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쓰의 수행비서님은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이시다. 아들이 대학생이라고 들었더랬다. 이 분이 막내에게 종종 '이새끼야'라는 말을 섞으시는데, 처음 그 말을 들었던 막내는 당황스러워서 울기까지 했더랬다. 참.. 어휴.. 그러더니 지난 주에 또 통화중에 '이새끼야' 하셨나보다. 연휴 끝나고 그랬었다고 스트레스 받아서 말을 하더라. 다음엔 녹음을 좀 해놔야겠다고 하더니, 임원1에게 가서 얘기할까 생각도 한다더라. 나는 들으면서 '제발 끼어들지말자'고 생각했었다. '그냥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게 두자' 하고. '니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니가 직접 얘기해서 고쳐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더랬다. 내가 너무 오지라퍼인 것 같아서... 그런데 사무실에 잠깐 수행비서님 올라오셔서 말씀을 나누시고 나가시려는데 내가 쫓아나갔다. 그리고는 계단에 서서 말씀드렸다. 왜 자꾸 저 직원에게 이새끼야 라고 하시냐, 그러지 마시라, 기분 아주 많이 나빠한다, 욕하려는 의도로 하신 게 아니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이 싫어하니 하지 마시라, 고 했다. 비서님은 알겠다고 하셨다.
이런 일이 있었노라 임원1에게 얘기했다. 이러이러해서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라고. 임원1은 잘했다고 하셨다. 네가 잘했다, 라고.
그러나 나는 내내 씁쓸했다. 하아. 욕이라고 치면, 말을 함부로 하는 걸로 치면 보쓰를 따라갈 자가 없는데, 나는 보쓰에게는 항의하지 못하니까. 보쓰에게는 '왜 그러시느냐, 그러시는 거 아니다, 기분 나쁘다' 라고 따지지 못하니까. 보쓰에게 따지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따진다는 건, 다른 사람이 더 만만하다는 거 아닌가. 이건 한결같은 태도가 아니지 않은가. 기분이 좀 구렸다. 내가 이래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보스한테는 할 말을 미처 다 하지 못해서.
- 주중에 술마시기로 약속한 남자사람1에게 '빨리 만나고 싶다, 만나서 ** 욕하고 싶다' 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조금만 참아라, 내가 다 들어줄게'하는 답이 왔다. 어휴... 세상 남자중에 절반 이상을 들어내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 같다는 것이 요즘의 내 생각이다.
- 아빠는 탈장을 진단 받으셨다. 자세한 건 검사를 더 해봐야 안다는데, 이게 거의 수술을 해야 하는가보다. 며칠전에는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고 하셨다. 내가 왜 이렇게 병치레를 하나, 몸이 왜 내맘대로 되지가 않나, 싶으셨다는 것. 탈장은 무거운 걸 많이 들거나 하면 올 수 있다는데, 아빠의 이런 말을 듣고 슬퍼졌다. 우리 보쓰 같은 사람한테는 탈장이 올 것 같지 않아서. 생전가야 자기 힘으로 무거운 걸 들 일이 없었을 테니까. 그러고보면 몸 아픈 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빨리 낫지도 않는다, 돈도 없어서. 가까스로 식단 조절하셔서 이제 당뇨약 끊을만큼 좋아지셨는데, 이렇게 찾아온 탈장이라니. 너무 가여운 인생이다. 나도 무겁게 들고 다니지 좀 말아야겠다. 아빠에게는 정말이지, 한없이 인간적인 연민이 생긴다. 먹는 거 좋아하는데 그렇게 식단 조절 해서 몸을 정상으로 만들어놨더니 이젠 탈장이라니... 고기 좀 사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