉엉 ㅠㅠ






- 어제 요가는 빈야사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은 빡세게 할거라고 했고 진짜 빡셌어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가 긴 팔을 입긴 했지만 와, 어제 진짜 땀을 뚝뚝 흘림. 넘나 힘들었다. 어제의 도전자세는 시도도 못하고(한쪽 팔을 직각으로 한 상태에서 거기에 한 쪽 다리 올려 쭉 뻗고 공중에서 들어올리고 뒷다리도 들어올리는.... 보다가 기절하는 자세였다), 어쨌든 따라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따라했는데, 여전히 안되는 동작은 안되어서 '아아 나는 요가바보다' 하고 울적해지지만, 또 어떤 동작은 안되던 건데 되기도 하는 거다. 어제 지난번에는 '야 나 이건 안되겠다' 했던 동작이 되는 바람에 좀 씐남. 그 다음 단계까지 넘어가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지난번엔 안됐던 거였어. 헤헷. 



- ㅊㄱ 님의 생일이라서 어제 생일 선물로 치킨 기프티콘을 보냈는데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치킨 먹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굽네치킨' 먹고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라이드 말고 굽네치킨의 그 치킨...그리고 닭봉이라든가 핫윙이라든가 넘나 먹고싶은 거다. 아아 치킨 어떡하지... 언제 먹을 수 있나. 오늘은 공부하러 가고 내일하고 모레는 요가가고 토요일은 약속 있고...아아 먹을 시간이 없어. 할 수 없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먹자! 우우~~ 이번주 일요일 일요일에 치킨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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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11. 20. 08:48

- 약속없는 토요일은 오랜만이었다. 나는 머리를 자르고 영화를 보고 페디를 받으려고 계획하고 이 모두를 다 해냈는데, 머리를 자르러 간 미장원은 그사이 원장님이 바뀌어 있었다. 바뀌었다기 보다는 원장님이 다른 지점으로 간건데, 내가 묻진 않아서 잠깐 간건지 아주 간건지는 모르겠지만 위례에 새로 미용실을 오픈해 가있다 했고 지금 이 미장원은 부원장이 맡아 하고 있다는 거였다. 2주전인가 여동생이 먼저 머리 하러 갔다가 이 사실을 내게 전했는데 부원장 역시 머리 스타일을 잘 잡아주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바로 캐치했다고 하며 좋아했더랬다. 내 말을 잘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헤주는 미장원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서 나는 몇 년째 이 미장원에서 이 원장님께만 받았다가 이 소식에 좀 당혹스러웠는데, 그렇다고 내가 위례까지는 갈 수 없어서 어쨌든 처음으로 부원장님께 받아보았다. 웬걸, 원장님보다 더 잘해줘! 더 꼼꼼하다. 원장님 같은 경우에는 너무 숙련자(?)라 그런지 머리 자르는 데 시간도 엄청 짧게 걸리고 파바바박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부원장님은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몇 번이나 길이가 양쪽 똑같은지 체크하는데 되게 신뢰가 가는 거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바를 바로 딱 캐치해서 해주셨어... 아아 믿고갈 수 있겠다... 좋았어.....


페디를 받으러 가서는 말할까 말까, 여기다 말하는 게 맞나 아닌가...하다가, 내가 발가락 아프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발가락 아픈지는 좀 되었는데, 발톱을 짧게 깎은 것도 아닌데 엄지 발가락 옆에가 너무 아픈 거다. 왼쪽 오른쪽 다 아픈데 왼쪽이 심하게 아퍼서, 대체 이건 왜인가, 어느 병원엘 가야하나, 매일 고민만 하다 가질 못했었고, 요가를 할 때도 발가락이 아픈 건 되게 불편했다. 그냥 가만 있으면 안아픈데 발을 움직이거나 그쪽에 자극이 가면 아파서, 잊고 있다가 불쑥 아프곤 했던 것. 여기에서 말하면 뭔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래 한 번 말이나 해보자, 하고 페디 해주는 직원 분들께(다른 손님이 없어서 두 분 다 내 발을 관리해주고 계셨다)얘길 하니, 이미 발라져있던 매니큐어를 지워주면서는 발톱이 안으로 들어갔다는 거다. 그러면서 "오늘 매니큐어 한 번 쉬실래요?" 묻더라. 쉬는 게 나을까요? 물으니, 내가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오래 있어서 발이 아플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거다. 매니큐어를 발라놓으면 발톱이 자꾸 안으로 말려간다는 거였다. 바르고 며칠 있다 지워야 하는데 나는 그냥 발이니까 신경 안쓰고 있다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지경까지 오게된 것.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였지 확실히 그런거다 한 건 아니어서, 어쨌든 직원분들이 일단 들어간 거 빼주고 영양 케어까지만 해주겠다 하신 거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해달라 했는데, 만지는 중에도 계속 아팠어.. 흑흑 ㅠㅠ 마치고나니 처음 갈 때보다 덜아팠고 지금은 확실히 편해졌다. 아아,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으으으, 말하길 잘했다. 여기였어!


직원 분은 혹여라도 계속 아프면 관리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다시 오라고 했다. 발톱에 붙여서 치료하는 게 있고 발톱을 들어올려서 치료하는 게 있다는 데, 와서 결정하라는 것. 그런데 지금 한결 편해져서 너무나 좋다. 여름이 오기까지는 매니큐어는 안발라야겠다.



- 토요일 새벽에는 오만년만에 L 이 꿈에 나왔다. 꿈에서 그는 나와 갈등 관계였는데, 나는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는 내가 행동하지 않음에 대해 비난할 자세를 갖춘 듯 보였다. '내가 이걸 안하면 저 사람이 뭐라고 하겠지' 하고 신경쓰면서 나는 내심 속상해했는데, 그런 한편 '아 그래도 내가 하기 싫으면 안하는거지, 내가 왜 신경써' 이러면서 애써 그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래, 그에게 더이상 잘보일 필요는 없지' 하는 마음을 자꾸 되새기면서.


꿈에서 만나고나자 그가 그리웠다. 우리 정말 잘지냈었고, 그와 친구로 지내는 동안 나는 총 세 번의 애인을 만났었는데, 그러면서도 그와 계속 친구를 할만큼 한 쪽에서 내게 되게 든든한 존재였던 거다. 오래라고 하면 오래라고 할만큼 친했고 좋아했는데, 결국 그와 멀어진 게 안타까우면서 또 당연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그가 ㅎㅅㅎ 비난하는 발언을 자기 포스팅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글을 보고서는, 꼴페미인 나는, '아, 결국 얘랑 찢어졌겠구나.... 내가 그 때 참고 그랑 친구했다고 해도 갈라설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어' 같은 걸 생각했더랬다. 그가 그 짧은 글을 썼던 뉘앙스, 내용 모두가 나랑은 너무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았다. 그래놓고 자기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이라 생각할 테니, 여자로 살아왔고 또 남은 생을 여자로 살아갈 나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 너랑은 아닌 게 맞았어, 라고 생각하다가도, 또 좋았던 때를 생각하면 그립고 그렇다. 그 전의 연애들 중에 L 을 친구로 두었을 때, 정서적 만족감을 나는 애인이 아니라 L 에게서 받았더랬다. 그는 내가 듣고싶어하는 말이 무언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나를 많이 웃게 했었다. 애인과 보냈던 시간들보다, 그와 강변역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었던 시간이 더 좋았고 기억에 남을만큼. 나는 그 시간이 좋았어서 그에게 '이런 시간 자주 갖자'고도 말했었는데, 우린 결국 이렇게 멀어지고 말았네. 좋다고 계속 데리고갈 수 없는 것이야....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 그가 딱 걸렸고, 나 역시 아마도 그에게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멀어지게 된 건, 나 혼자만 연락하지 않는다고 된 게 아니니까. 그립다가도 그 포스팅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된다. 안녕... 나는 이렇게 가끔 당신과 다시 이별한다.



- 지난주 목요일이었을 거다. 정말 지쳤다. 혼자 일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기분이 계속 다운됐고 지쳐서, 집에 얼른 가서 쉬고 싶었다. 요가를 가기 싫었다. 가기 너무 귀찮았다. 토요일에 요가 없는 주여서 목요일마저 안가면 너무 요가를 안가게 되는건데, 아아 너무 귀찮고 가기 싫어지는 거다. 그런 한편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그런데 요가가서 몸을 움직이고나면 기분이 나아질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가 운동으로 스트레스 푼다는 얘기를 주변의 여러명으로부터 들어봤지만 실제로 나 스스로 경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 생각이 스스로 되게 놀라웠는데, 정말이지, '가서 몸 움직이면 기분 나아질거야' 이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아서, 그래 한 번 그런가 아닌가 가 보자, 하고는 집에 가서 얼른 옷갈아입고 요가하러 갔다. 가서 요가를 하고 났더니 진짜 좋아! 진짜 기분이 한 결 나아졌어!! 아아, 이거슨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운동중독???

그리고 일요일. 토요일에 요가를 안했지만 금요일의 빡센 요가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나는 일자산으로 갔다. 일자산은 오랜만이었는데, 추웠고, 좋았다. 나는 역시 운동중독인것 같아... 벌써부터 이번 주 토요일과 다음 주 토요일에 요가를 가지 못할 생각에 너무 써운해... 토요일 요가 세상 좋은데.....



- 금요일에는 늦은 밤에 요가가 있었다. 퇴근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야근을 한다는 E 와 사무실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내 밥은 그냥 내가 사먹을게(나는 야근이 아니니까) 같이 먹자, 하고는 내가 맥주까지 두 캔을 사서 함께 음식을 가운데 놓고 맥주를 머그컵에 반 씩 따라서,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둘이 마주보고 밥을 먹는데, 우울했던 기분이 또 괜찮아 지는 거다.


"나 너무 기분 다운됐었는데, 이렇게 음식하고 술 따라놓고  E씨 앞에 앉아있으니 다 괜찮아지는 것 같아."

라고 했다. 그러자 E 가 말했다.

"차장님, 저도요."

아아,, 기쁜 시간이었어.



- 말레이시아에서, B와 함께 있는데, B 에게서 '어딘선가 맡아본' 향기가 계속 났다. 그는 향수를 뿌리지도 않는데, 대체 이게 무슨 향기일까. 멀리 있을 때는 안나는데 가까이에 붙어 있으면 은은하게 향기가 나서, 아, 이거 어디서 맡아봤지, 이거 뭐지, 라고 생각만 하고 그에게 물어보진 않았었는데, 그러다 샤워를 하러 가서 머리를 감다가 퍼뜩, '이거구나!' 했다. 내가 가져간 샴푸 냄새였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고 얘기 들었던 샴푸라 외국 나가는 김에 면세점에서 구입해 가져갔었고, 처음 써보는 거였는데 향이 내 타입은 아니었다. 향은 별로 좋진 않았었는데, 하하하하, 내가 그 샴푸랑 바디워시 꺼내놓고 이거 쓰라고 했던 터라, 그에게서 내가 가져간 샴푸 냄새가 났던 것. 이 냄새였구나!!!! 뭔가 좀 씐나는 기분이 되어서, 아아, 다른 부부들은 같이 살면서 항상 상대로부터 자기 냄새 맡고 그러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분 다들 매일 느끼고 사는건가? 그런데 이거 매일 느끼면 아무 감동 없는 게 되나? 그에게서 내가 가져간 샴푸 냄새 나는 게 나는 너무 짜릿하고 씐나는 거다!! 그간 같은 샴푸를 쓴 애인이 B 만 있었던 게 아닌데, 왜 ... 내가 B 를 엄청 특별하게 좋아하긴 하는건가... 하하하하하. 


아, 그런데 여동생은 제부랑 다른 샴푸 쓰는 것 같았어. 그 집은 식구마다 샴푸 달랐던 듯? 아무튼 뭔가 온 몸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약간 아랫배도 저릿저릿해지는 게.....



- 좋은 사람만 좋아하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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