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렉스는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정하는 거다. 아무리 예쁜 코를 가졌다고 해도 내가 보기에 불만족스러우면 그것이 컴플렉스가 될 수가 있다. 또한 누가 뭐라하든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고. 사실 남들이 칭찬 백개 해줘도 내가 아니면 아닌 거잖아... 뭐 이렇게 썼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나는 내 가슴에 불만이 많다, 그거다.
어릴 때부터 큰 것도 너무 싫었고 그래서 자꾸 감춰야 하는 것 같았는데, 큰 가슴이라는 게..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좀 위축되어 있었고 등이 굽고...큰 가슴을 가진 청소녀들이 했던 대부분의 행위를 나도 했었는데, 커다란 박스티 같은 거 입어서 티 안나게 해보려 해도 아아, 큰 가슴은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그때부터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내 가슴 크다 어쩔래, 라고 다녔으면 사실 봉긋한 가슴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중력은 작용하는 법이니까, 크고 무거운 게 아래로 쳐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나는 가슴이 크고 그래서 쳐졌다는 걸 인식하면서 대중목용탕에 갈 때마다 기가 죽었더랬다. 나보다 작은 가슴의 여자들이 정말 너무 많았고, 젊은 여자들의 가슴은 봉긋하기까지 해서 너무 예뻤던 것... 아, 큰 가슴은 안돼, 저렇게 될 수가 없어 ㅠㅠ 하며 절망에 절망을 거듭하다가,
일전에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서 주인공이 '누우면 가슴이 퍼진다'는 얘기를 하길래 아아, 다른 사람들도 그렇구나, 하고 안도했더랬다.
사실 내 가슴이 쳐진 걸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벗은 가슴을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연애중일 때 애인들 말고는 볼 리가 없는데, 애인들은 대체적으로 내 가슴을 좋아했었다. 예쁘다고 했고 가슴에 반했다고 했고 기타 등등 가슴에 대해 블라블라 다정한 말들을 많이 해줬지만, 그래서 내가 가슴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어졌냐 하면 그게 아니고, 뭐랄까, 그들의 말들은 죄다 그냥 섹스하기 위한 밑밥 같은 걸로 여겨졌다. 니가 섹스하려고 그딴 말 하지, 혹은, 섹스해서 좋으니까 그딴 말 하지.. 이런 식이었달까. 아아, 나란 여자는 어째서 남자들한테 크게 데인 적도 없으면서 기본적으로 남자들을 불신하는 걸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그간 내가 연애했던 남자들은 다정하고 자상하고 착한 남자들이었는데, 나한테 최선을 다하는 남자들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자를 불신해...왜때문이지?
지난 달에 여동생네 집에 갔다가, 늦은 밤, 모두들 자고 여동생과 엄마와 나만 깨어있어서, 아아, 이제 브래지어 풀어야겠다, 하고 브래지어를 풀고 있었더랬다. 여동생이 브래지어 푼 내 가슴을 보고는 와, 언니 가슴 장난 아니다, 하는 거다. 나 너무 커서 쳐졌지? 하고 물으니, '아니 완전 탱탱한데?!' 하는 거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 때 눈물날 뻔 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별 거 아닌데 ㅠㅠ 왜이렇게 여기에 집착하는가 ㅠㅠㅠㅠㅠㅠ 어쨌든 그래서 '아 생리하려고 탱탱해졌나' 하고 넘어갔는데, 그 때 그 말이 아주 기억에 남았더랬다. 애인들이 해줬던 말들 백 개보다 좋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진짜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에 여자1, 여자2와 묵호항에 놀러갔더랬다. 늦은 밤에 샤워를 하고 다같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자1이 내게 그랬다.
-너 노브라냐.
-응.
-깜짝 놀랐다.
-왜 젖꼭지 보여?
-아니, 너 항상 가슴 커서 쳐졌다고 하더니 완전 탱탱하다. 라인 예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읭? 그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내가 또 '생리시작 전이라 탱탱해졌나봐' 이랬는데, 이 여행 좋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이러고 감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은 순간이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한편, 아, 나 가슴 컴플렉스 엄청났구나 싶었더랬다. 그런데 이렇게 여동생도 여자1도 얘기해주니 다 괜찮아진 것 같고, 그러면서 샤워하면서 가슴 보는데 또 막 좋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