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6. 11:15

어제 그와 통화를 하던 중에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통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가 있는 곳의 계절은 여름이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 터라 처음엔 귀뚜라미가 우네, 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게 마치 개구리 울음 소리 같은 거다. 그래서 나는 개구리 소리 같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지금 여기 날씨가 얼마나 더운데(40도를 넘어갔다) 개구리냐, 개구리 아니다, 개구리는 양서류이므로 피부로 호흡하고 이 더위에 바깥에 있을 수가 없다, 고 했다. 그래도 개구리 같은데..숨어있는 개구리 아닐까, 라고 내가 말하자 그는 이 문과생이 대체 뭐라는 거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설명해줘도 부정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문과생답게 말했다. 당신이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개구리일 수 있지 않냐, 당신이 개구리가 되어봤냐,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어떻게 장담하냐, 라고 했고, 이과생님은 빡치셔서 없어 없다고 우리집 마당엔 한번도 개구리가 없었다고, 버럭하길래, 그동안 없었다고 없는 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는 궤변을 나는 늘어놓았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과생은 왜 개구리가 되어보지 못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 자체도 우리는 다르게 하고 있다는 생각. 그는 상황에 맞게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나를 위로하거나, 격려하거나, 좋아한다는 것들을 상황에 맞게 다 다르게 하는 것. 그의 머릿속 회로는 상황에 맞게 다른 말들로 어떻게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알고, 행하는데, 나는 그냥 얄짤없다. 뭐라던 그냥 좋다고만 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나는 구체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는 채로 그냥 좋아좋아만 하고 있는 거다.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느끼고만 있달까. 나는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고, 어쩌면 개구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피부로 호흡하므로 더운 날씨에 마당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것처럼, 어떻게 어떤 지점에 어떤 식으로 서있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채로 그저 마냥 좋다좋다만 한다. 



바보같지만,

뭐 여튼 분홍분홍하다, 요즘. 히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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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