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8. 09:52

​엊그제 방문한 한의원은 아버지가 요즘 다니시는 한의원이다. 내가 원래 가려던 곳이 휴가여서 가지말까 하다가 아무래도 가는 게 좋겠단 생각에 아빠한테 아빠, 어디가 좋아? 물으니 그 한의원을 알려주신건데, 그래서 거길 다녀오겠노라 말하고나니 응 내 딸이라고 해, 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바로 다시 전화가 온다. 아빠 왜? 하니,

거기 가서 아빠가 경비라는 말 하지 마.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흐음. 


일전에 남동생과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너는 아빠가 경비인 게 싫어? 그러자 남동생은 아니? 좋은데? 하더라. 나 역시 마찬가지. 나는 아빠가 경비란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 전혀 싫지 않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도 백 배 낫다고 생각하고, 그 나이때의 성인남자들이 할만한 직업이 또 별로 없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우리 아빠는 경비 일을 하신다는 걸 말하기가 전혀 꺼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빠에겐 그게 몹시도 창피한 일인가 보다. 처음 경비 일을 시작하셨을 때는 외할머니한테도, 이모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제는 다 알고 있지만..

아빠가 그걸 창피해하지 않아도 될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싫다는 데 뭐 어쩌겠는가 싶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아, 독서공감에 아빠 경비인 거 다 말했는데....출판된 책이 다 팔린 건 아니지만 여튼 그게 다 팔린다면 일단 전국에서 3,500명은 우리 아빠가 경비인 걸 아는건데.... 3,500권 중에 한 권은 미국에, 두 권은 호주에, 한 권은 포르투갈에 있다....... 우리 아빠가 경비인 거, 전 세계에 소문났는데.......


아빠 미안....Orz



사진은 신트라에서 친구2와 함께 찍은건데, 이 사진에서의 내가 어쩐지 마음에 든다. 뭔가 애가 밝아보인달까? ㅋㅋㅋㅋㅋ 이거 현상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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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