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2. 09:55

-보쓰의 daughter 에게 있어서만큼은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쓰나 회사의 욕을 해서는 안된다는 개념에서가 아니라, 보쓰의 귀에 들어갔을 때 내게 실질적으로 피해가 올 지도 모를 일들에 대해서. 단적인 예를 들자면, 독서공감이 그렇다. 나는 회사 사람들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보쓰의 daughter 이 똭- 이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 아, 이것은 몇몇에게만 이야기해야 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것이다. 책을 낸 게 부끄럽다거나 감추어야 할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 책을 읽고 내 블로그에 찾아오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서. 내가 출근하자마자 그곳으로 달려가 글을 적는다는 걸, 근무와 근무外 시간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CEO 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 물론 이 큰 회사의 높으신 분께서 한낱 자기 직원의 블로그에 뭐하러 오겠냐마는, 그 딸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나쁜 의도에서가 아니라 좋은 의도에서 찾아왔다가, 혹여라도 식구들끼리 밥먹으면서, 그 왜 이과장 있잖아요, 블로그에 글을 쓰더라고요~, 라는 식으로 얘기됐다가는 내가 그곳에 글을 쓰는 게 자유롭지 못할테니.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그다지 많은 거름 장치를 갖고 싶지 않으니까.


사실 워드프레스에서 여기로 이사를 오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검열해야 한다는 게 상당히 피곤했던거다. 게다가 나랑 직접적 관련도 없는 사람인데. 써글- 


여튼, 

그러므로 회사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독서공감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그들이 책을 가져오면 내 이름도 적어주고, 읽은 사람들과는 이야기도 주고받고 하는 등의 이야기도 하긴 하지만, 철저하게 따님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 이미 부탁한 바이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이 딸에게 말하고 싶어지는거다. 왜냐하면,

이 딸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듣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큰 흥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 딸의 입사이래로 나 역시 견제를 했었는데, 어떻게 책이나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추천을 하다보니 그걸 보기도 하고 보고나서 내게 말을 걸기도 하는거다. 그 영화 어땠어요? 이러이러한 점이 좋지 않던가요? 하는 식의 이야기가 가능한 사람이었던 거다. 대체적으로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이나 극장을 찾아 보게 되는 영화들은 내가 관심있어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또 그 감상에 대해서도 '재미있다', '재미없다', '짜증난다' 등으로 그치는데, 이 딸은 그렇지 않은거다. 내가 원하는 식의 독후활동을 한달까. 이게 재미있고 좋아서 자꾸 추천해주고 빌려주게 되고, 그러다보니 또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 사람은 내가 자신에게 추천해주고 이야기를 하고 하는 것들을 무척 좋아하며 고마워하는 것이다. 과장님 덕분에 제 문화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하면서 늘 감사해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 나랑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걸 내가 느낄 수가 있어서 나 역시 좋은거다. 그래서 지난번에 출근길에 까페에서 시나몬 롤을 먹으며 정신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어제는 심리학 책에 대해 추천을 부탁하길래, 리스트를 만들어줬다. 물론 나는 심리학에 대해서는 젬병이고 잘 알지 못하며 또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정도를 추천하겠다, 며 몇 권 찾아서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 그 책에 대한 정보와 리뷰들을 검색해 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니가 원하는 게 어떤건지 그런 걸 읽어보고 찾아보라' 고. 혹여나 내가 그 딸에게 너무 '난척' 하는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했는데 웬걸, 내 리스트를 받아든 그 딸은 무척 고맙다, 선물처럼 느껴진다며 내가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는 거다. 그러자 또 울컥- 독서공감 얘기해줄까, 하는 생각이 든거다. 내 책을 누구보다 잘 읽어줄 것 같아서. 어쩐지 좋아할 것 같아....그러면서 말할까. 네 아빠에게는 절대 말해서는 안된다, 고?? 그 말을 ... 들을까? 


옆에서 보쓰와 그 자녀들과의 관계를 봤을 때, 비밀을 지킬 것 같은 자녀들이기는 하지만, 그건 역시 내 관점으로 본 것이니 믿을만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어제 욱- 충동이 생긴 것을 나는 또 꾹- 눌러 참았다. 너무 친해지지 말자, 고 나를 다잡는다. 안돼. 나는 저이의 아빠를 싫어해. 그러나 그 아빠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 딸까지 싫어하란 법은 없으니, 딸은 딸 자체로 보아야 하고, 그러니 조금쯤 더 친해져도 되지 않을까, 하다가, 그래도 조심하자, 는 식으로 역시 결론이 나온다. 



- 다섯살 첫째 조카가 두살 둘째조카를 순간순간 얄미워하고 미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 동생을 밀치고 하는 행동들을 하지말라고 주의를 주게 되는데, 우리 아빠는 소리를 지른다. 그러지마! 라고. 하지마! 라고. 추석때 나는 집에 없었으므로 이 말을 전해듣기만 했는데, 오늘 아침에 어떻게 이 얘기가 나왔고, 엄마는 다섯살 애한테 소리좀 지르지 말라고 그건 나쁘다고 했다. 나는 옆에서 거들었다. 아빠, 걔 다섯살이야, 왜 소리를 질러. 라고. 아빠는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타일러야 한다 하셨고, 나는 여기에 또 빡쳐서 말했다.


그게 타이르는 거야? 소리지르는 거지?


한창 말 안들을 때인 아이를 이럴 때 잘못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아빠의 말에 나는 그건 아니라고, 다섯살 아이가 그 윽박지름에 무얼느끼겠냐고, 할아버지를 미워하는것 밖에 더하겠냐고 말했다. 아빠는 요즘 첫째조카가 안이쁘다고 했다. 당신을 미워한다며. 그래서 나는 말했다.


아빠같으면 아빠같은 할아버지가 좋겠어? 소리지르는데?


내가 자꾸 맞서니 아빠는 화가 났는가보다. 마음속으로는 본인이 잘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끝까지 우기시는거다. 나는 아침밥을 먹으며 결국 아빠에게 말했다.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라고.


이 말에 아빠는 폭발하고 그만하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 이렇게 아빠에게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있고 이런 얘기를 듣는 회사의 E 양은 내게 '과장님이 왜 보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것 같아요' 라고 했다. 말인즉슨, 나는 상대가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하는데, 보쓰에게는 그러지 못하고 참기만 한다는 것.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했다. 어제도 역시 보쓰는 사소한 일로 나를 빡치게 했고,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일단 소리부터 지르지말고 상대의 말을 좀 들어, 결국 니가 잘못한건데 일단 상대한테 화내고 시작하지말란 말야!' 라고.


그러나 나는 보쓰에게 이 말을 하지 못했다. 울분이 쌓여간다. 너만 화낼줄 아냐고, 나도 화낼줄 안다고 말하고 싶다. 말도 안되는 일로 성질을 부리면 병신아 그만하라고 욕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채, 그저 네, 라고 한다. 알겠습니다, 라고 한다. 욕도 못하고 소리도 못지르면서 심지어 공손하기까지 하다. 씨발. 돈이 뭔지..


어제도 집에 가서 보쓰 욕을 하니 엄마가 '그래도 그 보쓰 때문에 니가 홍콩 갔다오지 않았니' 하는거다. 하아- 이게 무슨 막말이야. 나는 대꾸했다.


엄마, 그게 왜 보쓰 때문이야. 나 때문이지. 내가 보쓰를 참으며 내가 돈 벌었다고. 난 그 돈으로 간거야. 


엄마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지만, 뭔가 '바로잡고싶다'는 욕망이 내게 있었던 것 같다.



-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내가 아빠한테 너무 함부로 했나, 싶어졌다. E 양은 아빠한테 그런말 못한다고, 말을 잘 할 수 없다고 하던데. 어쩌면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 역시 우리 아빠가 내게 좋은 의미로, 제공한 게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엉뚱한 방향의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갑자기 또 울분이 쌓였다. 그 울분은 유민아빠에 대한 저쪽의 반응, 트윗에서 본 '추석민심'에 대한 조선일보의 기사 같은 것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순간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아, 왜이렇게 울분에 차지. 이거 생리전증후군인가보다. 우먼스 타이레놀을 먹자. 



출근하자마자 우먼스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다. 



- '세월호 특별법 그만하라'는 추석민심이 대체 누구의 민심을 말한거냐 이 병신들아. 나한테 안물었잖냐, 그거 내 민심 아니다. 개똥같은 새끼들..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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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