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과 임신
어제 여자사람친구와 생리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피임, 임신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둘 다 성인 여자인만큼, 연애를 하면서 피임과 임신에 대한 생각을 안해볼 수가 없는데, 혹여라도 생리가 늦어지면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대단하다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나름의 피임을 써도 백프로 안전한 건 아니니까. 친구도 나도 피임약 먹는 것을 싫어했다. 그것이 내 몸속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은 거다. 남자 피임은 콘돔을 착용했다 빼서 버리면 되는데, 우리는 몸에 들어가 영향을 미치는 거라 아, 싫어...암튼 그런 얘기하다가 그러다 만약 임신이 된다면? 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했다. 친구도 당연히 임신이 되면 어떡하지? 하며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렇다. 이건 연애할 때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친구는 혹여 임신이 된다면 1) 낙태는 몸이 축나서 싫고 2)미혼모는 혼자 고생해야 해서 싫고 그래서 3)결혼을 선택하게 될 것 같은데, 그건 쪽팔려서 싫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이 뭔지 너무나 잘 알겠는거다. 아마 대부분의 여자사람들이라면 다 비슷한 생각을 갖지 않을까?
나의 경우 이십대 젊은 시절에는 혹여 임신이 된다면 1)낙태 2) 낙태 3) 낙태. 낙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혼하지 않은 이십대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게 대체 무얼까? 물론 미혼모를, 결혼을, 입양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내가 나를 생각했을 때 방법은 1부터 100까지 낙태였다. 그런데 낙태수술 자체는 너무 싫었다. 차가운 기계가 나의 가장 연약한 피부를, 신체를 건드린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한 거다. 그래서 자나깨나 피임피임,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 당시엔 겁도 없이 피임도 잘 안했던 것 같다. 오히려 나이들고 나서 피임에 더 신경썼지. 그러니까 낙태는 한 생명을 없앤다는 것보다 더 크게 '내 몸한테 그런 일을 하게 두고 싶지 않아서'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의 말대로 내 몸 축나는 게 싫어서 선택하고 싶지 않은 거였다.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만약 혹시라도 지금 임신이 된다면, 나는 이십대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1)낙태 2)낙태 3)낙태 를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데, 혹여라도 지금 그렇게 된다면 1)미혼모 2) 낙태 3)없음 이 될것 같다.
이십대에 내가 미혼모에 대해 가진 생각이 비참하고 연약한 입장이어서 라기 보다는, 내가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구들한테 얼굴도 못 들것 같은 것도 있었고. 그렇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일단 나는 아이를 하나 낳아서 키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고 있고, 식구들한테 '나 아이 낳을 거다' 라는 말을 하는 데 있어서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남동생에게도 좋은 삼촌이 되어달라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엄마에게도 '나 회사 다녀올 동안 아이를 봐줘'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지금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실질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힘없는 미혼모는 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낙태'를 선택해서 내 몸을 상하게 하는 것 보다는 아이를 낳아서 사랑으로 키우는 걸 선택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나는 혼자 아이를 키울만큼 강하고 잘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 선택지에 결혼은 없다. 이건 '결혼은 절대 안할거야' 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인데, 결혼은, 할 수도 있는거지만, 나는 내가 결혼하게 되는 이유가, 나 아닌 다른 이유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아이 때문에' 라는 이유가 1만큼이라도 들어가는 게 싫다. 그건 내가 너무 자존심이 상해. 나는 그렇게 조금이라도 자존심에 스크래치 난 상태로 결혼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남자가 '백프로 너 때문' 이라고 해도, '원래 하려고 했었어' 라고 해도, 아 뭔가 의심될 것 같고, 나는 그런 의심을 가진 상태로 결혼하고 싶지 않아. 결국 '미혼모'가 가장 앞에 있는 선택지가 되는데, 여기까지 생각해보다보니, 그렇다면 미혼모를 선택할 때 상대 남자...는 어떻게 되는거지?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만사가 다 귀찮아지네. 애 아빠니까 말은 해야겠지, 그런데 애 아빠니까 아이를 같이 책임지고 싶을 수도 있잖아? 야야야, 나 결혼 안해 아이는 나 혼자 키워, 라고 하면 애 아빠 입장에서도 빡칠 수 있을것 같고...아.........이게 뭐야. 그렇다면 말하지 않고 헤어져야 하나? 임신하게 되면 세이 굿바이, 하고 돌아서서 혼자 낳아? 야..이건 무슨 .... 너무 슬픈 드라마잖아?
음..
역시 콘돔이 답이구나.
그런데 친구랑 이런 얘기 하는 거 좋았다.
-다이어트
작년 10월초쯤, 단 하루 미친 몸무게를 찍었던 때가 있었다 ㅋㅋㅋ 야, 이건 진짜 슈퍼몸무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다 백키로 금방 찍겠어, 싶은 무서운 몸무게. 단 하루이긴 했지만 끔찍한 몸무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월이었나 그 전이었나 생각은 안나지만 여하튼 무게의 최고점을 살던 시기였는데(턴님, 턴님이 나를 봤던 때가 바로 그때였어요 ㅋㅋ), 그래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에 B 가 내게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내가 정말 100키로 찍을 것 같아서 안되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공식적으로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나름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은 남동생으로부터 자세 교정 받아가며 하기 시작했고.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해서 음식 조절을 빡세게 하진 않았다. 고기 먹으면서 밥이나 냉면 안먹기 같은 거 하고, 약속 없으면 끼니중에 한 번쯤 닭가슴살이나 과일 혹은 찐계란 넣고, 술 마시는 건 그대로 했다. 같이 다이어트 시작한 다른 친구들은 빡센 식이요법과 빡센 운동으로 훅훅 빠졌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간혹 초조해지기도 했지만, 여하튼 너무 빡세서 스스로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천천히 해왔는데, 그렇게 한 결과 그당시의 몸무게에서 현재까지 6키로를 감량할 수 있었다. 그 하루 미친 몸무게로부터 치자면 8키로라고 볼 수 있다. ㅋㅋㅋㅋㅋ그래봤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어쨌든 브래지어 사이즈가 85에서 80으로 줄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씨발 컵 사이즈가 늘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무슨 개같은 경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거 말하려고 한 게 아니고,
그런데 이번에 B 를 만나면서 열흘동안 매일 술마시고 매일 고칼로리 먹고 저녁마다 밥이며 라면사리 이런 거 막 먹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 B 돌아가고 나면 최소한 3키로는 찌겠구나, 생각했다. 그렇지만 굴하지말고 먹자, 있는 동안은 맛있게 먹고, 이제 살 어떻게 빼는지 아니까, 일단 먹자, 돌아가고나면 다시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고 그냥 막 먹고, 어제 아침, 두려운 마음으로 저울 위로 올라갔는데, 오!! 0.6키로 밖에 안쪘다!!!!!!!!!!!! 꺅 >.<
이건, 금세 뺄 수 있어! 물론 한참을 더 빼야하지만 ㅠㅠ
B 는 돌아가서 몸무게를 재니 3키로가 더 쪘다고 하더라. 후훗. 그래서 내가 어제 나는 0.6 쪘던데, 어머어머 너는 3키로가 웬말이니, 했더니 B 가 그랬다. '너는 항상 먹던만큼 먹었고 나는 평소보다 많이 먹은 거' 라고. 야! 아니거등? 나 평소보다 많이 먹은 거거등? 흥!
엊그제는 E 와 봉피양가서 냉면에 만두를 먹었고, 어제는 아빠 엄마 모시고가서 갈비에 소주를 마셨다. 어제 사실은 부모님 모시고 가서 꼬리찜 사드리고 싶었는데, 우리동네 식당이 없어졌더라. 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식당이었는데 이게 없어지다니...멘붕이 와가지고 갑자기 다른 메뉴를 생각하려니 갈비..뿐이었어. 그래서 갈비 먹으면서 소주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B 랑 수다 떨다가 그냥 잤다. 소화고 뭐고 얄짤 없이 그냥 쳐잠.
이건 그러니까, 이번주까지는 그냥 이렇게 살자 싶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주까지는 나에게 먹고 마시기를 마음껏, 양껏 허하노라, 라고 스스로 허락해주었다. 왜냐하면,
-에너지
B가 와있는 동안 내가 내 안에 있던 에너지를 있는 에너지 없는 에너지 다 끌어모아서 전력질주한 느낌이다. 맛있는 것 먹고 대화하고 웃고 하는 것들에 에너지를 너무 다 쏟아서, 돌아가고나니 확- 방전된 느낌. 그래서 기력이 딸리고 피곤한 거다. 10시에 자고 일어나도 어제는 하루종일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이러다 몸이 아프겠다 싶어진 거다. 열흘간 긴장했다가 확- 풀려서. 이건 B 도 그렇다고 했는데, 어제 갈비를 먹고 소주를 마시고 또 열시부터 배부른 상태로 그냥 자고 오늘 일어났더니, 오늘은 어제보다 컨디션이 나아져 있었다. 으응, 회복되어가는 구나, 컨디션이. 싶어서 좋긴한데, 뭔가 아프고 싶은 이 마음은 .. 뭐징?
여튼 오늘은 K 대리랑 막내랑 셋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이 아가씨들이 B 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더랬다. 나랑 술마실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무슨 얘기할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내는 창밖으로 B 를 보았더랬다. E 양은 바깥에서 내가 그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었다. 오늘 K 대리는 자기만 못봤다고 툴툴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나는 키가 크고, 자기가 잘생긴줄 아는 남자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듭과 십자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어, 참, 없지, 하고 허전해하지만, 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서서히 그렇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