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0. 12:13

여러가지로 기분이 안좋다. (내가 지지한 후보를 제외하면)그중 가장 나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세월호 리본을 가슴에 꽂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홍이 2위를 했다는 것은 내 예상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다. 기분 나쁜 걸 넘어서 슬프기까지 하다. 게다가 내가 지지한 후보 역시 내 예상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보였고. 마지막 순간에 5번 대신 1번을 뽑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 역시도 갈등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막연하게, 1번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서 되었지만, 그전의 대통령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별로 기쁘지가 않다. 내겐 기쁨보다 화나고 슬픈 것들이 더 눈에 보인다. 그게 더 크게 다가온다.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기분이 나쁜 건, 슬픈 건, 이 때문만은 아니다. 호프 자런이 자신의 책에서 그랬던가. 계속해도 계속 실수를 한다고. 나는 내가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에 대해서 잘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믿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매번 그렇지는 못하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게 맞는걸까, 이게 최선인걸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어코 답을 얻어내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답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는 자기객관화가 가능한 사람이고, 나를 계속 들여다보면서 감정의 원인과 또 해결방법을 찾으려 하는 사람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하기 싫어질 때가 있고, 정말이지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가 있으며, 한없이 스스로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자존감은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도, 때때로 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나는 못나고 못나고 못났다는 생각에 휩싸이면, 정말이지 답이 없다. [랩 걸]에서 '빌'이 그랬던 것처럼, 땅을 파고 그 안에 혼자 쏙 들어가있고 싶다. 고개도 내밀지 않은 채로.


둥굴 앞에 서있다.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서있기 보다는 들어갔다 나오는 쪽이 낫지 않을까. 오늘은 내 자신이 너무 밉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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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