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7. 22:46

- 아까아까부터 페이퍼랑 일기를 쓰려고 놋북을 열었는데 업뎃 하라고 해서 냅뒀더니 우라질 지금까지 계속 업뎃을 하더라. 이놈이 아주 그냥 업뎃 한 번 하더니 그만둘 줄을 몰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암튼 그래서 괜히 와인만 한 잔 더 따라왔다.

 

- 휴가는 내일까지다. 수요일부터 출근해야하는건데, 헐, 오전에 보쓰가 나 언제 휴가 끝나냐고 완전 화를 낸다는 연락을 받아서 내일부터 출근하겠노라 말했다. 전무님은 미안해하시며 다른 날 하루 쉬라고 미안하지만 내일 나와달라 하시더라. 이런 일을 알면서도 쉬는 건 마음이 불편할 터. 그래 몸이 불편하고말자 싶어 나가겠다 했다. 보쓰는 자기가 불편한 것 때문에 짜증냈다는데, 이놈아, 나는 너때문에 매일 불편한 걸 참고 있다. 그래서 막 연락 받자마자 이놈의 회사를 때려치는 게 답이라고 하다가, 아, 그러면 내가 또 여행가야 할 돈은, 이미 질러놓은 수많은 할부들은..하면서 마음을 추스린다. 그래, 보쓰 휴가 가있는 동안이 마치 휴가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 하루 휴가 반납쯤 감수하자, 그래, 이번 일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회사 휴가에 맞추자, 등등 휴가 반납에 대해 너무 열받지 않으려고 다독이고 있다. 그러다가도 욱- 하고 치밀어 오르며 쌍욕이 튀어나온다. 아빠랑 남동생은 또 내 말을 듣자마자 나 대신 쌍욕해주심 ㅋㅋㅋㅋ 그러다 오늘 ㄷ 님의 포스팅에서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쌍년놈들' 이라고 칭한 걸 보고 한 줄기 위로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쌍년놈들이 있는데, 나는 그나마 쌍놈만 있어. 이 쌍놈아!!

 

 

- 오후에 한의원에 다녀왔다. 진작에 갈까 생각하고 있었긴 한데 이번 해외여행을 계기로 마음을 굳혔다. 방광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앞으로 계속 해외여행을 하고 싶고, 그럴때마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기 보다는 미리 단단해지자 싶었다. 미리 관리하고 단단해져서 불편함 없이 건강하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 한의원에 가서 진맥을 짚고 구두상담을 하면서 내가 어떤 걸 피해야 하는지, 어떤 걸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신기한게, 일단 내 체질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내 스스로 생각한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이, 내 체질에 안맞는 음식이기도 하더라. 뭐가 안맞느냐, 라고 물었을 때 맥주, 밀가루, 우유, 달걀을 얘기했는데,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닥터가 권해준 종이에도 그 네가지가 모두 들어 있었다. 닭이랑 오리가 들어있었던 게, 무엇보다 복숭아가 들어있었던 게 안습이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내 몸에 좋은 음식에 돼지가 들어있어서 그나마 다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돼지 사랑해, 내가 삼겹살을 그렇게나 좋아한 이유가 있었어!!! ㅠㅠ 암튼 그래서 약을 좀 먹기로 했고, 커피를 가급적 끊기로 했다. 커피를 가급적 끊기로 결심한 건, 술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술과 커피를 마시면 안되는데, 둘 다 안마시고 살 수는 없지 않냐, 그러니 나는 커피를 끊고 술을 약간 줄이는 걸로 하겠다, 고 닥터한데 말했다. 닥터는 그래, 나도 너한테 끊으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렇지만 좀 줄이자, 라고 했다. 그래서 약을 지었고, 침을 맞았다.

 

 

- 아랫배에 침을 맞는데 닥터가 나랑 또래가 같아 보이더라. 아, 그래, 내 나이 또래면 이미 직장에서 자기 위치를 확고히 다질 때지 싶더라. 그러면서 새삼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 싶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을 보면 다 오빠였는데 이제는 다 애들....뭐, 시간이란, 세월이란 그런 것이니까.....

 

 

- 한의원에 다녀왔다는 말을, 신장이 약하다는 말을 B 에게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의 어느 한 부분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게 나로서는 좀 꺼려졌다. 나는 건강한 것만을 말하고 싶었다. 건강하고 좋은 것만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그런데 한의원에서 침을 맞기 직전에 연락이 왔고, 나는 좀이따 내가 전화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면서 한의원이라고 덧붙였다. 치료가 끝난 후, 당연히 어디가 아프냐는 물음을 들었고, 나는 이러이러해서 왔노라, 말했다. 또한, 나는 이 얘기를 네게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마침 니가 한의원에 있을 때 전화해서 말하게 됐다, 라고도 말했다. 그러자 B 는, 자신이 어디가 아프다거나 안좋다고 말했을 때 너는 내가 싫어지더냐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런데 왜 너는 내가 그럴거란 생각을 하냐, 네가 어디 한 부분이 좋지 않다고 해서 너의 매력이 반감되거나 하진 않는다, 라고 말했다. 또한, 네가 어디가 안좋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여행 가기 위해서는 좋아져야 겠다고 생각해서 치료를 받는 건 오히려 더 멋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해줘서 좋았다.

문득, B 가 나보다 더 젊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내가 앞으로 아프지 않기 위해서 미리 관리를 하려고 하는 건, 이 영향이 없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체력이 훨씬 약한 남자와 교제를 했을 때, 나는 그가 똑같은 거리를 걷고 힘들어하는 걸 보고는 좀 맥이 빠졌던 경험이 있다. 나는 좀 더 걸어야하는데, 좀 더 걷고 싶은데, 그런데 상대가 나를 따라와주지 못하면 나는 나대로 또 상대는 상대대로 피곤한 일이 아닌가. B는 나보다 젊고, 또 운동을 열심히 하는 터라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흐른다면 내가 그에게 맞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지금 아프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안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관리하고 싶었다. 그가 걷고자 하는데 나는 힘들어서 더이상 못걷겠다고 번번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건강하게 함께 오래오래 지내기 위해서는 건강을 관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튼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약을 지었다. B 가 아니어도 내가 한의원에 갔을까? 에 대한 답은 반반이다. 그런 이유도 있고 꼭 그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내가 어디 먼 데로, 익숙하지 않은 데로 갔을 때 불편하고 싶지 않았다.

 

 

- 리스본에 다녀오는 건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비행시간만 편도로 17시간. 대기시간을 뺀 순수 비행시간이 저렇다. 중간에 두바이에서 한 번 갈아탔는데 진짜 사람이 떡실신 하게 되더라. 밤늦게 출발하는 비행기여서 퇴근후 바로 공항으로 갔다. 집에 들렀다 가면 시간이 빠듯할듯해, 친구도 나도 퇴근후 바로 공항에서 보기로 했는데, 앞으로 스무시간쯤 씻지 못할 걸 생각하니 안되겠더라. 덕분에 친구와 나는 만난지 십 년도 넘었는데 이제서야 서로의 알몸을 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항 사우나에서 샤워를 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인당 2만원으로 초비쌌지만 와아- 일인용 샤워 시스템에 깔끔한 시설이 좋더라.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 사우나를 충분히 누리고 싶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후딱 샤워를 하고, 친구보다 먼저 샤워를 마친 내가 참지 못해 따뜻한 물 속으로 몸을 담갔다. 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좋아. 안되겠다, 싶어 친구에게 가서는 샤워를 마치고 탕 속에 잠깐만 들어오라 했다. 그래서 우리는 탕안에서 알몸을 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아 좋다 좋다 막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비행기다보니 준비해간 책을 읽기는 커녕 진짜 쳐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자에 앉아서 자는 건 불편한 일. 리스본에서 돌아오면서는 어떻게 하면 더 편할까 싶어 친구의 어깨에 잠깐 기대보았다. 그러나 키가 나와 비슷한 친구의 어깨에 기대는 건 예상했던대로 불편해서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옆에 B 가 있었다면, 그의 어깨에 기대는 건 훨씬 편하고 좋았을텐데. 다음엔 그와 비행기를 타서, 잘 때 그의 어깨에 기대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다시 자다가 시간이 흘렀는데....아아아아아. 긴 비행에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서..머리는 기름으로 떡지고 얼굴은 번들번들과 푸석푸석이 공존하는..... 아아,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B 랑 비행을 한다면 긴 비행은 함께하지 말자, 하고. 이런 미친 만신창이를 드러내놓을순 없어. 이건 화장 안한 민낯을 드러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뭔가 몸에서 냄새도 날 것 같아 .............. 아 이건 뭐야. 녹초가 되고 만신창이가 되고 떡실신이 되는 나...............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B 를 어디 먼 데서 만나기로 한다면, 그에게는 반드시 내가 도착한 다음날 도착하라고 말해야겠다고. 이건 진짜 인간이 갖춰야 할 형상이 아니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순간 B 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서, B 가 즐겨마시는 잭콕을 마시기도 했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그랬다는 거다.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다 못마시고 남겼다. 내 스타일은 아니야.....

 

 

 

 

 

- 앞머리를 자르기 위해 오전에 미장원에 들렀다. 앞머리가 생기고나서부터는 수시로 잘라줘야 했는데, 원장님은 그냥 잘라줄테니 자기한테 오라고 했지만, 실상 공짜로 앞머리를 자른다는 게 영 ... 그래서 혼자 자르기 시작했는데 삐뚤빼뚤 머저리 같은 거다. 그래서 미장원에 갔더니 그냥 잘라주긴 하더라. 그래도 너무 자주 자라서 집에서 혼자 자르는 적이 더 많았는데 오늘은 시간도 있겠다, 미장원에 가자 싶어 약간 불편한 마음으로 미장원에 갔다. 원장님은 앞머리를 잘라주셨다. 그냥 나가려고 갈게요, 하는데 카운터 직원이 앞머리 자르신 거 3천원입니다, 하더라. 아무래도 나보다 앞서 자리를 떴던 원장님이 돈 받으라고 지시한 것 같았다. 안받을 줄 알라서 잠깐 놀라긴 했지만, 기꺼이 네, 라고 하며 지불했다. 그리고 이 편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받는다면 나는 앞으로 여기 오기다 더 편해질 것 같다. 내가 내 돈 내고 자르면 되니까. 그러게 진작에 돈을 좀 받지, 왜 그냥 잘라줘가지고... 여튼 앞으로는 돈을 내고 자를 수 있으니 기꺼이 이용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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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