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4. 11:59

- 이 연애에서 나는 '맹함'을 담당하고 있는데(응?), 어찌된 일인지 나는 뭔가 이 연애에서 맹한 발언과 행동을 속속 해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통화중에 언제나 항상 핸드폰 떨어뜨리기 가 있고, 충전기 뽑는다는 게 이어폰 뽑아서 말 안들리게 하기 등이 있다 하겠다. 최근에는 이어폰 꽂고 통화하다 스피커 눌러서 지하철 안에서 스피커로 목소리 나오게 하기..등도 있었다. -0-

여튼 자꾸 맹함을 증명하고 있는데(원래 똑똑하다, 나), 계속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자꾸 이런 일들이 숱하게 반복되는 바, 나도 내가 맹한 캐릭터라는 데 동의를 했는데,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가 맹함을 담당하고 있고 맹한 캐릭터라는 거 인정하는 데, 실제로는 맹하지 않다.


그러자 B 는 그게 무슨 말이냐, 맹한 캐릭터면 맹한거지 맹한 캐릭터인데 맹하지 않다는 건 말이냐 소냐, 도대체 뭐래는거냐 이 문과생이.. 라고 말했고, 나는 '아니 당신은 왜 대체 이걸 이해못하냐, 맹한 캐릭터지만 실제로는 맹하지 않다는 게, 그게 그렇게 이해가 안되냐' 고 우리는 자꾸 반복되는 말싸움을 했던 것이다. 아, 이과생은 문과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과생은 이과생을 이해시킬 수 없었.... Orz



- 5/1 에는 일어나 아침에 빨래를 돌리고 밥을 하고 줄넘기를 천개 뛴 뒤에 샤워를 하고 안산으로 향했다. 타미는 유치원을 갔지만 화니는 얼집에 안간다고, 하루종일 엄마가 봐야한다길래 내가 갈게, 라고 했던 것. 가서 제부에게 아기 보라 하고 나는 엄마와 데이트를 했다. 돈까스를 먹으러 가서 호가든도 한 병씩 시켜 마셨다. 그러다 돌아와 제부랑 화니랑 다함께 나가서 산책을 하고 놀이터에 가서 놀았고, 그렇게 세시 넘어서는 타미 유치원에 가 타미를 데리고 왔다. 타미랑 화니랑 또 놀이터에서 함께 놀다가 돌아왔는데, 그러다가 엄마랑 나랑 타미랑 셋이 이마트에 가자고 나왔다. 나왔는데 약간 바람이 불어 엄마는 재킷을 가지러 다시 들어가셨고, 그런 엄마를 기다리며 나와 타미는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저렇게 입에 침을 나오게 해서 장난을 치는 거다. 하아- 타미야..



(사진 펑!)



찍어둔 사진을 보며, 이렇게 침 나오게 하면 어떡해!! 하니 까르르 웃어댄다. 어휴...



여튼 엄마가 나와 셋이서 타미가 열광하는 스티커를 사기 위해 이마트에 갔다. 타미가 자신이 길을 안다며 우리를 인도했는데, 이마트에 도착해 중간에 계산대 쪽으로 들어가려는 거다. 나는 타미에게 '거기로 들어가면 안돼' 라며 타미를 못들어가게 했고, 타미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기에 또 졸졸 따라갔다. 그러다 무빙워크가 있는 곳에 다다랐고, 거기로 가려고 하자 타미가 '아니야' 라는 거다. 여기가 아니라고. 그래서 '그럼 돌아서 엘리베이터로 가자, 거기 엘리베이터 있던데' 라고 하자 '거기 아니야, 그건 주차장 가는거야' 라는 거다. 그래도 일단 가보자고 가는데 가는 내내 '아니야' 라고 자꾸 그러는 거다. 아니나다를까, 엘리베이터에는 주차장 가는 거라고 표시가 되어있더라. 해서 다시 무빙워크 쪽으로 갔는데 타미가 또 '아니야' 라고 하는거다. '여기 아니야' 라고. 아니, 무빙워크가 있는데 여기가 아니라니..어떻게 아닐 수가 있어... 그래서 '그래도 타미야 일단 올라가보자, 가서 아니면 내려오자' 라고 했는데 타미가 소리를 지르며 '아니라고! 거기로 가면 문화센터야!'라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무빙워크가 있는데, 이거밖에 없는데, 얘가 대체 왜이렇게 고집이 셀까, 라는 생각을 하며 어쩌지를 못하겠는데, 엄마는 거기서 그런 거다.


얘 졸린가봐.


라고. 그러자 타미가 그 말에 폭발해버렸다. 엉엉 울면서 나를 주먹으로 때리며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이러면서 엉엉 우는 거다. 난감해진 나는 '그러면 타미야,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자, 그럼 되지?' 라고 하자 타미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전화해 이 상황을 설명하니, 


언니, 타미 말이 맞아. 바깥에 무빙워크는 바로 3층 문화센타로 가. 타미가 스티커 사려는 데는 2층이고, 거기는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는 무빙워크 타야 해.


라는 게 아닌가. 하아- 이 아이가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게 다 이유가 있는 건데.. 내가, 우리가 무슨 짓을 한거지...이 아이가 얼마나 억울했을까. 할머니랑 이모가 자꾸 아니라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졸린가보다고 해버리니.. 하아-


전화를 끊고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타미 말이 맞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대, 라고 한 뒤에 타미에게 


타미야, 이모랑 할머니가 잘못했어. 타미 말을 들었어야 되는데, 이모랑 할머니가 잘 몰라서 타미 말을 안들었네. 미안해. 


하고 사과했다. 한 번의 사과로는 될 것 같지 않아 계산대 안쪽으로 들어가 무빙워크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내내 미안해, 이모랑 할머니가 정말 잘못했어, 하고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타미는 울음을 그쳤고, 가면서 결국 이러더라.



할머니랑 이모는 여기 처음 와봤잖아!



응 맞아, 할머니랑 이모는 처음오니까 타미 말을 들었어야 되는데 안들었네. 미안해. 타미야, 이모가 미안하니까, 스티커 세 개 사, 라고 하자 타미가 말했다. 네 개 살래. 그러더니 기어코 네 개를 고르더라. 하하.




이 일이 너무 미안해서, 몇 번이나 잘못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내내 걸리더라. 오는 길에 이런 우리가 너무 웃기고 한심해서 엄마랑 빵터져서 웃다가, 그러면서도 더 사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엄마랑 술을 마시면서 이 얘기를 또 했는데, 엄마 자꾸 마음에 걸려, 미안하다고 더 말할걸 그랬어, 했더니 엄마는 '미안하다고 안아줄걸 안아주지 않은게 자꾸 생각나네' 라고 하셨다. 하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늘상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내 일이 되었을 때, 나 역시 아이의 말이라고 무시하고 고집이 세다고 생각했으며 졸려서 성질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아- 이론과 실제는 이렇게나 차이가 있구나. 앞으로 얼마나 더 아이에게 상처를 줘야 내가 내 몸으로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까. 현명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나 생각했지만, 생각만 가지고서는 현명한 어른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이 일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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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7. 10:40

​동생 양치 시켜주는 누나 ㅋㅋㅋㅋ 아 이사진 너무 예뻐. 이쁜것들 ♡

타미는 일전에 부산 여행에서 나 양치할 때 자기가 해주겠다고 하며 양치 시켜준 적이 있다. 시켜준, 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군. 뭐라고 써야하지? 암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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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10. 16. 14:22




아, 이 남매가 같은 옷을 입은 건 처음인데 보자마자 너무 사랑스러워서 활짝 웃었다. 이쁜것들.


둘째가 순하고 잘 웃어서 얘는 나중에 누나 말 잘듣고 누나한테 잡혀살겠구나 싶었는데, 요즘 자라는 걸 보니 목청이 장난아니고 나름 고집도 있다. 아, 어쩐지 타미가 잡혀살 것 같아. 흑. 


사이좋게 지내라, 얘들아. 이모가 맛있는 것 많이 많이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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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9. 22. 09:30




졸리면서, 무척 졸리면서도 안 졸리다고 눈을 부러 크게 뜨는 아이. 제 외할머니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갓난장이 제 동생을 예쁘다고 할 때마다 꼭 그 사이로 파고 들어가 저를 봐달라고 한다. 한창 재롱질 시작한 둘째에게 모두 예쁘다 할 때, 남동생과 나는 꿋꿋하게 여전히, 타미가 훨씬 더 예쁘다고, 그건 아마 이모와 삼촌이라 그런 것 같다며 우리 둘은 둘째보다 타미를 훨씬 더 많이 본다. 


눈 밑에 작은 상처가 나있어서 그게 무어냐 물었더니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가 할퀴었단다. 아마도 하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티격태격했는가본데, 눈 밑의 상처를 보니 정말 큰일날 뻔 했다 싶으면서 또 무척 속상한거다. 울엄마랑 여동생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가 눈 밑에 상처가 있는 걸 보고 너무 속상해서, 그 이야기를 듣고는 '너도 때리고 할퀴어야지!' 했단다. 그런데 타미는 그러면 선생님한테 혼나..했다고.


하아- 너무 힘들다.


나는 엄마랑 동생이 타미에게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때리고 할퀴고 꼬집는 것은 나쁜 거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말라고, 그건 나쁜 짓이라고 해서 저 아이만 자꾸 상처를 입고 돌아오면 어쩌나 싶어져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그래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거니까 그냥 넌 맞기만 하렴, 하는 건 아니니까. 엄마는 맞고 들어오는 것 보다는 같이 때리는 게 낫다고 하고 나는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저 아이가 누군가를 때리는 아이가 되는 것도 싫고 저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고 들어오는 것도 싫다. 아이들끼리의 티격태격이니 이건 그렇게 큰 사건은 아니겠지만, 지금의 이 일을 보니 앞으로의 일들이 너무나 걱정이 되는거다. 저 아이도 이제 학교를 가게 될텐데, 더 거친 세계에 자꾸 들어가게 될텐데.


선생님한테 혼날까봐 눈 밑에 상처를 입고도 한 대 때리지도 못한 아이의 마음이 너무 여린 것 같아 또 그건 그것대로 속상했다. 집에서는 제 할미에게며 엄마에게며 그리고 이모에게도 큰소리 떵떵 치는 아이인데, 나가서는 선생님 한테 혼나는 걸 무서워하다니. 뭔가 속이 터지기도 하고.. 하아- 뭔가 지혜로운 방법이 있다면 내가 기꺼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나는 다섯살 아이가 다섯살 아이한테 상처를 입고 돌아온 상황에서 도무지 뭐라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금요일에는 여동생 생일이어서 안산엘 갔다. 홍콩 갈 때 사왔던 양주를 들고갔고 제부는 얼음을 얼려두고 꽃게와 대하를 잔뜩 사와 배터지게 구워주었다. 졸린 타미는 제 삼촌과 장난 치고 놀며 크게 웃었고, 나는 그게 좋다고 행복해서는 영상을 찍고 그랬다. 취한 남동생이라 영상을 공개할 순 없지만, 그 영상을 볼 때마다 타미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와 마음이 아주 좋다. 게다가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눕고 남동생 무릎에 다리를 뻗어 누워서는 제 이모와 삼촌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았다. 나는 한껏 이마를 쓰다듬어 주며 우리 타미는 어쩜 이렇게 이마도 이뻐, 하고 남동생은 발이며 다리를 쓰다듬으며 다리도 이뻐, 하고 양껏 사랑해주었다. 잠깐 자리를 떴다가도 이내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머리며 다리를 뻗는 타미를 보노라니, 이 아이도 지금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는 걸 알고있구나, 싶어 무척 흡족했다. 그 순간이 자꾸만 생각난다. 양껏 사랑해준 것 같아, 흠뻑 사랑해준 것 같아 흡족하다. 그런 우리를 보며 제부도 좋아했다. 



아무쪼록, 이 아이가 자라면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로부터 받았던 큰 사랑이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해줄 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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