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6. 23:44

(피곤하므로 제목만 달고 내일쓰겠다.

그 내일이 됐다. 이제 써야지.)


- 매달 마지막 주에는 임원회의가 있다. 임원이니 당연히 나이 지긋한 분들이시고 전부 남자사람들이다. 매달 아홉명이 모이고 세달에 한 번은 열한명이 모이는데, 어제는 열한명이 모이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홉명이 모이든 열한명이 모이든, 참 신기한 것이, 그들이 나간 뒤 회의실을 정리하러 들어가면 엄청난 냄새가 난다는 거다. 하아- 대체 이 냄새의 정체는 뭘까? 진짜 구린 냄새라서 회의실 창문을 모두다 활짝 열어 놓는다. 오전에 회의하고 점심 때 나갔을 때도 그랬는데, 오후에 회의가 끝나 모두 나가고나니 냄새가 더 심해져있었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이고, 그러므로 매일 세수하고 머리도 감고 발도 닦을텐데, 대체 저 냄새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회의 끝나고 나서 막내랑 나랑, 기획실 남직원 둘이 회의실 정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넷 모두 훅- 했다. 이게 뭐여.. 하아- 회의때마다 진짜 미치겠다. 하아- 숨 막히는 냄새다.


남자 어른이 되면...저렇게 다들 모두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걸까? 누구도 예외없이 저렇게 되는걸까? 뭔가 '나중에 내 남자는 저렇게 되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관리 욕망 돋는다 진짜. ㅠㅠ 내 남동생한테도 일러줘야지. 청결,청결,청결하라고.



- B 랑 연락하는 사이가 되면서, 나와는 다른 점들이 무척 많아 번번이 놀라곤 했었는데, 그 화법에 있어서도 그랬다. 나의 경우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게, 내가 친한 사이라고 해도 '너무 들이대지 않기' 였다. 혹여라도 상대에게 실례를 할까 늘 조심하고자 했고, 혹여라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될까 늘 신경을 썼었다. 이건 아마도 누가 나한테 훅 들어오는 걸 경계하며 누가 내 프라이버시에 관여하게 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던 성향 탓일테다. 그래서 나는 친구든 연인이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으며 상대에게도 그걸 요구했었다. 또한 나는 나 외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늘 신경을 써왔다.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혹여 묻는다면 직장인이다 혹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한다 정도만 말했지, 이름 같은 걸 밝히는 것도 꺼려해왔다. 이름은, 내게는 다른 사람에게 그냥 막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그런 기준을 두었냐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그랬다. 그런데 B 는 얘기하는 도중에 본인의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너무나 거리낌없이 '내게' 친구의 이름을 말하는 거다. 이를테면, 동수는, 동숙이는, 하면서. 나는 이름을 들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또한 그들도 나를 모르고 나 역시 그들을 모르는데, 그렇게 상관 없는 사람에게 이름을 말한다는 것이 꽤 낯설었던 거다.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나는 뭐 딱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가 말한 친구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화법이 내게는 굉장히 특이했다. 한 번은 그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름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그러자 그는 자신이 왜 이름을 얘기하는지를 내게 얘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들으면서 아 이런 이유가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새삼 그는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구나, 했었다.

그러고보니 정식이도 나에게 친구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대화를 했었다. 기존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B 는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구나, 라는 걸 인식하고나니 나중에 정식이도 그렇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며 잘 되지 않는 일이다.  B 가 내게 사소한 많은 것들을 숨김 없이 말한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나 역시 그렇게 그를 대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항상 말들을 해놓고서는 '내가 뭔가 어딘가에서 조심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기에  B 에게 '늘 조심하겠다'는 식의 뉘앙스로 얘기를 했을 때, 그가 했던 말도 신선했다. 그는 내게 '조심 좀 하지마' 라고 했다. 그건 본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조심하길 원했고, 내가 조심스레 대하는 걸 상대가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에게 조심 좀 하지 말라는 그의 말도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놀랍게도, 위안이 되기도 했다. 지나친 생각일지 모르지만, '조심하지 않아도 내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달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아야겠다는 근본적인 생각은 같지만, 프라이버시의 기준 자체가 그와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쪽이 더 낫다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와 대화할 때 나는 그의 기준이나 화법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그가 보여주는 만큼 나도 보여주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내 기준에서 조심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심하지 마' 라고 말했던 그의 말은 계속 기억할 것이다. 






히히. B 가 정기구독해준 시사IN 이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왔다. 이히히히히 ^___________^

(저런 표지에 웃자니 좀 뜨악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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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