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래'에 해당되는 글 37건

  1. 2014.11.24 I Don't Want To Change You
  2. 2014.11.17 크-
  3. 2014.11.16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9
  4. 2014.11.13 캐릭터 2
  5. 2014.11.11 원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4
  6. 2014.11.10 나는 나의 바닥을 만난다.
  7. 2014.10.20 시집을 샀다 2
2014. 11. 24. 11:54

오늘 R 이 링크를 보내줬는데, 루나파크의 루나가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 i don't want to change you 의 가사를 번역한 포스팅이었다. 가사를 유심히 들을 수 있는 영어실력을 가졌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저 제목에 해당하는 가사만 들을 수 있는 사람. 당연히 번역도 못하고 있었는데, 루나가 번역해놓은 가사를 보니 참 좋구나. 특히나,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든다.



 

 


 

I`ve never been with anyone

누구와도 함께해본 적이 없소.
In the way I`ve been with you

당신과 함께했던 것처럼.
But if love is not for fun

장난스레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Then it`s doomed

스러질 운명이겠지.
Cause water races

물은 흐르기 마련이니까.
Water races down the waterfalls

폭포 아래로 쏟아져내릴 뿐이니까.
Water races

물은 흐르기 마련이니까.
Water races down the waterfall

폭포 아래로 쏟아져내릴 뿐이니까.



(출처: http://blog.naver.com/lunaparkblog/220188838062)

[출처] I don't want to change you|작성자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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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11. 17. 08:48

4월

내가 기차같이 별자리같이
느껴질 때
슬며시 잡은 빈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저자
이응준 지음
출판사
세계사 | 2002-06-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소설이전 혹은 소설이외 혹은 소설 그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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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11. 16. 23:34

쑨젠신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그 오래된 사진들을 들춰보니 쑨젠신과 함께 있을 때면 징치우는 항상 들떠 판단력이나 자제력이 모두 흐려져 있었다. 징치우에게 쑨젠신은 거센 바람과 같았다. 거세게 불어오는 그에게 휩쓸려 사고와 청각은 둔해지고 웃음의 감각만 예민해져 있었다. 물론 아주 바보 같은 웃음이었다. (p.117-118)

 

 


산사나무 아래

저자
아이미 지음
출판사
포레 | 2013-04-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대혁명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0년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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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조민기'랑 '오연수'가 주연한 드라마 [거침없는 사랑]에서 오연수가 조민기에게 그런 말을 했더랬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라고 생각했는데 그 바위가 움직일 줄은 몰랐다'고. 스물다섯에 나도 그랬다. 꼼짝도 안할거라 생각해서 마음껏 까불었는데 그가 완전히 너무 꼼짝을 해가지고.. 어쨌든 우리는 만났고 만나는 동안에는 너무 좋아서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졌으며 모든 뜨거운 연애가 그렇듯이 결국 나는 나의 바닥을 만났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서 아, 내가 이렇게까지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구나, 라는 걸 깨닫고 얼마나 내가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부끄럽던지..

 

그 사랑은 결정적으로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나쁜 사랑'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지만, 그 연애가 그 후의 연애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렇다해도 아마 '그 시절로 돌려놓으면' 나는 또다시 그 사람을 좋아할 거란 생각을 했다. (나중에 만났다면 좋아하지 않았을 거 같다. 사랑은 타이밍인지도.)

 

어쨌든 그 후에 나는 안정적이고 평안한 연애를 했다. 아, 그래 모름지기 연애란 이런 것이어야 해, 라고 생각했다. 나는 연애가 내 일상의 중심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언제나 주변에 있기를 원했다. 나를 구성하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여야지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주체는 나여야만 했고, 모든건 다 내 의지에 의해 결정되어져야 했다. 내가 주는 거리만큼만 상대가 다가와야했고 조금이라도 더 올라치면 '아니' 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들 그 뜻에 따라주었고, 그랬으므로 지속이 됐었다. 나는 연애로 인해 나 자신을 잃고 싶지 않았고, 그것이 내가 연애에 있어서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그 상황에 맞게 그 상대들을 충실하게 좋아했다. 어떤 장점들에 이끌리고 어떤 편안함에 이끌렸다. 때로 어떤 단점들에 눈을 감으면서 관계를 지속했고 그 상황에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 관계가 주는 안정감과 평안함을 나는 선택했고, 만족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연애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바였으니까.

 

 

그렇지만,

 

사람일은 십 초 뒤도 내다 볼 수 없고, 미래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라고 했던가.

 

 

이 영상을 보냈더니,

 

 

 

 

그는 이 영상으로 답했다.

 

 

 

 

 

 

일상은 흐트러지고 뒤로 밀려났다. 평안함은 온데간데 없고 온갖 감정이 하루에도 스무번씩 들어왔다 나갔다가 한다. 머리를 쥐어뜯고 벽에다 쿵쿵 찧기도 한다. 혼자 큭큭대고 웃었다가 한숨을 쉰다. 다시는 내 바닥을 들여다보는 지경까지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바닥을 만날까봐 두렵다. 매일이 매시간이 두려움과 흥분으로 설레임과 긴장감으로 초조함과 예민함으로 즐거움과 당황으로 왔다갔다한다. 하루에도 서른번씩 이런걸 그만두어야 한다고 내 자신에게 말하다가, 그보다 더 많은 횟수로 그만두기에는 이게 너무 크다고 혼자 말한다. 나를 잃지 않으려면 꼿꼿하게 여기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했다가, 나라는 게 대체 무엇이길래 그래야한단 말인가 갈등을 반복한다. 도망치고 싶다고 혼자 끙끙대다가 도망치면 이 사람을 잃을 거란 두려움에 이내 포기한다. 왜 애를 써야 하는거냐고 친구들에게 되물었던 게 언제였던가, 나는 애를 써야 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제대로 말도 못하고 판단도 못하는 초병신이 되어서 매시간을 산다. 똑똑하고 차갑고 냉정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저 내가 만든 이미지에 불과했구나. 나는 그냥, 초병신이야. '항상 들떠 판단력이나 자제력이 모두 흐려져 있'고, '사고와 청각은 둔해지고 웃음의 감각만 예민해져 있'다.

 

 

억누르지 말고 요동치는 대로 두라는 그의 말에, 그래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이 되었다가 이내 떠올랐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바로 그때도 내가 '될대로 되라지' 했던 것을.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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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는지 물어봐도 되니?"
"공개 법정에서 저한테 불리한 증언을 하셨잖아요. 그동안 우리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어요. 그 문제는 처리를 하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요. 어머니는 거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으실 거예요." (p.280)




다운 리버

저자
존 하트 지음
출판사
노블마인 | 2012-02-0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한 권의 책으로 스릴러는 문학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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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는 처리를 하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요, 라는 애덤의 말이 좋았다. 애덤은 뭐 그렇게까지 좋진 않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건 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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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1. 10:41

티타늄



펠리체 판티노에게




부엌에는 마리아가 생전 처음 보는 옷차림을 한, 키가 매우 큰 남자가 있었다. 그는 신문지로 만든 종이배를 머리에 쓰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하얀 장롱에 칠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얀 페인트가 어떻게 그리 작은 통 속에 담겨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리아는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 죽을 것만 같았다. 남자는 가끔 파이프를 장롱 위에 올려놓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다가 휘파람을 멈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따금 쓰레기통 쪽으로 가서 침을 뱉은 뒤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쉽게 말해 그는 너무나 이상하고 낯선 행동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를 지켜보는 일은 정말 흥미로웠다. 장롱이 하얗게 칠해지자 그는 페인트 통과 바닥에 널려 있던 신문지들을 주워 모두 찬장 옆으로 가져갔다. 그러더니 찬장도 하얗게 칠하기 시작했다.

장롱이 너무나 윤이 나고 깨끗하고 하얘서 그걸 꼭 만져봐야 할 것 같았다. 마리아가 장롱에 다가가자 남자가 알아차리고 말했다. "만지지 마라, 만지면 안 된다." 마리아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왜요?" 그 질문에 남자가 대답했다. "만질 필요가 없으니까." 마리아는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왜 이렇게 하얀 거에요?" 무척 어려운 질문이라는 듯 남자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티타늄이니까."

마리아는 괴물이 등장하는 동화책을 읽을 때처럼 두려움으로 인한 전율이 기분 좋게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마리아는 주의 깊게 남자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 칼이 들려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변 어디에도 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어딘가에 숨기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제 뭘 자른다는 거예요?" (마리아는 티타늄의 이탈리아어 발음 '티나니오'를 '티 탈리오'(너를 잘라버리겠다)로 잘못 알아들었다.) 이 질문에 남자가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거였다. "네 혀를 잘라버리겠다."하지만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널 자른다는 게 아냐. 티타늄이라고."

결론적으로 그는 매우 힘이 센 남자가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자하고 친절해 보였다. 마리아가 물었다.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남자가 대답했다. "펠리체." 그는 입에서 파이프를 빼지 않았다. 그래서 말을 할 때면 파이프가 위 아래로 춤을 췄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마리아는 남자와 장롱을 번갈아 쳐다보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의 대답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왜 이름이 펠리체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그렇게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절대 이유를 물어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친구 알리체는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이름이 알리체(알리체는 여자 이름이지만, 작은 멸치인 '앤초비'라는 뜻도 있다. 알리체와 펠리체의 발음이 비슷해서 이렇게 생각한 것.) 였다. 이 남자 같은 어른의 이름이 펠리체라는 게 정말 이상했다. 하지만 차츰차츰 이 남자를 펠리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펠리체가 아닌 다른 그 어떤 이름으로도 부를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칠을 한 장롱이 너무 하얘서 부엌에 있는 다른 물건들이 누렇고 더럽게 보일 정도였다. 마리아는 장롱 옆에 가까이 가봐서 안 될 것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만지지 않고 그저 보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가 발끝으로 살금살금 장롱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 예기치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갑자기 돌아보더니, 마리아와 두어 발자국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주머니에서 하얀 백묵을 꺼내더니 마리아가 서 있는 바닥에 둥근 원을 그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 원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그러더니 성냥을 켜서 입술을 이상하게 비틀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다시 찬장을 칠하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쪼그리고 앉아서 오랫동안 둥근 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원에 출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문질러 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백묵 자국이 지워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자가 이 방법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원은 분명 마법의 힘이 있었다. 마리아는 가만히 아무 말 없이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가끔씩 발을 뻗어 발끝으로 원을 건드려 보았고 거의 균형을 잃을 정도로 몸을 앞으로 내밀어 보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장롱이나 벽에 닿으려면 아직도 한 뼘 이상이 부족하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찬장이, 의자들과 식탁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하얘지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야 남자는 붓과 작은 통을 내려놓고 머리에서 신문지 종이배를 벗었다. 모자를 벗자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머리가 드러났다. 잠시 후 남자는 발코니로 나갔다. 마리아는 그가 뭔가를 뒤적이는 소리를 들었고 옆방에서 왔다 갔다 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리아가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저씨!" 처음에는 조그맣게 그러다가 점점  크게 하지만 지나치게 크게 부르지는 않았다. 사실은 혹시 남자가 그 소리를 들을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가 부엌으로 돌아왔다. 마리아가 물었다. "아저씨 이제 나가도 돼요?" 남자는 마리아와 둥근 원을 내려다보더니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여러 가지 말들을 했다. 하지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물론이지. 이제 나와도 돼." 마리아는 당황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러자 남자가 걸레를 집어 마법을 풀기 위해 원을 깨끗이 지워주었다. 원이 사라지자 마리아는 일어서서 깡총깡총 뛰어 밖으로 나갔다. 마리아는 아주 행복했고 기분이 좋았다. (pp.240-244)






주기율표

저자
프리모 레비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07-01-1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아우슈비츠를 통해 인간성의 한계를 성찰한 현대문학의 고전,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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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자두나무 정류장

저자
박성우 지음
출판사
창비 | 2011-11-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한국 서정시의 맥을 잇는 시인으로서 시단의 큰 기대와 주목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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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달아난다

이규리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편 그늘까지 화사하구나
죽방렴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마리 멸치처럼
빠른 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무둥치라 여긴 내 중심은 자주 거무스름하다
임산부가 행복하다면 가뜩 낀 기미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일까


덜컹거리며 꽃길 백 리,
어쩌자고 화염길 천 리,


나는 역방향에 앉아서
그가 다 보고 난 풍경을
뒤늦게 훑는다


그 자리 그대로인데
풍경은 왜 놀란 듯 달아나고 있는지


벚꽃은 제가 절정인 줄 모르고
절정은 또한 제 시절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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