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5. 09:28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사랑의 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이 자못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2) 2017.05.29
점점  (0) 2016.11.11
두 번째가 낫긴 하지.  (0) 2016.11.10
무위가 행위일 때  (0) 2016.11.07
20161009  (0) 2016.10.09
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