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여행 가방 속에 넣어놓고 잊어버렸던 편지 뭉치를 발견했을 때 처음에는 그게 전부 릴이 톰에게 보낸 의례적인, 오랜 친구, 심지어 두 번째 엄마 같은 사람이 보낼 수도 있는 편지라고 생각했다. 편지는 톰에게로 시작해서 사랑하는 릴로 끝맺었고, 가끔 십자가 한두 개를 그려서 키스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더니 또 다른 편지, 톰이 릴에게 보낸, 아니 보내지 않은 편지들이 나왔다. "왜 당신한테 편지를 쓰면 안 된다는 거지, 어째서, 나는 써야만 하는데, 늘 당신 생각만 하는데, 오 하느님, 릴, 당신을 너무 사랑해, 당신의 꿈을 꾸고, 이렇게 떨어져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어, 사랑해, 사랑해……." 그런 내용이 몇 장이나 계속됐다. 그래서 릴의 편지를 다시 읽었더니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모든 걸 이해했다. 백스터즈 정원 아래쪽에서 한나와 함게 길가에 선 채 로즈의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그게 자신을 조롱하는 웃음 이라는 걸 알앗다. 그 웃음은 그녀, 메리를 조롱했고 그제야 그녀는 비로소 모든 걸 이해했다. 모든 게 명확해졌다. (그랜드마더스, p.83)
2016. 4. 15.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