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래'에 해당되는 글 37건

  1. 2017.05.29 산다는 것이 자못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2
  2. 2016.11.25 많은 물 2
  3. 2016.11.11 점점
  4. 2016.11.10 두 번째가 낫긴 하지.
  5. 2016.11.07 무위가 행위일 때
  6. 2016.10.09 20161009
  7. 2016.09.30 좋은 사람
  8. 2016.08.23 오십 미터
  9. 2016.07.22 오리 2
  10. 2016.07.12 20160712
2017. 5. 29. 09:34

한밤중에 잠이 깬 그녀는 침대 위에 자기 혼자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더니 그가 열심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그를 한동안 바라다보았다. 그는 행복해 보였다. 갑자기 그녀에게도 묘한 느낌이 찾아왔다. 산다는 것이 자못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p.290) 






오늘 친구f 의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위의 문장이 생각났다. '옆에는 애인이 있고 배 위에는 고양이가 있는 상황이 너무 행복했다'는 글이었다. 리스베트(맞나..)가, 한밤중에 깨어 자신과 밤을 함께 보낸 남자(이름이 기억안남)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걸 보고는 삶을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장면. 이 장면은 책을 읽다가도 좋아서 밑줄 그었었고, 그 뒤에도 가끔 생각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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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6. 11. 25. 09:28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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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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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인지 목뒤가 자꾸 뻣뻣해지는 탓에 목에 수건을 받치고 누운 당신은, 아내의 사랑이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그 사랑이 영영 사라지고 나면 그제야 못 견디게 그리워질 거라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다.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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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0. 08:47

실내는 따뜻했다. 리처는 기적의 안감 코트를 벗었고 터너는 새로 산 재킷을 벗었다.

그녀가 말했다. "룸서비스로 뭘 좀 시켜먹을까요?"

"좋지."

"하기 전에? 아니면 하고 난 뒤에?"

"뭘?"

"알면서."

리처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의 경험상, 두 번째 섹스는 항상 더 근사했다. 여전히 새로우면서도 약간은 익숙한, 여전히 낯설면서도 약간은 친숙한 두 번째 섹스. 그래서 첫 번째 섹스보다 언제나 더 만족스러웠다. 첫 번째 섹스 때 터너는 정말 대단했다.

"하고 난 뒤에." 그가 말했다. (p.25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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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7. 10:54

루이츠는 그 총탄과 점차 돌아오는 기억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어떤 사람들은 승리하도록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극심한 압박에도 침착함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한편, 어떤 사람들은 공황을 일으키고 무너진다. 우리는 위기를 맞았을 때 제 성격을 내보인다. 상황이 심각하게 잘못 돌아갈 때 말이다. 진정한 생존자들은 언제 움직이고 언제 뒤로 물러설지 안다.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내린다.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능독적 수동성`이라고 부른다. 때로는 무언가를 한다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뜻할 수 있다. 무위가 행위일 때도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 역설이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p.433)



때로는 무언가를 한다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뜻할 수 있다. 무위가 행위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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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너머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 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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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6. 7. 22. 09:03

오리

 

 

이윤학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지.

당신 마음이 너무 깊고 넓게 퍼져

나는 가보지 않은 데 더 많고

내 눈은 어두워 보지 못했지.

나는 마음 밖으로 나와 볼일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뒤뚱거리며

당신 마음 위에 뜨곤 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서 자지 못하고

수많은 갈대 사이에 있었지.

갈대가 흔드는 칼을 보았지.

칼이 꺾이는 걸 보았지.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오래전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이 시로 글을 써둔 게 있었다. 그리고 잊고 살았는데, 오늘 측근님의 블로그에서 이 시를 만나고, 어어, 내가 거기에 이거에 대해 써둔 게 있지, 하고는 오랜만에 들어가봤다. 나조차도 검색해 들어가야 하는 곳에. 가보니 2012년에 글을 써두었더라. 이 시로 글을 써둔 건 기억하지만 어떤 내용인지 기억 못했던 나는 처음부터 읽어봤는데, 긴 글이었고, 아,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거기서 또...



기록은 의미가 있구나.

이렇게 내가 어땠었는지, 내가 뭘 바랐었는지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알 수 있다니.

그때 간절히 바라던 것을 나는 이루었고, 그러므로 꽤 근사한 시간을 보냈었구나 했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과거의 나 때문에, 그 간절한 바람 때문에 또 몹시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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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6. 7. 12. 08:23

"10년째죠." 다시 창문을 바라보며 트론이 똑같이 대답했다. "우리는 1988년에 만났어요. 난 오슬로의 경영학교에 입학한 직후였고, 스티네는 니센 고등학교 졸업반이었죠.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여자들 중에서 제일 예뻤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죠. 만났던 중에서 제일 예뻤던 여자하고는 절대 사귈 수 없고, 언젠가는 잊게 될 거라고. 하지만 스티네와는 달랐어요. 그리고 내 눈에 스티네는 늘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죠. 사귄 지 한 달 만에 우리는 동거를 시작했고, 3년간 매일 밤낮을 붙어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그녀가 내 프러포즈에 승낙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p.216)



"자네 여자인가?"

"그렇게까지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귀는 중이고?"

"네."

"여생을 함께 보낼 계획인가?"

"글쎄요. 우린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예요."

라스콜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세우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여자들은 계획을 세운다네. 늘 그렇지."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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