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6. 11:53

아빠는 종종 내게 빨갱이라고 하셨다. 내가 술 마시고 밤에 늦게 들어올 때나 아빠가 뭔가 하라고 했을 때 '싫어'라고 말하면 그렇게 말하곤 했다. 뭔가 분노에 차서 한 말은 아니었고, 그저 '내 말 안듣는 자식'이란 의미에서 한 말이긴 한데, 그걸 뭐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지만 여튼 빨갱이란 말은 되게 듣기 싫었다. 말 안듣는 거에 빨갱이라 응수하는 건, 뭔가 사상적으로 세뇌 된 듯한 무식함이 드러나는 발언인 것 같았달까. 우리 아빠가 다른 말도 아니고 빨갱이를 그렇게 입에 자주 올린다는 게 너무 싫은 거다. 나는 허구헌날 빨갱이란 소릴 들었고 뉴스 보다가 싸우면 또 들었다. 아빠가 보기에 나는 종북 빨갱이 편인 것이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조현아 같은 지지배로 바꾸셨다. 헐. 어처구니가 없다. 어제 뭔가 얘기하다가 나랑 뜻이 안맞으니 조현아 같은 지지배야 한것. 역시 여기에도 화나 분노는 없었고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없었다. 뭐 딱히 기분 나쁜건 아니지만, 뭔가 좀.. 그냥 아 좀 저러지좀 말지 싶었달까. 우리 아빠가 빨갱이나 조현아를 입에 담고 그걸 욕처럼 쓰는 게 참 싫어서 난 어제 조현아 같다는 말에 이렇게 받아치고 싶었다.


난 아빠가 조양호 였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싸가지가 없는 것 같아서. 그건 진짜 상처일 것 같아서. 아무리 화나도 해서는 안될말이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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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