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4. 23:03

산부인과 질병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가 올린 게시물을 보게됐다. 그는 아내의 팬티사진을 첨부해 사람들에게 묻고 있었다. 아내가 벗어둔 팬티를 보았다, 지저분하더라, 나는 아내가 의심되는데, 저 지저분한게 (다른)남자의 정액이냐, 고 그는 물었다. 밑에 댓글이 두개 달렸는데 둘다 그건 냉이라며, 아내분이 냉이 심한 것 같으니 산부인과 진찰을 받아보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처음 그 지저분한 속옷 사진을 보았을 때 내가 느낀건 혐오감이었다. 저걸, 저 은밀한 걸 이렇게 무방비상태에 보게됐다는 혐오감, 아내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화가 나고 부끄러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내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다한들, 내 속옷을 저렇게 사진 찍어 올리다니, 만약 나였다면 저런 놈과 함께 살았다는 게 너무 화딱지가 날거라고도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내 슬퍼졌다. '아내가 입던 속옷을 사진 찍어 올리는 건 옳지 않은 게 아닐까, 해서는 안되는 짓이 아닐까?'에 대한 고민보다 더 앞서서 그에겐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더 크게 자리 잡았던 거니까. 자신의 아내 속옷을, 자신의 아내가 모르게 세상 모두에게 보이며 아내의 정절을 확인해달라고 말해야 하는 그 남자의 그 절박함, 그것이 안타까웠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오만함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남자가 되게 아파보였다. 너무 아파서, 이건 안돼, 라는 생각이 더 뒤로 밀려나버린 것이 아닐까.

 

정액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말해줘서 그의 마음은 편안해졌을까?

 

슬프다...

 

책이나 읽다 자야겠다. 물론 몇 장 읽지도 않은 채로 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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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