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3. 08:19

- 첫째 조카의 세살 무렵을 자주 떠올린다. 그때 얼마나 에뻤는지, 사랑스러웠는지를. 지금도 여전히 그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때가 자꾸 최고였다며 떠오르는 거다. 당시에도 예뻐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그랬지만, 사실 내가 기억하고 떠올리는 모습들 만으로도 충분하다. 좋았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은, 이미 머릿속에 다 있는 것 같다. 

자꾸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역시 계속 과거가 되고 있으니, 지금의 모습도 많이 담아주고 기억하자, 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계속계속 흐르고, 행복하다고 부르짖어도 그 시간을 붙잡을 수가 없다. 

정말 좋았던 시간은 계속계속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은 채 내게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자꾸 이렇게, 지금이 과거가 되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한다.


- 어제 집회에 다녀온 밤, 엄마는 너 혹시 집회에 다녀온거냐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했다. 엄마는 내게 '너도 참 할일 없고 한심하다..' 라고 했다 . 하아... 난 너무 좋았는데, 난 해야 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몹시 좋았는데, 그게 엄마한테는 한심하게 느껴지는 일이라니, 이 온도차를 어떻게 해야할까. 엄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반응하면....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왜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가치관이 이렇게나 다를까. 왜 같지 않을까. 집회에 나가보니 아이들 데리고 온 부모도 많던데, 왜 우리 부모는 그런 부모가 아닌걸까. 

그렇지만 집회에 나온 아이들이 먼훗날 '좋은 부모였다' 라고 떠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았어'라고 기억하게 될지도 모를 일. 나는 그저 집회에 나가는 걸 한심하게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이만큼이나 자라왔다고(아니 이제 늙었다는 말이 더 맞지만) 고개를 끄덕여야 하겠다.


- 매력적이던 사람이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씁쓸하다. 


- 집회에 참석한 D 님이 어제 헤어지면서 그랬다. 자신이 ㅇㄹㄷ의 다른 사람들과 모임을 하게 되어서 그 사람들을 만나러 갔는데, 그들 모두가 '다락방님 만나봤어요?' 하고 물었다고. ㅋㅋㅋㅋ 그래서 '네 저 사진도 있는데 보여드려요?' 이랬단다 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짐. 사진은 일전에 내가 보내준 셀카였는데 ㅋㅋㅋㅋㅋ ㅋㅋㅋ 그래서 내가 D 님을 끌어안으면서, '이제 끌어안는 사이라고 얘기해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앞머리를 없애기 위해 길려야 하는데, 뒷머리를 묶고 앞머리를 길리자니 진짜 너무 이마에서 걸리적 거리고 보기도 안좋고 수습이 안돼. 최종적으로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원하고 있던 상황이라 이 순간을 참아내야 하지만, 그래, 한 번만 자르자, 한 번만 더 짧게 잘라서 앞머리랑 뒷머리 같이 가자, 앞머리를 뒷머리로 커버하자, 하고는 어제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원장님은 잘라놓고는 '짧은 머리가 참 잘어울려요, 그쵸?' 하시고 나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라고 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또 잘라놓으니까 예뻐...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어제 집회에 갔는데 그중에 한 명이 내게 그랬다. '너 머리 자르니까 진짜 니 조카랑 똑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이렇게 짧게 잘랐으니,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로 여성상위 하는 것은 최소한 5년 뒤로 미뤄야겠구먼. 사십대 중반..... 스쿼트를 열심히 하자.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어제 여동생이 조카 데리고 서점 갔는데, 조카가 운동하는 책 가져다주면서, 이거 엄마가 좋아할 만한 책이야, 했단다. 여동생은 집에서도 곧잘 스트레칭을 해서 조카가 엄마는 운동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렇게 책을 펼쳐보다가 스쿼트가 나온 걸 보고는 '이거 이모가 좋아하는 거다'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나의 순간순간도 아이에게 다 기억되고 있다.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brother  (0) 2016.11.14
바닥  (2) 2016.11.14
사랑은 머리로 하세요.  (0) 2016.11.11
호르몬  (0) 2016.11.10
공부  (8) 2016.11.10
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