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3. 09:34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5_minumsa



뭐 이러한 게 있고, 저 '추천위원'이 되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리뷰어'의 자격으로서인데, 뭐 딱히 추천 위원이 큰 역할이나 그런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뭔가 신경 쓰기도 싫어서 무심히 으응, 이러고 넘길랬는데, 메일을 쭉쭉 위로 올려가며 확인해보니, 오, 이 추천위원 해주면 사례금을 십만원...준단다. 읭? 이러면 또 내 생각이 달라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더 큰 액수, 더 큰 금액을 받는다면 기분이 더 좋아지겠지만, 일단 내가 좋아서 하는 일로 인해 돈이 들어온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이런 게 좀 더 생기고 내가 좀 더 큰 역할을 맡아서 떼돈 .. 벌고싶다. 응? 그러면 지금 하는 회사일을 때려치고 프리랜서가 되어 느즈막히 일어나 쳐묵쳐묵하는 게으른 삶을 살 수 있을텐데..... 뭐 그렇다는 거다. 여튼 이 메일을 받고 기분 좋아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뭘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기쁘다는 생각. 내가 좋아서 하는데, 그 일을 좀 잘하는 편이고, 그 일로 인해서 돈이 들어오다니. 크- 좋다. 멋져. 쓰담쓰담.  이게 다 그간 내가 성실한 리뷰어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움화화화화화화핫. 





지난주에는 한 주를 통틀어 컨디션이 계속 별로였던 것 같다. 그러다 주말 전에는 최악으로 치달았는데, 이 연애에 있어서 내가 그와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좀 끔찍한 기분이었는데, 그는 나 때문에 기분이 상했고, 나는 내 나름대로 마음이 안좋아서, 대화를 잠깐 멈추게 되고, 이 멈추어 있는 시간 동안 자꾸 머릿속에 '지금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반복해 들었던 거다.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았다. 자꾸 우울해졌다. 토요일 오전 창원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서는 창밖만 봤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해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친구와 대화하기도 내키지 않는 기분. 다행이 같이 가는 D는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창밖을 보던 내게 그가 메세지를 보내 우리는 멈췄던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서로 '주의할게' 와 '신경쓸게'를 말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몹시도 우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이거 못하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걸 풀어야되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내가 보냈고, 그리고 그걸 풀자고 대화를 다시 하게 된 것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연인들은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아득해졌다. 누군가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마음 에 더해서 다른 것들이, 이를 테면 관심과 배려와 행동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 깨달음은 조금 슬펐고, 그렇지만 나쁘지 않았다. 거쳐야했다. 깨달음은 깨달음의 특성상, 조금쯤은 슬픈 것이니까. 그 조금쯤의 슬픈 마음을 감당하고 나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




안민고개에 가서 친구들과 양쪽 길가에 늘어선 벚꽃을 감상하며 돌아오는 차 안, 조용하게, 아주 조용하게 B 와 통화를 했다. 잠깐 통화를 하고 끊고서는 친구의 집으로 가, 돌아오는 길에 들러 마련한 안주들을 꺼내놓고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별로 대수롭지 않은 얘기들을 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다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는 통화할 때 아직도 숨이 넘어가더라. 좋아서 숨이 막히더라.



맙소사. 숨이 넘어가다니. 숨이 넘어갈 정도라니. 나 .. 뭐야? 




(밑에 사진은 창원 남산공원에서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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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