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0. 08:48

- 약속없는 토요일은 오랜만이었다. 나는 머리를 자르고 영화를 보고 페디를 받으려고 계획하고 이 모두를 다 해냈는데, 머리를 자르러 간 미장원은 그사이 원장님이 바뀌어 있었다. 바뀌었다기 보다는 원장님이 다른 지점으로 간건데, 내가 묻진 않아서 잠깐 간건지 아주 간건지는 모르겠지만 위례에 새로 미용실을 오픈해 가있다 했고 지금 이 미장원은 부원장이 맡아 하고 있다는 거였다. 2주전인가 여동생이 먼저 머리 하러 갔다가 이 사실을 내게 전했는데 부원장 역시 머리 스타일을 잘 잡아주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바로 캐치했다고 하며 좋아했더랬다. 내 말을 잘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헤주는 미장원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서 나는 몇 년째 이 미장원에서 이 원장님께만 받았다가 이 소식에 좀 당혹스러웠는데, 그렇다고 내가 위례까지는 갈 수 없어서 어쨌든 처음으로 부원장님께 받아보았다. 웬걸, 원장님보다 더 잘해줘! 더 꼼꼼하다. 원장님 같은 경우에는 너무 숙련자(?)라 그런지 머리 자르는 데 시간도 엄청 짧게 걸리고 파바바박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부원장님은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몇 번이나 길이가 양쪽 똑같은지 체크하는데 되게 신뢰가 가는 거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바를 바로 딱 캐치해서 해주셨어... 아아 믿고갈 수 있겠다... 좋았어.....


페디를 받으러 가서는 말할까 말까, 여기다 말하는 게 맞나 아닌가...하다가, 내가 발가락 아프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발가락 아픈지는 좀 되었는데, 발톱을 짧게 깎은 것도 아닌데 엄지 발가락 옆에가 너무 아픈 거다. 왼쪽 오른쪽 다 아픈데 왼쪽이 심하게 아퍼서, 대체 이건 왜인가, 어느 병원엘 가야하나, 매일 고민만 하다 가질 못했었고, 요가를 할 때도 발가락이 아픈 건 되게 불편했다. 그냥 가만 있으면 안아픈데 발을 움직이거나 그쪽에 자극이 가면 아파서, 잊고 있다가 불쑥 아프곤 했던 것. 여기에서 말하면 뭔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래 한 번 말이나 해보자, 하고 페디 해주는 직원 분들께(다른 손님이 없어서 두 분 다 내 발을 관리해주고 계셨다)얘길 하니, 이미 발라져있던 매니큐어를 지워주면서는 발톱이 안으로 들어갔다는 거다. 그러면서 "오늘 매니큐어 한 번 쉬실래요?" 묻더라. 쉬는 게 나을까요? 물으니, 내가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오래 있어서 발이 아플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거다. 매니큐어를 발라놓으면 발톱이 자꾸 안으로 말려간다는 거였다. 바르고 며칠 있다 지워야 하는데 나는 그냥 발이니까 신경 안쓰고 있다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지경까지 오게된 것.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였지 확실히 그런거다 한 건 아니어서, 어쨌든 직원분들이 일단 들어간 거 빼주고 영양 케어까지만 해주겠다 하신 거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해달라 했는데, 만지는 중에도 계속 아팠어.. 흑흑 ㅠㅠ 마치고나니 처음 갈 때보다 덜아팠고 지금은 확실히 편해졌다. 아아,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으으으, 말하길 잘했다. 여기였어!


직원 분은 혹여라도 계속 아프면 관리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다시 오라고 했다. 발톱에 붙여서 치료하는 게 있고 발톱을 들어올려서 치료하는 게 있다는 데, 와서 결정하라는 것. 그런데 지금 한결 편해져서 너무나 좋다. 여름이 오기까지는 매니큐어는 안발라야겠다.



- 토요일 새벽에는 오만년만에 L 이 꿈에 나왔다. 꿈에서 그는 나와 갈등 관계였는데, 나는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는 내가 행동하지 않음에 대해 비난할 자세를 갖춘 듯 보였다. '내가 이걸 안하면 저 사람이 뭐라고 하겠지' 하고 신경쓰면서 나는 내심 속상해했는데, 그런 한편 '아 그래도 내가 하기 싫으면 안하는거지, 내가 왜 신경써' 이러면서 애써 그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래, 그에게 더이상 잘보일 필요는 없지' 하는 마음을 자꾸 되새기면서.


꿈에서 만나고나자 그가 그리웠다. 우리 정말 잘지냈었고, 그와 친구로 지내는 동안 나는 총 세 번의 애인을 만났었는데, 그러면서도 그와 계속 친구를 할만큼 한 쪽에서 내게 되게 든든한 존재였던 거다. 오래라고 하면 오래라고 할만큼 친했고 좋아했는데, 결국 그와 멀어진 게 안타까우면서 또 당연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그가 ㅎㅅㅎ 비난하는 발언을 자기 포스팅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글을 보고서는, 꼴페미인 나는, '아, 결국 얘랑 찢어졌겠구나.... 내가 그 때 참고 그랑 친구했다고 해도 갈라설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어' 같은 걸 생각했더랬다. 그가 그 짧은 글을 썼던 뉘앙스, 내용 모두가 나랑은 너무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았다. 그래놓고 자기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이라 생각할 테니, 여자로 살아왔고 또 남은 생을 여자로 살아갈 나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 너랑은 아닌 게 맞았어, 라고 생각하다가도, 또 좋았던 때를 생각하면 그립고 그렇다. 그 전의 연애들 중에 L 을 친구로 두었을 때, 정서적 만족감을 나는 애인이 아니라 L 에게서 받았더랬다. 그는 내가 듣고싶어하는 말이 무언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나를 많이 웃게 했었다. 애인과 보냈던 시간들보다, 그와 강변역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었던 시간이 더 좋았고 기억에 남을만큼. 나는 그 시간이 좋았어서 그에게 '이런 시간 자주 갖자'고도 말했었는데, 우린 결국 이렇게 멀어지고 말았네. 좋다고 계속 데리고갈 수 없는 것이야....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 그가 딱 걸렸고, 나 역시 아마도 그에게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멀어지게 된 건, 나 혼자만 연락하지 않는다고 된 게 아니니까. 그립다가도 그 포스팅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된다. 안녕... 나는 이렇게 가끔 당신과 다시 이별한다.



- 지난주 목요일이었을 거다. 정말 지쳤다. 혼자 일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기분이 계속 다운됐고 지쳐서, 집에 얼른 가서 쉬고 싶었다. 요가를 가기 싫었다. 가기 너무 귀찮았다. 토요일에 요가 없는 주여서 목요일마저 안가면 너무 요가를 안가게 되는건데, 아아 너무 귀찮고 가기 싫어지는 거다. 그런 한편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그런데 요가가서 몸을 움직이고나면 기분이 나아질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가 운동으로 스트레스 푼다는 얘기를 주변의 여러명으로부터 들어봤지만 실제로 나 스스로 경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 생각이 스스로 되게 놀라웠는데, 정말이지, '가서 몸 움직이면 기분 나아질거야' 이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아서, 그래 한 번 그런가 아닌가 가 보자, 하고는 집에 가서 얼른 옷갈아입고 요가하러 갔다. 가서 요가를 하고 났더니 진짜 좋아! 진짜 기분이 한 결 나아졌어!! 아아, 이거슨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운동중독???

그리고 일요일. 토요일에 요가를 안했지만 금요일의 빡센 요가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나는 일자산으로 갔다. 일자산은 오랜만이었는데, 추웠고, 좋았다. 나는 역시 운동중독인것 같아... 벌써부터 이번 주 토요일과 다음 주 토요일에 요가를 가지 못할 생각에 너무 써운해... 토요일 요가 세상 좋은데.....



- 금요일에는 늦은 밤에 요가가 있었다. 퇴근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야근을 한다는 E 와 사무실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내 밥은 그냥 내가 사먹을게(나는 야근이 아니니까) 같이 먹자, 하고는 내가 맥주까지 두 캔을 사서 함께 음식을 가운데 놓고 맥주를 머그컵에 반 씩 따라서,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둘이 마주보고 밥을 먹는데, 우울했던 기분이 또 괜찮아 지는 거다.


"나 너무 기분 다운됐었는데, 이렇게 음식하고 술 따라놓고  E씨 앞에 앉아있으니 다 괜찮아지는 것 같아."

라고 했다. 그러자 E 가 말했다.

"차장님, 저도요."

아아,, 기쁜 시간이었어.



- 말레이시아에서, B와 함께 있는데, B 에게서 '어딘선가 맡아본' 향기가 계속 났다. 그는 향수를 뿌리지도 않는데, 대체 이게 무슨 향기일까. 멀리 있을 때는 안나는데 가까이에 붙어 있으면 은은하게 향기가 나서, 아, 이거 어디서 맡아봤지, 이거 뭐지, 라고 생각만 하고 그에게 물어보진 않았었는데, 그러다 샤워를 하러 가서 머리를 감다가 퍼뜩, '이거구나!' 했다. 내가 가져간 샴푸 냄새였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고 얘기 들었던 샴푸라 외국 나가는 김에 면세점에서 구입해 가져갔었고, 처음 써보는 거였는데 향이 내 타입은 아니었다. 향은 별로 좋진 않았었는데, 하하하하, 내가 그 샴푸랑 바디워시 꺼내놓고 이거 쓰라고 했던 터라, 그에게서 내가 가져간 샴푸 냄새가 났던 것. 이 냄새였구나!!!! 뭔가 좀 씐나는 기분이 되어서, 아아, 다른 부부들은 같이 살면서 항상 상대로부터 자기 냄새 맡고 그러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분 다들 매일 느끼고 사는건가? 그런데 이거 매일 느끼면 아무 감동 없는 게 되나? 그에게서 내가 가져간 샴푸 냄새 나는 게 나는 너무 짜릿하고 씐나는 거다!! 그간 같은 샴푸를 쓴 애인이 B 만 있었던 게 아닌데, 왜 ... 내가 B 를 엄청 특별하게 좋아하긴 하는건가... 하하하하하. 


아, 그런데 여동생은 제부랑 다른 샴푸 쓰는 것 같았어. 그 집은 식구마다 샴푸 달랐던 듯? 아무튼 뭔가 온 몸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약간 아랫배도 저릿저릿해지는 게.....



- 좋은 사람만 좋아하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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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