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8. 06:46

불쌍하다:

오늘 a 의 블로그를 구경하다가 '이번 대선에서 유승민을 찍고 싶었다, 불쌍하잖아' 란 워딩을 봤다. 물론 정말 찍었을 때는 다른 지지자를 찍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불쌍하다'는 거, 뭐지? 왜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이유중에 '불쌍하다'는 게 있어야 하지? 우리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때 그 바탕이 되는 정서가 '불쌍하다' 아니었나? 불쌍하다는 감정, 되게 건방지고 쓸모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쌍하다고 대통령 만들어? 그거 진짜 이상하지 않나? 불쌍하다고 연애하고 불쌍하다고 대통령 만들면, 그 다음은? 불쌍하다는 감정을 되게 쓸데없이 소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불쌍하다'는 것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중요 요인이 되면 안되는 거 아닌가? 특히나 대통령 같은 거라든가 애인 같은 거라든가... 그러다 함께 폭망해....


여자친구:

역시 a 의 블로그에서 한 남자 블로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댓글들을 보다가 알게 됐다. 그로 말하자면 ㅁㄱ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써왔고, 그러는 과정에서 댓글로 사람들과 다투기도 했었다. 나 역시 그 댓글러들중 1인이었고, 그는 내게 많이 화가 나있고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그 뒤에 비난 글들을 올리면서는 공개적으로 나를 거론하며 저격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니, 나는 그 글을 보자마자, '그 여자는 이 남자가 써온 글을 읽어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ㅁㄱ에 대해 쓴 글과, 거기에 달린 댓글에 대한 답글들...봤을까? 라는 생각이 든거다. 그거 읽었는데도 사귈 수 있었을까? 아, 보여주고 싶다, 한남, 여자 못사귀게 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서라, 모든 여자가 다 나 같은 것도 아니고 나처럼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또 여자가 뭔가 남자를 좀 바꿔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남의 연애, 내버려둬야지, 내가 무슨 참견이야. 나나 잘하자...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상 쓸데없는 게 남의 연애 걱정이지. 내 앞길이나 걱정하자.



남편:

어제는 세상남자가 다 싫었던 날인데, 공교롭게도 세상 아름다운 남자들에 대한 글을 두 편이나 읽었다. 하나는 a 블로그에서 읽은 글이고 하나는 네이버에서 읽은 글인데, 네이버의 글은 친구가 쓴거고, 내가 정확한 워딩을 옮겨오겠다.


"남편이 될 사람은 저를 상담하게 만들지 않는 법이죠."


사연인즉슨, 직장 동료에게 연애중에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과거의 그 이야기를 꺼내며 상대가 '그 사람이 지금 남편이냐' 물었던 것. 친구는 그렇지 않다며, 저렇게 말했다는 거였다. 와, 정말 명답이네. 어제 하루종일 저 문장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러면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문장도 더불어 생각났다. '울면서 잠들게 하는 사람을 친구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빨간립스틱:

지난번 호치민에 갈 때 면세점에서 빨간립스틱을 샀더랬다. 너무 갖고싶었던 거라 면세점에서 구입했는데, 아아, 이로써 내가 가진 빨간 립스틱만 몇 개인 거냐 ㅠㅠ 나 빨간 립스틱 너무 많아 ㅠㅠ 그렇지만 이번에 산 게 제일 마음에 든다. 발랐을 때의 느낌도 너무 좋은데, 입술에 촥-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어제는 점심을 먹고난 후에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려고 하는데 빌딩 청소하시는 분과 마주쳤다. 인사를 드리니 오랜만이라고 하시면서, 빨간 립스틱 너무 잘어울린다, 라고 하시길래 고맙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내, '보기보다 과감하시네요' 라고 하는 거다. 빨간 립스틱을 어떻게 바르고 다니냐며.......

이거......칭찬인가?????????욕인가??????????무시인가????????

헷갈리네...

빨간 립스틱을 사고 또 바르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빨간 립스틱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나야 어릴 때부터 진한 립스틱 잘도 바르고 다녀서 별 생각 없었건만, 아아, 누군가에겐 이건 힘든, 도전할 수 없는 아이템인가 보다. 그러고보니 대학시절, 새로 나온 진보라 립스틱 바르고 갔다가, 뱀파이어냐고 엄청 애들이 놀린 경험이 있네. 진한 보라색이었는데 발색은 거의 검정색이었던 거다. 당시에 신은경이 모델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어제 청소아주머니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고, 그 아주머니는 나보다 고작 열 살 많으신 분이었다. 아이라인 문신 하셨던데, 빨간 립스틱보다 그게 더 대범한 거 아닌가... 하하하하하.

그러고보면 빨간 립스틱이라든가 빨간 매니큐어 같은, 진한 색의 화장품은 그 나름의 상징성을 갖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징성 때문에 누군가에겐 부담스럽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좋기도 하고 그런 듯. 구남친중 한 명은 내가 진한 매니큐어를 바르고 사진을 보내주자 몹시 좋아하며, 이런 거 너무 좋다 또 보내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고, 봄씨의 경우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만나자 나 유혹하려고 빨간 립스틱 바르고 왔냐, 미치겠다 면서 앞에서 몸을 한참이나 베베 꼬았더랬다. 그것들이 내게 더 특별하게 잘 어울렸다기 보다는, 그냥 그런 '쎈'상징성을 좋아했던 남자들이 아닌가 싶다. 




Sm:

어제 여자1과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sm 으로 넘어갔는데, 자기에겐 약간의 M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하는 거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는, '어? 나는 전혀 없는 것 같아' 했는데, 여자1이 말하길, 젊은시절 섹스를 하다가 남자가 도중에 가슴을 아주 세게 깨물었는데, 그게 너무 짜릿했다는 거다. 그래서 자기에게 약간의 M 성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오... 그러자 갑자기 나의 과거 소환.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이십대 중반 연애를 할 때, 남자들을 새로 만나거나 술자리에서 함께하게 되면, 나는 처음부터 '나는 남자친구 있다'는 걸 밝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애인 있고 니네가 꼬셔봤자 안넘어가'라는 뜻을 담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당시의 애인은 뭔가 불안했는지, 어느날엔가 섹스를 하다가 가슴 윗부분을 아주 세게 깨무는 거다. 게다가 아주 크게. 너무 아파서 그만하라고 막 때렸었는데, 그러고나서 하는 말이 '너 여기 이제 멍들거고, 다른 남자 못만날거야' 였다. 아니나다를까, 진짜 젖가슴과 목 사이에, 그러니까 젖가슴 약간 윗쪽 부분에 주먹만하게 시퍼렇고 빨간 멍이 들었던 거다. 공교롭게도 그 멍이 있는 채로 여동생과 대중목용탕을 함께 가게 됐었고, 여동생은 그걸 보고 기겁하며 이거 뭐냐, 왜이러냐 물었었는데, 핑계 대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멍을 달고 다녔던 그 며칠이, 당혹스러웠지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 거다. 그래서 이 얘기를 여자1에게 하며, '나 맞는 거는 진짜 싫은데, 이런 거 보면 M 인가?' 했더랬다. 좀 갸웃해지는 부분이네... 

어쨌든 진짜 졸라 아파가지고 .. 아 씨발 생각하니까 빡치네... 그러니까 멍 달고 다닐 때 싫었던 건 아닌데, 아파 죽겠는데 깨물었던 거 생각하니까 딥빡이 온다.... 십오년 전의 나여..... 릴렉스.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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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