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죠." 다시 창문을 바라보며 트론이 똑같이 대답했다. "우리는 1988년에 만났어요. 난 오슬로의 경영학교에 입학한 직후였고, 스티네는 니센 고등학교 졸업반이었죠.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여자들 중에서 제일 예뻤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죠. 만났던 중에서 제일 예뻤던 여자하고는 절대 사귈 수 없고, 언젠가는 잊게 될 거라고. 하지만 스티네와는 달랐어요. 그리고 내 눈에 스티네는 늘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죠. 사귄 지 한 달 만에 우리는 동거를 시작했고, 3년간 매일 밤낮을 붙어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그녀가 내 프러포즈에 승낙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p.216)
"자네 여자인가?"
"그렇게까지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귀는 중이고?"
"네."
"여생을 함께 보낼 계획인가?"
"글쎄요. 우린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예요."
라스콜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세우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여자들은 계획을 세운다네. 늘 그렇지."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