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에서 여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채로 묵묵히 변호사들의 변호만 허락해야 한다는 것에 수시로 답답함을 느낀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재판인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막혀하고. 그러나 영국 변호사들은 생존자들이 증언을 할 경우에 외려 더 모욕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라는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며 증언대에 세우지 않기로 한다. 이 모든 일에 있어서 여자도 나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재판이 진행되어감에 따라서 또 재판을 마침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더 나은 판단을 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표현의 자유가 있다한들 거짓으로 사람을 선동하는 것 역시 해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고, 그것들과 함께 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보다는 오늘 아침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는 쪽이 더 낫다는 것. 나는 나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말을 하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에 들 때가 있다. 내가 바라는 효과가 아닌, 전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말을 할수록 내가 더 돋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말을 할수록 내가 더 못나보일 때가 있다. 말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오늘 너무 뼈저리게 느껴져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자, 라고.
이렇게 추상적으로만 써놓으면 나중에 읽었을 때 내가 왜때문에 이런 걸 썼는지 알 수가 없겠지....
오늘은 어쨌거나 내가 다 잘못한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