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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6 프라이버시와 냄새 8
  2. 2015.01.06 이과생과 문과생 2
2015. 1. 26. 23:44

(피곤하므로 제목만 달고 내일쓰겠다.

그 내일이 됐다. 이제 써야지.)


- 매달 마지막 주에는 임원회의가 있다. 임원이니 당연히 나이 지긋한 분들이시고 전부 남자사람들이다. 매달 아홉명이 모이고 세달에 한 번은 열한명이 모이는데, 어제는 열한명이 모이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홉명이 모이든 열한명이 모이든, 참 신기한 것이, 그들이 나간 뒤 회의실을 정리하러 들어가면 엄청난 냄새가 난다는 거다. 하아- 대체 이 냄새의 정체는 뭘까? 진짜 구린 냄새라서 회의실 창문을 모두다 활짝 열어 놓는다. 오전에 회의하고 점심 때 나갔을 때도 그랬는데, 오후에 회의가 끝나 모두 나가고나니 냄새가 더 심해져있었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이고, 그러므로 매일 세수하고 머리도 감고 발도 닦을텐데, 대체 저 냄새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회의 끝나고 나서 막내랑 나랑, 기획실 남직원 둘이 회의실 정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넷 모두 훅- 했다. 이게 뭐여.. 하아- 회의때마다 진짜 미치겠다. 하아- 숨 막히는 냄새다.


남자 어른이 되면...저렇게 다들 모두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걸까? 누구도 예외없이 저렇게 되는걸까? 뭔가 '나중에 내 남자는 저렇게 되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관리 욕망 돋는다 진짜. ㅠㅠ 내 남동생한테도 일러줘야지. 청결,청결,청결하라고.



- B 랑 연락하는 사이가 되면서, 나와는 다른 점들이 무척 많아 번번이 놀라곤 했었는데, 그 화법에 있어서도 그랬다. 나의 경우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게, 내가 친한 사이라고 해도 '너무 들이대지 않기' 였다. 혹여라도 상대에게 실례를 할까 늘 조심하고자 했고, 혹여라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될까 늘 신경을 썼었다. 이건 아마도 누가 나한테 훅 들어오는 걸 경계하며 누가 내 프라이버시에 관여하게 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던 성향 탓일테다. 그래서 나는 친구든 연인이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으며 상대에게도 그걸 요구했었다. 또한 나는 나 외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늘 신경을 써왔다.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혹여 묻는다면 직장인이다 혹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한다 정도만 말했지, 이름 같은 걸 밝히는 것도 꺼려해왔다. 이름은, 내게는 다른 사람에게 그냥 막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그런 기준을 두었냐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그랬다. 그런데 B 는 얘기하는 도중에 본인의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너무나 거리낌없이 '내게' 친구의 이름을 말하는 거다. 이를테면, 동수는, 동숙이는, 하면서. 나는 이름을 들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또한 그들도 나를 모르고 나 역시 그들을 모르는데, 그렇게 상관 없는 사람에게 이름을 말한다는 것이 꽤 낯설었던 거다.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나는 뭐 딱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가 말한 친구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화법이 내게는 굉장히 특이했다. 한 번은 그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름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그러자 그는 자신이 왜 이름을 얘기하는지를 내게 얘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들으면서 아 이런 이유가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새삼 그는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구나, 했었다.

그러고보니 정식이도 나에게 친구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대화를 했었다. 기존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B 는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구나, 라는 걸 인식하고나니 나중에 정식이도 그렇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며 잘 되지 않는 일이다.  B 가 내게 사소한 많은 것들을 숨김 없이 말한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나 역시 그렇게 그를 대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항상 말들을 해놓고서는 '내가 뭔가 어딘가에서 조심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기에  B 에게 '늘 조심하겠다'는 식의 뉘앙스로 얘기를 했을 때, 그가 했던 말도 신선했다. 그는 내게 '조심 좀 하지마' 라고 했다. 그건 본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조심하길 원했고, 내가 조심스레 대하는 걸 상대가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에게 조심 좀 하지 말라는 그의 말도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놀랍게도, 위안이 되기도 했다. 지나친 생각일지 모르지만, '조심하지 않아도 내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달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아야겠다는 근본적인 생각은 같지만, 프라이버시의 기준 자체가 그와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쪽이 더 낫다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와 대화할 때 나는 그의 기준이나 화법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그가 보여주는 만큼 나도 보여주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내 기준에서 조심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심하지 마' 라고 말했던 그의 말은 계속 기억할 것이다. 






히히. B 가 정기구독해준 시사IN 이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왔다. 이히히히히 ^___________^

(저런 표지에 웃자니 좀 뜨악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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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1. 6. 11:15

어제 그와 통화를 하던 중에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통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가 있는 곳의 계절은 여름이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 터라 처음엔 귀뚜라미가 우네, 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게 마치 개구리 울음 소리 같은 거다. 그래서 나는 개구리 소리 같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지금 여기 날씨가 얼마나 더운데(40도를 넘어갔다) 개구리냐, 개구리 아니다, 개구리는 양서류이므로 피부로 호흡하고 이 더위에 바깥에 있을 수가 없다, 고 했다. 그래도 개구리 같은데..숨어있는 개구리 아닐까, 라고 내가 말하자 그는 이 문과생이 대체 뭐라는 거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설명해줘도 부정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문과생답게 말했다. 당신이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개구리일 수 있지 않냐, 당신이 개구리가 되어봤냐,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어떻게 장담하냐, 라고 했고, 이과생님은 빡치셔서 없어 없다고 우리집 마당엔 한번도 개구리가 없었다고, 버럭하길래, 그동안 없었다고 없는 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는 궤변을 나는 늘어놓았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과생은 왜 개구리가 되어보지 못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 자체도 우리는 다르게 하고 있다는 생각. 그는 상황에 맞게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나를 위로하거나, 격려하거나, 좋아한다는 것들을 상황에 맞게 다 다르게 하는 것. 그의 머릿속 회로는 상황에 맞게 다른 말들로 어떻게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알고, 행하는데, 나는 그냥 얄짤없다. 뭐라던 그냥 좋다고만 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나는 구체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는 채로 그냥 좋아좋아만 하고 있는 거다.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느끼고만 있달까. 나는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고, 어쩌면 개구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피부로 호흡하므로 더운 날씨에 마당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것처럼, 어떻게 어떤 지점에 어떤 식으로 서있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채로 그저 마냥 좋다좋다만 한다. 



바보같지만,

뭐 여튼 분홍분홍하다, 요즘. 히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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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