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 인생 뭘까.
오늘 아침에 평소대로 일어나고(어제 술마셔서 일어나기 더 싫었지만) 평소대로 버스를 타고 평소대로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평소대로 출근길에 B 와 통화를 했다. 지하철안에서 통화할 때 혹여라도 내 목소리가 커질까봐 한 쪽 귀 이어폰은 빼놓으면서 내 목소리 크기 체크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통화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그렇게 한 쪽 귀 이어폰 빼고 조용조용 통화를 하다가, 뭔가 싸한 느낌... 기존에 지하철 바깥으로 보이던 정차역의 풍경이 아닌 이건 뭐지.. 하고 좀 낯설어 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죄다 내리고, 어엇? 뭐지?뭐지? 했더니, 내가 내려야할 오금역을 지나쳐서 종점인 상일동 역까지 간 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뭐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아....다시 반대편 가서 열차를 타고 오금을 가서 3호선 갈아타고 가는 길은 험난하기도 한거지만 시간이 가늠이 안되어서, 아아, 택시를 타야겠구나, 하고는 얼른 출구로 나가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다행히 택시는 1분만에 왔고, 그렇게 나는 택시를 탔는데 ㅠㅠ 아 너무 짜증나는 게, 내가 잠이라도 더 잔거였다면, 늦잠이라도 잔거였다면 억울하지나 않았을텐데, 집에서 탄 거라면 편하게라도 갔을텐데, 이건 일찍 일어나는 것도 변함없고 버스타고 지하철도 탔던거라 육체는 고생대로 하고... 그러면서 택시비는 또 15,600원이나 나왔다. 아, 너무 진짜 스스로 한심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택시를 탄 게 돈을 들여서 편리를 산 거여야 하는데, 이건 마지못해 내 의지와 달리 탄거라서 너무 딥빡이 오는 거다. 아 쌩돈 날리는 느낌. 그렇지만 이 돈이 아니라면 나는 더 힘들어졌을지도 몰라. 그래,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너무 빡쳐하지 말자...
아니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는데 오늘 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ㅠㅠ 어제 술 마시긴 했지만 둘이서 소주 두 병 마시다가 남겼는데, 많이도 안마시고 또 일찍 들어왔는데 ㅠㅠ 아 너무 컨디션 엉망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금요일 골반요가, 세상에서 가장 빡센 요가인데, 이거 해야지. 이거 하다 보면 다른 생각 안날테니까... ㅠㅠ
- 내게 요즘 관심대상은 페미니즘과 요가이다. 여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고 또 여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인데, 페미니즘을 알면 알수록 그리고 내가 여자로 살아가면 살수록, 나는 래디컬이 될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어차피 결국 최종적으로 와야할 곳은 여기구나, 하고. 나는 이미 이쪽으로 와있기 때문에 최근에 내 타임라인에서 ㅇㅁㄷ 비난하는 글, 그것도 '오호라 잘걸렸다 어디 한 번 된통 당해봐라' 하는 글을 보면 너무 불편한 거다. 너무 짜증나. 그래서 내가 나의 친구들을 떠올려봤다. 나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대부분, 거의 다 여자사람들 이었는데, 만약 이들이 나랑 다른 노선을 걷는다고 할 때-물론 같은 노선을 걷는 친구는 두 명정도밖에 없다-, 나는 그들이 싫어질까? 미워질까? 원망스러울까? 하고.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되물었는데 답은 '아니'였다. 어제도 R 과 얘기하면서 너가 나랑 다른 페미니즘을 추구해도 나는 너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을거야, 라고 얘기했더랬다. 이건 내 주변에 누구라도, 내가 지금 좋아하는 친구들 누구라도 그렇다. 나는 우리가 각자의 페미니즘울 놓고 그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와중에 나는 갈증을 느낀다. 그럴 때면 나같은 꼴페미, 나랑 같은 노선을 걷는 ㅇ 생각이 나서 아아, 꼴페미인 너를 만나고 싶다!! 이렇게 된다. 무튼.
SNS 에서 팔로우해놓고 보는 사람들은 여러부류가 있지만 그중엔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친구가 있었다. 남자사람인데, 평소에 본인이 페미닌한 것을 좀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었고, 응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그 사람이 거기에서 지내는 걸 특별한 관심없이 보기만 했었다. 사실 내 보기엔 허세와 중2병이 고루 섞인 사람인 것 같았는데, 이건 각자 보는 게 달라서이니, 내가 그렇게 보는 면을 보고 누군가는 홀딱 반하기도 하는 것이고.... 그런데 최근에 이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글들을 리트윗 하는 거 보고, 하아, 뭐가 페미닌한거냐...그냥 한남이구먼...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젯밤에 K 랑 술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그 사람을 언팔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거다. 역시 처음부터 으응? 했던 사람은 역시 흐음... 하게 되는구먼.. .하고. 그리고 들어가서 약간 망설였는데, 내 친구들이 자주 만나는 친구인데, 음... 그렇지만 내 친구 아니니까, 이러고 약간 갈등을 겪는데 내 팔로워가 줄어있었다. 이건 줄었다 늘었다 하니까 그간 심드렁하게 그러든지...하고 별 신경 안썼는데, 게다가 최근 리트윗한 글들 때문에 나를 언팔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어제는 갑자기 뭔가 어라? 하는 생각이 되었고, 내가 언팔하려는 그 사람이 나를 언팔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내가 그 사람이 리튓한 글들이 싫었다면 그 역시 내가 쓴 글들이 싫었을 게 당연하니까. 그래서 확인해보니 그 사람이 나를 먼저 언팔했더라. 아, 당신도 내 글이 싫었구나... 그런 글 리튓하는 사람이라면 내 글이 좋을 리가 없지.....
- 이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역시 '1프로의 어떤 것'을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거 뭘까. 왜 어떤 점에 대해서 누군가는 내치게 되고 누군가는 포용하게 될까. 왜 '이런 점이 싫어서' 누군가는 다시는 안보게 되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게될까. 바로 그게 애정의 유무, 애정의 크기 차이가 아닌가 싶은 거다. 애초에 애정이 별로 없으니까 싫은 면이 보였을 때 세이 굿바이 하게 되고, 애정이 있으면 응, 너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된달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금 다정한 관계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럽고 기쁘다. 그리고 다른 점이 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함께 가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애정 없는 사람을 굳이 '다르니까' 하고 끌고갈 필요는 전혀 없지. 내 에너지를 그런 데 쓸 수는 없어... 그래서 좋아한다는 건 되게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은 힘이 세다. 애정은 받아들이는 범위를 넓고 깊게 해준다.
- 컨디션이 진짜 뻐킹이네... 책상 위에 길리안 초콜렛이 있는데 이것 좀 먹어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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