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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11 스티커 2
  2. 2017.10.10 꿀단지
  3. 2017.09.28 계획형 인간 2
  4. 2017.09.26 일과 글
  5. 2017.09.21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4
  6. 2017.09.18 인생 키워드
  7. 2017.09.18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 4
  8. 2017.09.13 잘 늙어가기 2
  9. 2017.09.11 빅엿 그리고 외로움 4
  10. 2017.09.10 운동중독 4
2017. 10. 11. 12:01


​어제 B 랑 대화하던 중에 갑자기 저렇게 동그라미 안에 내 얼굴이 막 바뀌면서 있더라. 이게 뭐냐고 하니 내 사진으로 스티커를 만든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엄청 빵터짐. 스티커 앱이라는데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 총 세 장의 내 사진이 저 동그라미 안에서 왔다갔다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뻐 죽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얼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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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10. 10. 11:05

- 커피 한 모듬도 여태 못마시고 일했다. 지금 시간 10:58

나는 더 일해야 하지만 잠깐만 짬을 내서 일기를 쓰는데, 일기 쓸라고 로그인하니 똭- 보이는 유입어와 경로. 이렇더라.



사람들 섹스하면서 욕하고 싶나..욕하면서 섹스하는 거 좋아하나...섹스와 욕으로 엄청 검색하는구만.... 아하하하핫.



- 여행은 고되었다. 여기에 대한 건 나중에 쓰자. 지금은 너무 할 일이 많아.


- 마음속에 미움이 싹트더니 조금씩 자라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든 없애보자 해도 잘 안되는거다. 해서, 좋았던 순간이 있었음을 계속 상기하고 있다.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 드는 일이라 별로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자꾸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핑계를 만들어 주고 있다.


- 며칠전에 트윗에서 보고 새삼 깨달은건데, 대화가 잘 되면서 애정하는 마음도 가득하고 그러면서 성적 욕망까지 일어나는 상대를 만난다는 건 실로 기적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다. 이게 연인이든 부부든 반드시 모든 걸 충족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엄청 힘든건데, 어떤 부분은 부족해도 안고 가는 지점이 있기 마련인데, 저게 다 된다면..진짜 대단한 거 아닌가. 기적같은 일인듯.


- 남동생은 여자친구에게 목걸이를 선물하고 싶다했고, 여행가기 전에 나는 남동생과 백화점에 가 같이 목걸이를 골랐다. 오늘 여자친구는 목걸이를 하고 와서는 내게 보여줬다. 하하하하하.


- 명절기간동안 남동생과 여자친구는 서로의 집에 가서 식사를 했었는데, 엊그제인가는 여친의 어머님이 꿀을 준다고 오라 하셨는가 보다. 집에 좋은 꿀이 들어왔다면서 와서 가져가라 하신거다. 남동생은 이에 백팩을 메고 가서 받아왔다는데, 집에 돌아와 꿀 뚜껑을 여는데 너무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더란다. '좋은 꿀은 이런 냄새가나나?' 하고 한 숟가락 퍼보니 된장이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졸라 빵터졌네. 나 집에서 유자차 끓여 먹을라고 통 열었다가 된장 펐던 기억 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통 바뀐 것 같다고 울엄마랑 여친네 엄마랑 다같이 웃었단다. 된장도 집에서 만든거니 드시라고, 꿀 다시 주겠다 했다는데, 엄마는 된장 받은 것도 좋다 하셨다. 된장 사 먹는데 얻어 먹게 되니 좋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된장 과 꿀 넘나 웃긴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아침에 B 한테 얘기한다는 게 깜빡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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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28. 17:14

평일 요가가 내 삶에 끼어들면서 엄마, 남동생과 술마시는 시간이 확 줄었다. 엊그제는 엄마가 왓츠앱으로 '요가 가지 말고 갈비 먹으러 가자'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우 진짜 이런 엄마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요가를 제끼고 아빠,엄마와 갈비를 먹으러 가려 했는데, 아빠는 내가 올 때까지 배가 고픈 걸 못 참아서 식사를 하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엄마랑 둘이 갈비를 먹으러 갔다. 나 너무 피곤했는데, 어쨌든 갈비를 앞에 두고 소주를 엄마랑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엄마가 '너랑 이렇게 둘이 술마시는 거 오랜만이네' 했다. 응 그러게, 내가 요가 다니니까 엄마랑 술 마실 일이 잘 없네, 하자 엄마는 '응 그래도 운동 다녀' 하셨다.


그래서 어제는 필히 요가를 가야했는데, 대낮에 남동생으로부터 '오늘 요가가냐?' 하고 전화가 오는 거다. 아아 내 마음은 휘청거렸어. 응... 했더니.... 알았다고 하는 거다. 왜? 왜? 왜 물어봤는데? 


그냥..뭐 같이 먹을까 해서...


아아, 그 말이 귀에 내내 걸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를 가는데, 요가를 가면서 전화해보니 집에서 혼술을 하려고 맥주도 많이 사왔다는 거다. 나의 마음은 급해져서 요가를 마치고 바게트 빵을 사가지고 집으로 다다닥 가가지고는 지난번에 마시다 남은 와인을 꺼내서는 먹었다. 바게트 빵에 바질페스토 쳐발쳐발 해서 안주로 먹으면서, 아아 맛있어, 행복해, 너무 좋다..했다. 그렇게 술마시면서 스칸디나비아식 레스토랑 얘기를 남동생에게 했는데, 그 레스토랑 이야기가 무엇이냐, 하면.


나는 우연히 아주 맛깔스런 아침메뉴를 보게되는데, 그걸 파는 곳이 오오, 마침 런던에 있는 스칸디나비아 레스토랑이라는 거다. 얼라리여? 그래서 친구와 내가 묵을 숙소와의 거리를 지도에서 길찾기로 찾아보니 지하철?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어?? 얼라리여. 그렇다면 이 메뉴가 정말 거기 있는 메뉴인지 확인해보자 싶어서, 내가 본 메뉴를 캡쳐해서는 레스토랑에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니네 레스토랑에 가면 이 메뉴를 먹을 수 있니? 물으니 아침메뉴로 먹을 수 있으며 아주 맛있다는 답장이 온거다. 그래서 나는 혹시 점심에 가도 먹을 수 있니? 물으니, 점심 메뉴는 따로 있다며, 지금 메뉴는 오전 11:30 까지만 이용 가능하다고 답장이 온 거다. 그래서 어느 하루 아침은 이걸 먹어야지 막 씐나가지고, 이 얘기를 어제 술을 마시면서 남동생에게 얘기했더니, 남동생이 그랬다.



누나 참 세상 단순하고 재밌게 산다. 누난 고민이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랑 둘이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w 님 일기 읽으면서 w 님도 참 계획형 인간이구나 싶었는데, 그러자 내가 이 레스토랑과 이메일 주고받고 여행 계획에 넣은 거 생각나면서, 나도 만만찮은 계획형 인간이야...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남은 일 하러 가야돼.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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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26. 09:32

- 어제 찾아온 증권회사의 센터장은 여자사람이다. 센터장이 오기 전에 부장이 왔었는데, 와서 보쓰의 속을 긁어놓고 간듯.. 사실 부장이 긁었다기 보다는 돈 문제이다보니 보쓰가 화가난 것일텐데, 그래서 부장이 돌아가고난 후에 센터장이 출동한거다. 분노한 보쓰를 좀 진정시켜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그리고 보쓰를 만나고 돌아가려는 센터장이 참 짠해.. 이 일이 진짜 힘들겠다 싶어서 몇 마디 말을 했는데, 센터장은 괜찮다고 자기는 이런 일에 이골이 났다고 하는거다. 크- 그러면서 오히려 나를 걱정해.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다정하게 인사하며 센터장님 배웅했다. 나보다 열 살 이상은 훌쩍 많아 보였는데, 아아, 어쩐지 이렇게 일을 하는 직장여성의 동지의식.. 같은 게 느껴졌어. 당신 마음 내가 알고 내 마음 당신이 알겠죠.....



- 어제는 소도구 필라테스 시간. 그간 요가 하면서 제일 싫었던 게 소도구 필라테스 중에서 '밴드'를 사용해 운동하는 거였는데, 어제가 바로 밴드였다. 밴드인걸 아는 순간 에이... 하면서 어쩐지 집에 가고 싶어졌는데, 아아, 어제 밴드 사용해서 너무 빡세게 운동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팔이 후달리고 다리가 뻐근하다. 어제 수업 중에도 막 내가 신음소리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의 신음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업 끝난 후에 선생님께 '저 팔이 너무 후달려요' 이러고 징징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선생님 막 웃으시는데, 아, 이 쌤 너무 예뻐. 아니 요가쌤들은 어쩜 이렇게 다들 예쁘지? 좋아.... 다들 예뻐....... ♡



- 어제 분노의 포도에 대한 글을 쓰고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글을 계속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책은 재미있고 좋지만 그래도 결말에 대해 찝찝했다, 고 말하는 여자들이 많았던 것. 그간 분노의 포도에 관련해서라면 좋은 말밖에 들은 적이 없었던 터라 이 반응 참 신선했고, 내가 그걸 말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맞아 그랬어' 할 수 있게 되었던 게 아닌가 싶은 거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이 읽고 더 열심히 쓰자고 생각했다. 내가 쓰는 글이 '맞는' 글이라거나 '옳은' 그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누군가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말해주는 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를 만난 적도 없이 순전히 글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꾸준히 지금도 새로운 사람들이 네 글이 좋다, 응원한다, 하고 반응을 해주니 힘이 나는 거다. 흙흙 ㅠㅠ 


직장 일에 대해서라면 나는 딱히 어떤 보람도 없고 성취욕도 없는데, 이건 단지 먹고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일 뿐인데, 글에 대해서라면 다르구나, 생각했다. 직장 일도 내게 어떤 보람이나 성취감을 준다면 좋겠지만, 모든 걸 다 줄 수는 없는 법. 여기에서 내가 얻는 건 나의 스트레스를 담보로 한 돈이다. 돈은 내게 매우 중요해서 없어서는 안될 것이므로, 나는 어떻든지간에 이 일을 뚜렷한 보람없이, 다른 대안이 없는 한 해야할 것이고, 그러나 내게는 수시로 보람과 기쁨을 가져다주고 삶의 의미가 되어주는 글쓰기가 있으므로 삶이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댓글들 읽고, 그리고 누군가가 내게 '너의 말과 글을 응원한다'고 해줘서, 진짜 가슴이 막 뻑뻑해졌어 ㅠㅠ 두번째 책 잘 안팔려서 풀죽어 있었지만, 괜찮다. 내가 책으로 돈 벌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인세 못받아서 빈곤모드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다 뭐.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굴하지않고 꿋꿋하게 읽고 쓰겠다! 


게다가 요즘 알라딘에 뭔가 깨어있는 남자 알라디너 점점 많이 보여서 좋다. 아니, 최근에 군대관련 글에 댓글 쓴 분 중에 한 분을, 당연히 여자사람인줄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 분이 올린 글을 보니까 ㅠㅠ 남자 사람이었어 ㅠㅠㅠ 세상은 느리고 천천히 어떻게든 변하고 있는건가봐 ㅠㅠ



- 네이트온을 탈퇴했다. 나는 별 연락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싶으면 차단하곤 했는데 그런 인간들이 많아지고,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하자 싶었던 것. 어차피 요즘 네이트온 사용하는 사람도 없고... 회사 직원들과 샹그릴라가 네이트온으로 대화하는 전부인지라, 탈퇴후 새로 가입해서 회사 직원들과 샹그릴라만 리스트에 남겨두었다. 오늘 아침에도 B 와 인간 관계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러면서 계속 서운하고 찜찜했지만 말하지 않고 있던 누군가에 대해서도 말하게 됐고,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관계를 오래 유지한다는 게 딱히 쉬운 일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뭐, 늘 알고 있던 바였지만. 그런데 충동적으로 탈퇴해서 지금 여러가지로 골치 아파졌어. 청구서 이메일로 받는 게 몇 개 있었는데 다시 죄다 전화해서 바꿔야되네. 제기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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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21. 10:03

- 나는 여전히 아가였을 때의 타미가 그립다. 많이 생각난다. 지금의 타미도 계속 사랑하고 뜨겁게 사랑하지만, 문득문득 아가였을 때의 타미가 생각나 가슴이 뜨거워지곤 한다. 방금도 사무실에서 쿠키를 먹는데, 가루가 떨어질까봐 밑에 티슈를 대놓으면서 또 세살 적의 타미 생각이 났다. 타미는 과일이든 과자든 먹을 때 그릇에 담아 주곤 했는데, 아주 자연스레 뭔가를 먹을 때면 그릇을 대고 먹었더랬다. 그 작은 아이가 그렇게 먹는 걸 보면 진짜 온 세상의, 온 지구의 사랑을 다 끌어모아 아이에게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하나하나 다 신비로웠지. 여동생과 타미와 내가 셋이 있다가, 집에 커피가 똑 떨어져 내가 아메리카노 한 잔 사가지고 오겠다며 텀블러를 들고 신발을 신고 있는데, 고 작은 타미가 저는 저대로 놀고 있다가 빼꼼 나를 보면서는 '어디가?' 물었을 때도 여전히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런 사랑은 정말 이 사랑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누구를 또 이렇게 사랑할 자신이 없어. 이런 사랑은 살면서 한 번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득 내가 이런 사랑, 가까이에서 늘 보는 사랑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하는 사랑을 더 잘하기 때문에 내게도 자식 대신 조카를 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해보지 않으니 확실히 다 알 순 없지만, 내가 매일매일 아이랑 함께 살아가는 삶을 잘 해낼 수 있었을까, 라고 물어보면, 내가 거기에 고민없이 그렇다는 답을 할 수가 없는 거다.


이건 연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이십대 중반을 빼놓고는 계속 멀리 있는 남자와 연애를 했고, 지금은 심지어 외국에 있는 남자를 좋아해... 나한테는 이것이 잘 맞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이런 사랑만 준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주어진 것을 그대로 사랑하며 잘 살아야 할 것이야..



- B 와 2010년, 그가 호주에 가기 전에 만났을 때, 그때 우리는 2년 만에 만나는 거였는데, 그 사이에 각자의 연애를 하고는 또 끝냈고, 그러면서 서로 이성에게 받은 가장 기억에 남는 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네 몸의 실루엣이 좋다'를 얘기했었다. 그걸 들었던 게 제일 좋았다고. 나는 '기억나는 찬사가 없다'고 답했다. 아니, 인생 어떻게 살았길래... 이성한테 받은 찬사중에 기억나는 게 없어...인생 헛살았구먼...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이성에게 한 찬사에 대해 말했다. 그는 '너 때문에 네 주변도 빛나'를 꼽았다. 그 말이 자기가 한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찬사였던것 같다고. 나는 '추리닝 입은 모습도 멋져' 였다. 그 당시에 좋아했던 남자에게 '나 만날 때 트레이닝 복 입고와'라고 해서, 그가 자켓으로만 트레이닝 복을 걸치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예뻤던 것. 나를 만날 때 트레이닝복을 입을 순 없고, 그렇지만 입고 오라니까 지퍼 있는 자켓으로 겉에만 걸치고 온, 그 자체에 그냥 내가 예뻐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 기억나는 이성에게 내가 한 찬사는 그것이었다. 후훗. 좋은 순간이었지. 아 보고싶네.. 


그리고 지금은 2017년. 햇수로 8년이 되었고, 우리는 한 3년전에도 서로 이성에게 받은 찬사에 대해 업데이트 한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했다. 나는 3년전 한국에서 B 로부터 들었던, '그동안 너 만난것 중에서 오늘이 제일 예뻐' 였고, 그는 19금 버젼의 칭찬을 말했다. 그 칭찬... 내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마 친구들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나의 19금 칭찬, 당연히 글로 쓸 수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서로 이성에게 한 가장 좋은 칭찬에 대해 말했다. 나는 그에게 했던, 그가 들어서 가장 좋은 칭찬이라고 했던 19금 칭찬을 얘기했다. '그게 내가 한 가장 좋은칭찬이다'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내게 한, '너는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했다. 자기가 해놓고도 너무 좋은 말이라 자기 스스로 뻑간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그 말 듣고 나니, 어, 나 다시 업데이트 시켜야겠다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가 한국에서 3년전에 만났을 때 했던 '지금의 네가 제일 예뻐'는 말레이시아에서 또 업그레이드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그 칭찬이 제일 좋았어, 했더니,


너 말레이시아가 더 예뻤어


라고 한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너 회춘하는 것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닐늬리야 니나노~~~~~ 여러분, 저 회춘합니다. 하긴 요즘 거울 봐도 나 회춘하는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다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만날 때마다 지금이 가장 예쁜 사람이냐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짱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받은 칭찬중 으뜸은 '너는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 아니야'로 업데이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제는 파워요가 시간이었다.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졌고 보쓰랑 있는 것도 너무 힘들고... 그래서 어제 퇴근 길에는 유독 지쳐있었기 때문에, 아아, 요가 가기 싫다...하는 마음이 되었었다. 그렇지만 요가 가려고 운동복 넣은 가방도 가져온 터라, 그래 가자, 하고는 터덜터덜 요가 수업에 들어갔는데, 마구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파워요가' 시간이 너무 부담이 되는 거다. 아아, 오늘 다 못따라 하면 어떡하지....가볍게 했으면 좋겠는데..... 파워 오늘 힘들것 같아 ㅠㅠ 하는 마음이 되어버린 거다. 그렇지만 막상 동작을 따라하면서 허벅지에 힘 뽝 들어가고 배에 힘 뽝 들어가는 게 느껴지면서 너무 좋아!! 으어어어억 신음소리도 내면서 좋아좋아 했다. 그렇게 따라하다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서 사바사나 시간... 아아, 힘들지만 좋았다.....하고 누워서 휴식하는데, 내 옆자리의 회원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아아, 이해돼, 너무 이해 돼, 이거 따라하고 당연히 코를 골 수밖에 없지! 이해돼!!!!


그리고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아아, 요가 좋다, 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이 패턴이 좋다, 고.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구나, 거기에 잘 맞추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어나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 요가를 오고, 요가 끝낸 후에 샤워를 하고 집에 가는 일련의 행위들. 이제는 마지막 타임 요가를 들을 때는 샤워를 하지 말고 집에 가자, 선생님들 퇴근 늦게 하게끔 하지 말자, 라는 걸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나만의 패턴을 만든 게 너무 스스로 좋은 거다. 규칙적인 습관과 그에 따른 나만의 조율을 잘 버무려서 하루하루 그리고 한 달의 패턴으로 만드는 게 자못 만족스러웠던 것. 


그러면서 아, 요가가 나한테 점점 더 중요해진다...라는 생각을 했다. 삶의 우선순위로 자꾸 올라오는 느낌. 특히나 토요일에 요가가 있다면 무엇보다 빼먹고 싶지가 않다. 토요일을 빼먹으면, 토일 주말을 연속으로 안하게 되는데, 그렇게 이틀 연속 안하고 싶질 않아... 내가 그게 싫어서 요가센터 게시판에 글도 썼잖아. 월요일 요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자꾸 삶의 우선순위로 올라오는 느낌인데, 그게 싫지 않다. 게다가 어제 퇴근 길에 그렇게나 지쳐있었지만, 요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은 막 신나고 좋아!


어제 파워요가였던 만큼 오늘 허벅지가 좀 땡기는 것이, 오후가 되면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 화,수 를 요가했으니 이번 주 남은 요가는 금,토 인데, 토요일 아침 요가는 진짜 내가 너무 사랑해... 토요일은 아침에 갈 수 있어서 그 자체로 너무나 좋다. 아아, 요가 중요해지고 있어. 그렇지만... 잘 못해 ㅠㅠ 내가 요가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야 ㅠㅠ 


일 얘기는 쓰기 싫어서 안쓰겠지만, 내가 요즘 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진짜 온 에너지를 다 쪽쪽 일에서 빨아먹고 있는데, 그나마 요가를 갔다오면 기분이 좋아져. 이상하게 요가 다녀오면 기분이가 좋아 ㅠㅠ 그래서 포기를 못하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금 뭔가 일에서 오는 지침과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건 내게 요가야. 요가가 절실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나도 막 어려운 동작 해내서 인스타에 올리고...그럴 수 있게 될까? 졸 어려운 동작 하는 거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지금 나의 바람... ㅎㅎㅎㅎㅎ



- 어제는 친구가 출근길에 불쾌한 일을 당했다고 트윗을 했는데, 거기에 나를 비롯한 몇이 같이 욕해주었다. 친구는 아침에 맛있는 커피와 베이글을 먹으면서 또 주변 사람들이 같이 욕해줘서 좋았다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는데, 나는 이게 참 좋았다. 누구에게나 기분 나쁜 일은 일어날 수 있고, 또 같이 욕해주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같이 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사람 역시도 다른 사람의 기분 전환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일테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에 좋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이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게 주어진 것, 내게 있는 것, 사실 그렇게 큰 게 아니지만 그걸 인지하고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진짜 너무 좋은 것 같아. 나는 이것이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 어제 그 포스팅을 보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다. 아, 나는 이런 거 너무 좋아하고, 이런 걸 느끼는 사람을 좋아해... 내가 친구하고 싶어서 손을 내민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었어... 새삼 느꼈다. 이런 좋은 것들은 나한테 오래 잔상을 남기는데, 어제 그 글을 읽은 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그거 너무 좋아...하고 있다. 아침에 B 랑 통화하면서도 이 얘길 하면서, 그런 거 너무 좋아! 했다. 




- 그러고보면 B 는 여러가지면에서 쿵짝이 잘맞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통화중에 내가 회사동료를 만났고 그래서 끊어야 한다고 말하자, 시무룩해 하는거다. 그래서 내가 시무룩하게 전화 끊으면 안된다고 그랬더니 갑자기 깨발랄한 목소리로 끊어 이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에 끊어 이러고 끊을 때 내가 말 예쁘게 해야지, 이러면 끊어~ 이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내가 말할 때마다 말투 바로바로 바꿔서 말 들어주는 거 너무 예쁘고 고맙다. 되게 아무것도 아닌데 히죽히죽 쿵짝 잘맞네 ㅋㅋㅋㅋ 막 이런 생각 들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약간 우리 덤앤더머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아주 많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는 알라딘에 페이퍼 쓰러 가야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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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18. 10:54

엊그제 B 와 통화를 하는데, 그는 내게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에 대해 몇 가지를 얘기해주었다. 그 얘기를 듣고나서 나도 곰곰,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큰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한 번에, 단숨에 대답할만한 것은 '조카' 였는데, 그것 말고 내게는 무엇이 있을까, 를 생각해보니, 어렵지 않게 몇 가지가 나왔다. 사실 인생에 뭐랄까, 어떤 큰 굴곡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막 버라이어티한 삶도 아니어서, 누가 들어도 놀랄만한 어마어마한 사건은 없고... 그러나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오면서 분명 내게 큰 영향을 미친 것들은 있는 게 사실. 나는 그것들을 인생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키워드로 정리하자니,


조카/책/알라딘/B/페미니즘


이었다.


*조카


조카라고 퉁쳐서 얘기하기보다는 실상 내게는 '타미'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모든 이모(혹은 고모)를 포함해 조카가 생긴 사람들이 다 나같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별 감흠이 없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나보다 더한 애정으로 조카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엔 막 태어나자마자는 내 동생의 사랑이 이제는 이쪽으로 확 가겠구나 했던 서운한 마음이 분명 있었는데, 어느 순간 조카가 내게 너무 소중해져 버렸고, 가장 놀라웠던 건, '이런 사랑이 존재하다니!'하고 매일 깨닫게 되었다는 거다. 매일매일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것, 한없이 주기만 하고 싶은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 소위 말하는 '내리사랑'이란 게 이런거구나 했던 거다. 이 사랑은 그간 내가 존재를 알지 못했던 것이므로 놀라웠고 또 대단하게 여겨졌다. 둘째조카 역시 사랑스럽지만, 이런 놀라움에 대한 거라면, 처음 태어난 타미가 준 것. 이미 형성된 마음에 화니가 태어난 것이라, 인생 키워드, 인생에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얘기하자면 실상 '타미'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것은 내게 실로 놀라운 일이었고, 또 있어서 너무나 좋은 일이었다. 내가 조카를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 내게 조카가 있다는 게 너무 좋고, 이 경험이 너무 좋고 이 사랑이 너무 폭발할 듯해서, 나는 내가 여동생에게 이런 존재인 조카를 안겨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미안하기까지 했다. 내게 이렇게 극도의 사랑과 행복을 주었는데, 나는 네게 그렇게 해주지 못했네, 이 대단한 조카라는 존재를 내가 네게 안겨주지 못했네, 하는 데서 오는 미안함이 존재한다. 그럴 정도로 나는 조카가 내 인생에 아주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조카는 사랑이라는 것에 있어서도 내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 후의 나의 삶에 있어서도 그랬다. 지금의 페미니즘까지, 나는 아주 많은 순간 조카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책


책을 쓰고 내는 것에 대해서는 내 오랜 꿈이었다. 내게는 굵직한 꿈이, 마냥 계속 바라고 이루고자 했던 꿈이 크게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뉴욕, 책, B' 였다. 뉴욕에 가는 건 중학교때 부터 바라왔던 거고, 책을 쓰는 건 언제부터 바란건지 모르겠다. 어느순간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써서 타임지 표지모델 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던 것. 타임지 표지모델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바를 이루었다. 지금은 다른 꿈들이 더 생기긴 했지만, 책을 내자고 처음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눈물이 났던 게 기억났다. 으악!! 이렇게 됐어!! 하고. 아아, 좋은 시간이었지. 비록 지금 내 책은 잘 안팔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거리가 멀어졌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됐다는 것이 너무 좋고, 또 앞으로도 이럴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좋다. 그러니까 내가 책을 냈던 사람이라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또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한 번 책을 쓰고 나니까, 그 책은 내가 쓰고자 했던 책과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나는 늘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래도 두 권에 걸쳐 책을 내는 과정에서, 앞으로 쓰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구성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점점 더 좋은 책을 써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잘 팔리기까지 하면 좋겠지만..... 



*알라딘


알라딘은 진짜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거기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더 확장되어서이기도 하고, 지금 내 곁에 좋은 사람을 다 알라딘을 통해서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라딘을 통해서 나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기도 했다. 지금 나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알라딘에서 만났어. 대표적으로 미국에 있는 나의 다정한 오빠도 그렇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노가리 모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던 W 님과 N 님에 대해서 나는 진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그 사람들과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관계들은 내가 그간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만났던 친구들과는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그리고 이 쪽은 내가 원해서 스스로 만들어난 관계이기 때문인지, 더 좋고 더 나한테 잘 맞는다. 물론 알라딘을 통해서 만났어도 에너지 빨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썩 좋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계속 내 옆에 있는 좋은 사람들은 다 알라딘을 통해서 만났어. 흑. 알라딘에게 나는 넘나 고마운 것. 물론 알라딘을 한 '내'가 스스로 한 행위이니, 칭찬은 내게 해야 마땅하지만, 어쨌든 내게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B 도 알라딘을 통해 만났지... 알라딘을 선택해 그곳에서 책을 사고 또 글을 썼던 나를 칭찬한다... 사실 아주 여러차례 알라딘을 관둘까를 고민했다. 그건 악플같은 게 달려서가 아니라(그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 구남친들 때문이었다. 내가 거기서 계속 글을 쓴다면, 거길 통해 나와 연애했던, 데이트 했던 남자들은 계속 내 글을 읽고 볼텐데, 그렇게 된다면 아예 잊는게 어려울 것 같아서, 완전히 사라지고 싶었던 적이 더러 있었다. 내가 안보여야 될텐데, 내가 안보여야 잊는게 쉬울텐데, 이건 뻑하면 올 수 있으니 자꾸 들여다보게 될테고 그러면 잊는데 지장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쓰벌..내가 왜 알라딘을 통해 연애는 해가지고 제기랄.... 역시 이렇게 저렇게 영향을 미치는구먼. 그래서 알라딘을 탈퇴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가입하거나 하려고 시도를 해보았으나, 내가 여태 쌓아온 것들이 여기 다 있는데, 구남친들 때문에 사라진다는 게 너무 억울한 거다. 내가 왜 그래야 되나.... 늬들 삶은 늬들이 알아서 잘 살아라, 나는 꿋꿋하게 내 길을 가련다..... 하고 여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는 거다. 어쨌든 이래저래 영향을 미친 곳이야.

글이라고 해야할지 알라딘이라고 해야할지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알라딘에 글을 쓴 인연으로 계속해서 내게 애정을 표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 글을 기다리고,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저 글을 쓸 뿐인데 그게 좋다고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물론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도 커피를 선물하고 책을 선물하고 와인을 선물해준다. 이런 거 너무 신기하지 않나. 알라딘이 내게 그런 걸 가능하게 해줬어. ㅠㅠ



*B 


사주에서도 2007년 하반기에 만난 남자가 내 인생의 기준이 된다고 했는데, 내가 이 얘기는 괜히 여기다 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도 뻑하면 그는 나한테 '나는 니 인생의 기준이 되는 남자니까' 이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잘난척 엄청나게 잘한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이 남자가 내게 특별하긴 하다. 이건 부인할 수가 없는데, 내가 이십대에 연애를 시작하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연애를 반복하고 또 짝사랑도 더러 했었던 그 과정들 속에서, B 는 그런 어떤 '연애상대, 짝사랑의 대상'과는 좀 다른 포지션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반했던 상대, 반했던 남자이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갖게 된 의미는 그 이상이 되어버린 거다. 남들이 들으면 놀랄 정도로, 그와 나는 10년간 관계를 유지하면서(물론 연락이 끊긴 적도 몇 년이나 있었다), 서로를 계속 '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볼 순 없었지만, 그는 내 글을 꾸준히 봐왔는데, 바로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것은 내가 거기 알라딘에 계속 존재함으로써 구남친에게 미친 악영향, 이 아니라 좋은 영향..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나는 그에게서 지워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 글이 오지게 재미나니까 내 글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글을 잘 써서이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나는 연애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내 인생 목표중 하나가, '언제가 되든 그를 꼭 만나겠다' 였다. 그가 호주에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몰랐을 때에도, '언젠가 호주를 가서 뒤져가지고 하루라도 꼭 만나고 오겠다' 같은 게 나의 숙원이었고, 그것은 내 글을 통해서 몇 번이나 드러나곤 했다. 다른 남자들과 연애를 하면서도 머릿속 한구석에서 계속해서 '언젠가 B 를 만나러 갈것이다' 가 내내 있었던 거다. 10년간 우리가 만난 횟수로 치자면 진짜 얼마 안되는데, 심지어 호주 가기 전에는 그와 만난 게 통틀어 네 번밖에 안됐으면서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계속 '그를 만나러 갈것이다'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가 호주에 있는 상태로 나랑 연애를 하게 됐고, 그 연애는 내게 계속 설레임과 긴장을 안겨주었다. 나는 그걸 몹시도 좋아했는데, 좋아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그 마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강하고 진해질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헤어지고 다시 연락하게 되고 만나게 되면서 이제는 거기에 익숙함과 편안함까지 더해졌다. 그를 처음 만나 지금까지 햇수로는 11년이 되어간다. 그러니까 11년간 내가 그랑 연락을 하든, 사귀든, 연락이 끊어지든, 헤어진 상태든, 그가 뭐가 됐든간에, 그는 계속 내 안에 있었다. 이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지금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전남친' 혹은 '구남친'으로 정의하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거기에 더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이 내 삶에 굉장히 큰 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가족을 벗어난 타인을 이렇게까지 애정할 수 있다는 것을, 그로 인해 나는 알게 되었으니까. 타미에 대한 사랑에 대해 새로이 알게됐듯이, 그에 대한 애정 역시 내게는 꽤 색다르고 강렬한 경험이다. 앞으로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설사 우리가 헤어지게 된다고 해도, 이 특별함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포지션이 어떤 식으로 확실해지든 혹은 불확실해지든, 포지션 이상의 어떤 관계와 감정이 그와 나 사이에 있고, 아무리 특별하다해도 모든 관계는 끝나기도 하는 바, 그렇지만 나는 그에게도 이것이 꽤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나에 대한 감정이 나랑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가 나의 손을 놓고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식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나와의 관계 그리고 내게서 받았던 애정에 대한 것은 하나의 획으로 그어질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진짜 미친듯한 애정을 주고 있으니까. 

나는 그에 대해 이런 감정을 품는 지금이 되게 축복받은 삶이라고 여겨진다. 이것은 행운이라 생각된다. 살면서 어떤 사람들은 한 번도 겪지 못할 감정을, 나는 그로 인해 겪었으니까. 그는 나를 만나 충족됨을 느낀다고 했는데, 나 역시 충족됨을 느낀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도 남자 없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더이상 연애가 없어도 딱히 서운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생각한다. 결혼이야 말해 무엇해, 안해도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대로 즐겁게 살 수 있고, 즐겁게 사는 삶에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B 에 대해서라면, 나에게 앞으로 남자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고와는 별개로, 그가 있는 삶이 훨씬 나을 것 같다. 그가 옆에 있다면 내가 딛고 있는 땅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페미니즘


페미니즘을 내 인생 키워드에 넣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과거에 얼마나 빻은 발언을 많이 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그건 너무 아픈 과정이었다. 게다가 남자들을 혐오하게 되어서 세상 사는 게 훨씬 불편해졌고. 툭툭 걸리는 발언들마다 걸고 넘어지려니 일상은 얼마나 지치는지. 관계 단절은 어떻고. 나는 친하게 지내던, 좋아하던 남자들하고도 틀어져버렸다. say good-bye. 안녕, 잘가. 그리고 나는 너같은 놈들을 다시는 만나지 않겠어.

그간 아주 오래, 내가 남자들을 되게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해왔는데,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부터 생각과 시야가 달라졌고, 나는 남자들이 끔찍해졌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해왔었고, 그것들에 대해 가만가만 생각해보면, 그게 다 페미니즘이었다. 알고나서 불편해졌지만,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또 돌아가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생각한것보다 더 극한 페미가 되었고, 또 앞으로도 여러사람 눈살 찌푸리게 할 극한 페미가 될 예정이지만, 계속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 키워드들을 다 정리하면 연결이 안될 수가 없는데, 페미니즘을 멈출 수 없는 이유중에 하나가 앞으로 타미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면서 겪었던 숱한 성희롱과 성차별, 그 더러운 세상에 살게 하기 싫은 거다. 나 하나가 뭘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타미와, 다른 어린 여자아이들이 살아야 할 세상이, 지금처럼 더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떤 경험들은 내게 끔찍한 트라우마가 되어, 아직도 나는 잠들기 전에 주먹으로 가슴을 치곤 하는데, 아직도 나는 가끔 울곤 하는데, 이런 식의 상처를 타미를 비롯한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주고 싶지가 않다. 내가 나이가 마흔이 넘어도 이런데, 쉰이 된다면 달라질까. 나는 일흔이 넘어도 내 과거 때문에 여전히 힘없는 주먹을 들어올려 내 가슴을 칠지도 모른다. 내 가슴을 치면서 자꾸만 나에게 그만 생각해, 잊어, 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 고통스러운 삶을, 다른 여자아이들이 살게하고 싶지가 않다. 내가 모든 상처로부터 타미를 비롯한 다른 여자아이들을 막아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상처받은 일에 맞닥뜨렸을 때,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님을 알고 굳세게 버티어 이겨낼 수 있었으면,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게 페미니즘은 중요하다. 그래서 공부를 멈출 수가 없다. 자꾸 들여다보고 자꾸 생각하고 자꾸 공부하고 자꾸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 이제야 이렇게 시작한걸까, 너무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렇지만 더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내 인생 키워드가 서로 연결된다는 말을 위에서도 했는데, B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내가 어떤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지 알고 있는 그는, 입밖에 내어 그것을 내게 극복하도록 종용하진 않지만, '내가 알고 있어' 라고 말하지 않지만, 내가 이겨낼 수 있도록,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를 돕는다. 섹스에 대해 재미없고 적극적인 자세에 대해 음탕하다는 느낌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내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자꾸 그것을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나 역시 그것을 입밖에 내어 '내 트라우마야 이겨내고 싶어'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가 이끄는 대로 나는 신나게 농담을 한다. 그간의 연애와 또 다정한 관계속에서 내가 나의 트라우마에 대해 말했던 적이 몇 번 있었지만, 나는 다른 남자들로부터는 한 번도 제대로 위로받아본 적도 없고 이해받아본 적도 없다. 오히려 마음을 다쳤지. 그래서 '남자에게는 말하지 말자'고 계속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B 에 대해서라면 달랐다.


게다가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 남자들을 쳐내는 과정에서 그는 살아남았다. (응?)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나와 똑같이 생각할 수도 느낄 수도 없지만, 그는 계속해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도 바꾸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의하기 전에도 꽤 페미닌한 남자였으므로, 누구를 사귀든 좋은 애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더 좋은 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다른 여자한테 주기 싫다는 게 문제지.... 


페미니즘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누가 나를 위로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다 극복되지 않는다. 그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페미니즘은 또 한 발 더 나아가게 해줬다. 나는 예전보다 내 스스로가 단단해졌다고 느끼고, 그리고 가야할 길도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건 굉장한 경험이다. 이 굉장한 경험을 멈출 수가 없어서 나는 계속 공부할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계속 단단해질 것이다. 자부하건대,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나은 인간이 되어있다. 과거의 내가 무척 부끄럽지만,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든다. 내가 페미니즘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했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기존과 달라졌음을 느낀다. 아마 앞으로는 더 달라지기도 하겠지.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내가 아주 마음에 든다.





*여행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주변 사람들이 '너 여행 좋아하는데?'라고 말해도 나는 '아니라니까?' 했었는데, 아아, 나는 이제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힘들다고 말하는 열시간 이상의 비행도 거침없이 선택하고, 그 먼데에 가서 왜그렇게 짧게 있다오냐고 하는 말들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먼 데에 가서 오래 있다 와야 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내가 지금 가고 싶은 곳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싫다. 어떻게든 얼마만큼이든 지금 꼭 다녀오고 싶다. 나는 여행에 따른 모든 것들을 좋아한다. 티켓팅을 하고 호텔을 예약하는 것도, 비행기를 타는 것도, 낯선 곳에 도착해 주변을 걸어보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조식을 먹고 맛있는 걸 사먹고 낮술을 마시는 것도,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다 너무 좋다. 이게 너무너무 좋아져서 이제는, 길을 가다 공항 리무진만 봐도 가슴이 설레이면서, '아아 나는 왜 저기에 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되어버리는거다. 이번 가을에도 영국과 체코를 가지만, 나는 이미 내년 구정에도 하노이를 예약해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 휴가는 아마도 혼자 가게 될 것 같은데, 두근두근하다. 어디로 가지, 하는 마음에. 말레이시아도 한 번 다시 가고 싶고, 포틀랜드와 오클랜드도 가고 싶어. 막 이런 거 생각하면 또 갑자기 살아갈 의욕이 불끈불끈하다... 열심히 회사다니자 ㅠㅠ



*요가


아직은 요가가 내 인생의 키워드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다. 지난 금요일 요가에 가서 또 선생님을 만나 인사를 하고 요가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너무 신나는 거다. 요가를 하고 돌아가는 길이 너무 신나는데, 내가 내년 11월까지 요가를 등록해놨긴 하지만, 그때까지도 여전히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지난 금요일에 했던 동작들을 열심히 따라했는데, 토요일부터 배에 근육통이 있어서 너무 좋다. 행복해... 오늘은 그때만큼의 근육통은 아니지만, 웃을 때 살짝 근육통이 있어서, 너무 좋다. 요가를 계속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근육통을 맞이할 수 있어. 이게 너무 씐난다!! 집에서 항상 자기전에 다운독을 하고 어제는 폼롤러 꺼내서 복근과 허벅지 동작도 혼자 해봤는데, 그냥 이런 모든 과정이 너무 신나고 좋다. 막 행복해... 즐거워 ㅠㅠ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는 내가 요가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단다. 땡땡이도 치고 집에서 쉬기도 하고 그래야되는데, 너무 가려고 한다는 것. 아직까지는 일주일에 세번씩은 꼬박꼬박 가고, 열심히 가면 네 번을 간다. 몸이 놀랄만큼 변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사실 뭐 별로 변한 건 없다. 어제 일자산 다녀오는데 남동생이 내 뒤에 오다가 '엉덩이가 좀 작아진 것 같긴 하다' 라고 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도 나 라인 달라진 것 같다고 해줬고. 아! 뭣보다 금요일에 요가하고 신나서 집에 와서 샤워하고 머리말리면서 거울을 보는데, 내가 너무 예쁜거다. 그래서 막 계속 얘기했어. '아, 나 너무 예뻐, 왜이렇게 예쁘지?'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어째서 나이들수록 예뻐지는가. 생리가 끝나서 그런건지 피부도 예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를 신나게 마쳐서인지 막 표정도 예쁘고 눈도 반짝거리는 것 같고 그냥 막 예쁨. 거울 보는데 내가 막 씐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예쁘다!! 아아, 아직까지는 인생 키워드가 아니라고 했지만, 쓰다보니 나는 요가를 인생 키워드로 정해버린 거 아닌가.........



아 길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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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18. 08:59

'저는 지난 수 년간 정서적, 육체적 애정 관계로 만나온 파트너가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을 약 2년 정도 만나 일 년 가까이 정식으로 연애를 했습니다'


로 시작되는 글을 어젯밤에 읽었다. 어젯밤에 이 글을 읽고, 이 글을 쓴 당사자와 내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간 그 사람이 호감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망을 했다. 그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책과 클래식음악 그리고 페미니즘 이었으므로, 그는 다른 남자들보다 더 젠틀하고 말이 통할거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그와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고 싶다거나, 말을 걸어보고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SNS 상에서 어느정도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서, 이런 사람이라면 내가 만난다 해도 싫지 않을 사람이겠구나, 정도로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아주 많은 여자사람들이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는데, 그는 이렇게, 쉽게 말해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거다.


양다리 걸치는 일이야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있는 일이고, 저 사람에게만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저 첫문장이 아주 오래 내게 남아서 계속 계속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지난 수 년간 정서적 육체적 애정 관계로 만나'온 사이라는 건, 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이게 소위 우리가 말하는 그 '애인'이라는 거 아닌가? 그런데 또 '정식으로 연애를 한' 상대는 따로 있단다. 그렇다면, 연애는 무엇을 나누는 사이인가. 연애야말로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로 만나는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왜 전자는 그저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로 만나온' 사람이 되고, 후자는 '정식으로 연애를 한' 상대가 되는거지? 연애는 뭐지? 저 사람의 입장에서 한 사람을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로 부르고 다른 한 사람을 '정식으로 연애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그 기준은 뭐였을까? 게다가 그 오랜 관계를 유지한 소위 '파트너'를 만나면서 '정식으로 연애'를 한 게, 지금의 여자친구가 처음도 아니라고 하니, 도대체 그 사람에게 파트너는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옆에서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를 맺고 있던 그 사람은, 그간 자신이 그의 애인이라고 생각해오지 않았을까. 설사 아니라면, 그 오랜 시간 그의 옆에 있으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글쓴이가 위의 글을 쓰기까지는 스스로의 반성에 의한 것이었다기 보다, 이 관계를 둘 모두에게 들켰기 때문인듯한데, 그 과정에서 그 중 한 명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그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사람이 둘 모두에게 들켰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고 악행을 반성한다 한거지, 안들켰다면 계속 이랬을 것이다' 하는 거였다. 


오래 관계를 맺었던 사람도, 여자친구라는 사람도 이 일에 얼마나 많이 상처입고 분노하고 속상했을까. 둘 중 어느 입장이라도 충분히 화가나고 속상하고 상처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누가 더하고 덜한 게 아니라, 둘 중 누구여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여..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 라는 것에 대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서 혼란스럽고 마음이 아팠다.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왜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과 정식으로 연애를 한단 말인가. 왜 정식으로 연애를 하면서 다른 누군가와 오랫동안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를 맺는다는 말인가. 정식으로 연애하는 사람과 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 사이에는 다른 무엇이 있길래 그것을 전자와 후자로 나눈단 말인가. 이건 그냥 세상에 넘쳐나는 숱한 양다리 이야기중에 하나일 수 있지만, 나는'정서적 육체적 애정관계'라는 워딩 앞에 쉽게 이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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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13. 10:08

보쓰는 나이 일흔에 여기저기서 외면당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식당에 가면 진상고객이고 친구들에게도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사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좋을 위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그를 멀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 따른 그의 자기반성은 없다. 식당이, 친구들이 이상한거지. 이건 결과적으로는 내게 곶통을 준다... 어디 안나가고 너무 여기있어...


올리브 키터리지는 일흔 두살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는데, 이성친구였으며 다소 설레이기도 한다. 평소 저녁에 일찍 잠드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저녁 약속을 잡는 바람에 그러자고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런 삶을 꿈꿔왔고, 그렇게 될거라 믿어왔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보다 훌쩍 더 나이를 먹어도, 항상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삶. 내가 누군가와 단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는 삶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늘 익숙했던 누군가를 만나고, 또 새로운 누군가를 사귀면서 사교활동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인격이 성숙해지면, 물론 모두 그럴 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에 따라 좋은 사람도 계속해서 옆에 둘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라고 자연스레 생각했던 거다. 그러나... 아니라는 걸 주변에서 이렇게 직접 보고 알게 되니, 새삼 더 잘 늙어가자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혼자서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지만, 그렇다해도 내가 아무도 안만나고 혼자서만 지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마시는 술 말고도,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술이 소중하기도 하니까. 계속해서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지금 몸을 만들어놔야 하고, 계속해서 누군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내 인격도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옆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삶은 좀 비참할 것 같다. 그건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다는 것과는 좀 다른 거니까. 


한편으로는 그렇게 많은 나이에 외면당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간 유지해왔던 관계가 힘에 의한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제는 힘이 사라져간다고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관계 유지를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이것은 지나친 비약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친구관계가 지금처럼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내가 힘을 잃었다는 이유로 사람이 떨어져나가진 않을 터. 관계를 돈으로, 힘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며칠전 친구가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 불편했던 얘기를 하면서 내게 그랬다. '너랑 있을 때 나는 우리가 동등하단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그 친구랑 있을 땐 그렇지 않았었어.'


내가 줄 수 있는 게 '우리가 동등하다'라는 거라면, 나는 앞으로도 그 친구를 계속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아침 B 와 통화하면서, 우리가 그러니까 언제냐.... 몇 년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2년만에 인사동에서 만났을 때 얘기를 하게 됐는데, 2년만에 그를 보는 내 첫마디가 '늙었네요' 였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어떻게 2년만에 만나서는 그런 얘길 하냐고, 무례했다고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일 줄 몰랐는데, 미안했다고 얘기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왜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했다 동생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이라면 내가 그런 말을 안할텐데, 참.... 경우없는 말을 많이도 하고 다녔구먼... 어쨌든. 그러면서 우리 둘이 얘기한 게, 우리 둘 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더 젊고 건강하고 예쁜것 같다는 거였다. 그는 지금의 자기 모습이 최상이라고 했고, 나 역시 지금 내가 더 젊고 건강하고 예쁘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살아가자고 했다. 늙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지치니까, 그러기보다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그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자고. 


계속 공부도 하고, 읽고, 쓰고, 운동도 해야겠다. 변함없이 맛있는 것도 먹고 마시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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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11. 08:42

http://tv.kakao.com/v/377057076



내가 아무리 '나 잘났소!'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매일매일을 그렇게 살 순 없는 것 같다. 아직도 강하게 기억남는 게, 대학 시절 우연히 길에서 친구를 만나고서는 '얘는 이렇게 당당하고 멋진데 나는 왜 쭈그러진 대학에서 이렇게 쭈그러진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런 감정은 나도 모르는 사이 가끔 찾아와서 나를 후려치는데, 이제는 어른인 만큼 그럴 때마다 그것이 못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못난 생각 갖다 버리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해도 그게 막 또 '버려' 이런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서, 여전히 나는 누군가의 인스타를 보고 그 '다 가진 것 같은' 상태에 몹시 동요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아아 이렇게 해놓은 것도 없고' 하고 쪼그라드는데, 어제는 말실수까지 해서 가슴도 너무 아프고, 오늘 아침에 위에 링크한 영상을 보니까 이번엔 또 외로움까지 찾아왔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영상 보니까 왜이렇게 외로운건지 ㅠㅠ 외로움은 보통 나에게 잘 찾아드는 감정이 아닌데 찾아와서 지금 몹시 막 휘청휘청이는 상태가 되었는데, 저 영상 보니까, 내가 저렇게 효리처럼 앉았다가는 남자 허벅지 부서지겠지..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아아, 그런데 왜이렇게 좋지 않은, 나를 다운 시키는 감정들만이 내 안에 가득한가... 하다가, 생리전이라 그런가? 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생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구나, 한다. 


아 다 싫어 진짜 세상 다 싫어. 자연인 되고 싶다. 세상은 똥이고 인생도 똥이야. 인생은 빅엿이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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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9. 10. 19:22

- 고등학교때 수학선생님은 남자였는데, 당시에 남자 문학선생님과 노총각선생으로 둘이 유명했다. 둘 다 대머리였고, 전교조였으며, 교장교감에게 반항하고,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이 둘은 서로 학교에서 제일 친했다는 사실을 언제나 드러내곤 했다. 이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도 인기 많았었는데, 나는 둘 다 딱히 좋아하질 않았더랬다. 수학쌤은 노총각으로 오래 지내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신혼여행후 첫 수업에 우리는 선생님께 첫날밤 얘기를 해달라고 졸라댔고, 선생님은 안 해줄것 처럼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첫날밤에 울더라.."


우리는 어우~ 이러면서 야유를 했는데, 선생님은 거기다대고 '왜우는지 모르겠어 이래저래 복잡했나' 라고 독백인듯 방백인듯 얘기를 했는데, 그때 한 학생이, 


"아프니까."


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교실엔 정적이 찾아왔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학급 분위기가 썰렁해졌고 그 썰렁해짐이 쉽게 사라지질 않았다. 그렇게 말한 아이는 아마도 더 재미있는 극적 효과를 누려서 얘기했을 것이다. 평소에 재미있는 아이라고 인정받는 아이었고, 그렇게 다른 아이들을 많이 웃겼으니까. 그러니 그때도 선생님의 첫날밤과 우리들의 야유에 어떤 깔깔댐을 보태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어떤 '선을 넘은' 발언 같은 것이었고, 아무도 웃지 못했으며, 분위기만 어색해졌다. 


나는 평소에 웃기는 아이었던 이 아이가, 이번에도 웃기고싶다는 욕심으로 그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욕심이 과한 나머지 선을 넘은 발언을 해버렸다. 그 말은 하고나서야 잘못된 말임을 모두가 알게 되었는데, 이미 던져진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을 들어놓고 모두들 안들은 것처럼 할 수 없었다. 


오늘 내가  B 에게 그때 그 학생같은 발언을 했다. 사이좋게 다정하게 깔깔대고 웃으며 얘기하다가 과욕을 부려 말실수를 했고, 이에 그는 상처입었다. 나는 내가 그에게 상처입힌 말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였고 당신 머릿속에서 그 말을 지워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뱉어낸 말을 어떻게 지워낼 것인가. 들어놓고 어떻게 안들은 듯 할것인가. 나 역시 상처 받았던 말들이 있고, 그 말에 대해서라면 상대가 사과했다 해서 바로 지워내거나 하지도 못했는데... 


그를 상처입혀서, 그를 상처입힌 게 나여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에게 상처를 줘도, 나만은 그에게 그러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 남동생의 결혼은 착착 잘 진행되어 오다가, 교회 때문에 잠깐 멈칫하고 있다. 상대쪽에서 교회 다니지 않는 남동생에 대해서 교회다니기를 요구한 것. 남동생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앞으로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 고 진즉에 말해두었는데, 상대쪽에서는 '지금 당장'을 요구한 거다. 이게 상견례 때만 해도 그러지 않았었는데, 상대쪽 친척들이 정말이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크리스천 이었던 거다. 목사가 세 분이신가 한다니.... 그러다보니 그 쪽 집에서 고모님이 자꾸 '지금 당장 믿어야지!'를 강요하신 모양이다. 이에 상대방 어머님이 흔들흔들 하신 것. 아, 나는 이 일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 생각같아선 다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 상견례에서 친척들 중에 목사가 여럿 이라는 말을 듣고는 내가 속으로 '아, 잘못했구나, 이럴 줄은 몰랐네' 라고 생각했다. 나랑 비슷한 성격을 가진 남동생이 이 환경에서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아.. 너무 갑갑한 환경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나 역시 상견례에서 '나는 교회를 안다니고 앞으로도 다닐 생각 없다'고 말하면서 '내 남동생이 다니고 안다니고는 지들도 다 성인이니 누가 뭐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들이 알아서 결정하고 행동할 거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고, 상대의 부모들도 알겠다고 했는데, 아아, 이게 뭐야.


남동생도 계속 고민했고 엄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것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라고 하셨다. '엄마는 교회를 다니고 있고 네가 교회를 다녓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만 나도 여태 너한테 교회 다니라고 강요하지 않고 살았는데, 걔네 부모님이 너한테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니 마음대로 해라' 라고 하셨고, 남동생도 애인을 만나서 자신의 얘길 전하고, 지금 현재는 좀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상태인가보다. 


남동생은, 당연한 얘기지만, 여자친구를 좋아한다. 좋아해서 결혼을 생각한 것이고, 금요일에 나랑 술을 마시면서도, 결혼해서 지금의 여자친구랑 살면 참 좋을것 같다고 한다. 여자친구는 가족들 모두, 친척들 모두가 교회를 다니는 그 환경에서도 남동생에게 '오빠도 교회 나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모든 게 다 좋은데, 그쪽 집의 절실한 신앙이 이렇게 툭, 걸리다니... 이것도 너무 안타깝다. 


그렇지만, 남동생이 이런 일로 고민한다고 하니, 여자친구 아버님께서 '우리 식구 모두 대빵이 편이니 절대 걱정하지 말고, 만약 고모가 대빵이한테 뭐라 하면 내가 혼내주겠다!' 고 하셨단다. 남동생 마음 편해짐 ㅋㅋㅋㅋㅋㅋㅋ



- 지난주였나, 내 나이 또래의 지인 분과 레스토랑에서 감바스와 찹스테이크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셨다. 내가 회사 근처로 모시고 간 거였는데, 아마도 학부모를 만나거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늦게 술을 마시러 갈 일이 없어 그런것이겠지만, 이런 레스토랑도 처음이고 감바스도 처음이라며 너무 흥분하고 좋아하셨다. 그 분이 이렇게나 레스토랑과 술과 안주를 좋아하시는 걸 보니 참 흡족하더라. 그 분은 첫째 아들이 대학생인데, 좀 있으면 둘째까지 성인이 될 것이고, 본격적으로 여유있게 이렇게 좋은 레스토랑에 밤에 다니실 수 있겠구나 싶었다. 


문득, 내가 너무 해놓은 게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 여기까지 온 것은 내 선택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것이 나의 삶이지만, 내가 너무 해놓은 게 없는 건 아닌가, 내가 너무 멈춰있는 건 아닌가 싶은 거다.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고, 그 사람과 만나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들은 앞으로 쭉쭉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혼자서, 그냥 정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러자 몹시 우울해졌다. 이 삶이 저 삶보다 멈춰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 사람은 자기 삶의 모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못났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또 실망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무엇인가,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하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내가 강박을 가진 건 아닌가, 왜 자꾸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 여동생의 베프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여동생은 오늘 문병갔다가 나랑 통화를 했는데, 일단 종양 제거는 잘했고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것도 없다고 했다는데,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는, 제거된 종양을 조직검사 해야 알 수 있다고 했고, 그 결과를 들어야 하는가보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정말이지 얼마나 막막했을까, 얼마나 우울했을까. 너무 안타깝다. 그 친구로 말하자면 내가 그 친구의 결혼식도 갔었고, 아이 돌잔치에도 갔었는데... 수술이 잘 되었다니 다행이고, 빨리 회복해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 생일때 친구들로부터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서 오늘 그걸로 떨어진 화장품을 사러 갔다. 요가할 때 입을 브라탑도 좀 사고, 독일제라는 와인잔도 두 개 샀다. 플라스틱이라니, 마음 놓고 써도 되겠다 싶었다. 일전에 친구로부터 아주 좋은 독일 와인잔을 받았는데 깨먹어서 너무 속이 상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좀 튼튼한 크리스탈로 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가보니, 오! 플라스틱이 있다. 나름 괜찮아! 이따 이거 써봐야겠다. 와인 한 잔 하고 자야지. 아 문제는 그게 아니고, 평소에 화장품을 샀던 에스티로더 매장에 가서 파우더 리필을 달라고 하니, 이 제품은 단종됐다는 거다. 씨부럴 ㅠㅠㅠ 아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 갖고 있는 것도 몇 해전에 쓰던 게 단종됐다고 해서 이걸 산건데, 뭘 또 단종이 돼서 다른 걸 사야된대. 아니 단종될거면 케이스는 똑같은 사이즈로 만들어놓던가. 이번에는 네모난 케이스네, 지난번에는 동그란 케이스였는데, 천상 케이스까지 완제품으로 사야하니 진짜 좆같은 거다. 아, 진짜 안 살 수도 없고 해서 사긴 샀지만, 빡침 --^



- 토요일에 요가 갔다가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셨고, 월요일에도 요가를 갈 계획인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일자산을 갈까말까 엄청 고민했다. 사실 이번 일요일엔 안가겠다, 안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당연히 안가려고 했는데, 막상 일요일이 되니까 가야되는 거 아닐까 싶어진 거다. 그래서 가자, 갔다오는 게 속편하다, 하면서 스스로 '나 운동중독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얘기를 남동생에게 하니, '누나 절대 운동중독 아니다' 라고 하면서 무슨 소리 하는거냐고 빵터지고,  B 도 올해 들은 말중에 가장 웃기다며 나 운동중독 아니라고 했다. 음...나 운동중독 같은데? 여하튼 운동중독인 나는 일자산에 다녀왔다. 맙소사. 지난주에 월,화,수,토 요가를 다녀왔고 일요일 일자산이라니.... 나 운동중독 맞지 않아???



-나의 여행친구  D 가 다른 친구와 휴가를 다녀왔는데, 그 과정에서 제대로 먹지도 즐기지도 못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던 모양이다. 나를 만나 양념족발을 먹고, 감바스에 와인을 먹는데 평소보다 훨씬 더 흥분을 하고 즐거워하는 거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어야 즐겁다며, 아주 즐겁게 먹고 마시는 걸 보니 또 내 마음이 좋았다 ㅠㅠ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거워한다니, 이 얼마나 복되고 행복한 일인가. 이래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도 만들고 또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고 하면서 사는가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진짜 이정도면 되는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거. 그냥 이거면 다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책 좀 읽다가, 와인 한 잔 마시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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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