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6. 10:04

조금 더 다녀보자, 그렇지만 여차하면 도망치자, 라는 마음으로 회사 생활을 더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직업쪽은 정말 잘 본다는 사주를 소개 받아 보러 다녀왔다. 들어가서 생년월일과 시를 말하자마자 내가 직업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사람임을 얘기하더라. 그러니까 내가 설사 지금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을 십년 전에 직업으로 선택해서 하고 있다고 해도, 지금 이자리에 와있을 거고 똑같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것이며, 다른 어떤 걸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는 거다.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고, 실제적으로 해답을 많이 찾아낸다고. 그렇지만 직업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했다. 이걸 해야만 이렇게 살 수 있다, 하는 것을. 어쨌든 결론적으로 관두지 않는 게 좋을것 같다는 거죠? 라고 물으니, 자기는 그렇게 미지근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관두면 안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마음이 편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지날수록 공부를 하는 사람이고 인간에게 제한이 없다는 것을 알고 오픈되어 있는 성향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조금 더 생각하고 더 공부하고 자꾸 자아를 생각한다고. 결혼과 육아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길래 물었더니, 내가 결혼과 육아 자체를 우선 순위로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차피 그건 우선순위도 아니고, 미룰 수 있다면 가급적 미루려고 한다고. 나에게 중요한 건 나 자신이고 내 자아이기 때문에, 또한 책임과 의무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혼과 육아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내가 결혼을 하기로 선택했다면, 그 결혼을 해서 참 잘 살거라고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피로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할 결혼이라면 선택을 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이야 방구야 싶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컨잡을 가질 확률이 많은데, 그것은 늘 꿈꾸던 것이라고 했다. 꿈을 세컨잡으로 가질 확률이 많다고.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걸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에, 관둘까를 계속 고민하다가도 관두지 못하는 거라고. 내가 지금 회사에서 상사들에게도 후배들에게도 모두 인정받고 있고 스스로도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당연히 그럴거라고 했다. 당연히 그렇겠죠, 라고. 그러나 내가 왜 스트레스 받는지를 말했다. 보쓰가 그런 인격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대고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네, 알겠습니다,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싫다고 하자, 그 사람은 기업가인데 왜 군자를 기대하느냐고 했다. 내가 힘든 경우는 내가 자꾸 내가 되어서라고,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그 사람은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내버려두라고. 회사에서는 나 자신을 두 개로 분리하라고 했다. 두 개로 분리해서, 여기는 이런 곳이고, 저 사람은 저런 사람, 하고는, 그 안에 들어가지 말라고. 일전에 다른 데서도 두 개로 분리하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내가 분리가 잘 안되는 사람인가보구나. 분리해야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요즘에 분리랑은 좀 다르지만, '빡치게 하기만 해봐 나가버리겠다' 라고 생각하니, 좀 나아지긴 했다.


몇 해전에 회사 관두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을 때도 사주를 보러 갔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직장인이 직장 관두고 싶은 거야 늘상 있는 일이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회사를 관두겠다고 말하는 거야 일상이지만, 이렇게 확, 지나치게 크게 나를 미치게 할 때가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번에 사주 보러 간 데서 그런 얘길 했다. 가끔 멘탈에 치명적 위기가 온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미칠 것 같고 정신이 하염없이 나약해지는 때가. 그런 위기가 오는데, 다른 사람들이라면 정신과에 가서 약을 받아 먹어야 될 정도인데도, 나는 스스로 그걸 극복해낸다고 했다. 그걸 극복하는 사람이라고. 살면서 또 다른 일로 멘탈에 치명적 위기가 와도, 나는 그걸 극복해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알아서 극복해낸다고. 대견하지만 어쩐지 약간 아프기도 하네... 뭘 그렇게 혼자 잘해내냐... 쩝...


그러면서 잘 살고 있다고 칭찬 엄청 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우쭈쭈에 기가 산다는 걸 아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는데,


내가 해외에 장기체류할거라고 하더라. 최소한 5년이상으로. 장기체류하고 영주권도 받을 거라고 ㅋㅋㅋ 영주권 얘기 듣고 빵터짐. 그리고 연애도 다른 도시,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할텐데, 지금 모시고 있는 보쓰가 외국인이었다면 나한테 좋았을 거라고 했다. 크- 안타깝구먼..엄청난 한남인딩 ㅠㅠ

술친구며 수다친구로 남자가 항상 옆에 있는데(술친구, 수다친구 모두 그 분의 워딩이지 내꺼가 아님 ㅋㅋ), 그러다가 그들중 어떤 이들은 내게 대시를 할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다 쳐낼거라고. "어? 니 자리 거기 아니야!" 이러면서 쳐낸단다. 바로 며칠 전에 내게 일어난 일이라서 진짜 육성으로 터져서 웃음 ㅋㅋㅋㅋㅋ 내가 그 술친구며 수다친구인 남자들한테 옆자리를 주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ㅎㅎㅎ 옆자리 줄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 


또 무슨 얘기 했더라?

암튼 재미있었다. 힐링힐링 되는 건 서울대입구 쪽이 강했는데, 재미는 이쪽이 있었다. 뭔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은 기분이랄까. 그렇지만 너무 비싸가지고.. 좀 부들부들 했다. 그래도 잘 살고 있다고 엄청나게 말해주는 바람에 스스로 멋진 캐릭터라고 또 생각하게 됨 ㅋㅋㅋ 역시 가끔 봐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카운셀러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글 쓰는 걸 멈추지 말라고 말해줘서 참 좋았다. 내가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거라고 했다.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크- 너무나 완벽한 캐릭터라 정말이지 뿌듯하다. 


며칠전에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보면서, 봄씨는 이렇게 못생긴 내가 뭐 그렇게 좋다는 걸까...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역시 봄씨 자리는 거기가 아니었어,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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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