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6. 10:53

휴가기간에 스페인에 다녀온 직원1은 스페인에서도 클럽에 가 놀았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서 클럽에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1에겐 이게 당연한 거였다. 직원1은 국내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클럽에 가서 노는 사람이었으니. 여기서 클럽 가서 놀면 저기서도 클럽 가서 놀아야겠다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클럽의 ㅋ 자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서점 찾아다닐 생각만 했는데. 아...역시 사람은 자기 관점으로만 생각하고 자기 관점으로만 돌아다닐 수밖에 없구나 생각을 했다.


남동생도 휴가동안 친구와 중국에 다녀왔는데, 면세점에서 뭘 샀냐 물으니 면세점을 안갔단다. 아니, 그럼 비행기 타기까지 뭐했냐? 물으니 '친구랑 둘이 앉아있었어' 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서 빵터짐.


나는 평소에 쇼핑을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그래서 가격비교 이런 거 절대 안하고 제일 처음 간 데서 제일 처음 본 걸로 사는 편이며, 갔던 데만 가는 편인데, 이상하게 면세점을 가면 뭔가를 꼭 사고 싶어지더라. 이건 뭐징? 그래서 이번 여행에 두바이 공항에서 면세점 휘익 지나가면서 아 뭔가 사고싶다는 강한 열망에 휩싸여, 탐폰을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충동구매를 해도 꼭 필요한 걸 사고싶다니깐? ㅋㅋㅋㅋㅋ



그래서 결과적으로 탐폰을 처음 사용해보게 됐는데, 몇 년전에 시도했다가 중간에 탁 걸려 들어가지도 빠지지도 않는 끔찍한 경험을 했던 터라 약간 트라우마가 남은 상황. 나는 인중에는 땀이 안나는 타입인데 그때는 진짜 응급실에 실려갈까봐 인중에 땀이 다 났다. 이걸, 중간에 걸쳐있는 이 탐폰을 대체 어떡하지? 하고. ㅎㄷㄷ 어마어마한 시간이 지나 어쨌든 뺐고 그래서 그 뒤로 탐폰 사용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최근에 생리대가 너무 나를 힘들게 한단 생각에 탐폰으로 갈아탈 생각을 하게 된 것. 그래서 약간 긴장하는 마음으로 사용을 해봤는데, 오, 이번엔 어렵지 않게 들어간다. 뺄 때 좀 많이 긴장이 됐는데(안나오면 어떡하지?!!!), 한 두번 해보고나니 오, 할만 하더라. 게다가 이건 생리대처럼 내가 무언가를 착용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아주 편했다. 일자산 갈 때만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너무 편해서 그냥 계속 사용하게 되더라. 



직원2는 최근에 잘생긴 남자랑 연애를 시작했는데, 약간 아쉬움을 보였다. '배운 사람, 뭔가 배울 게 있는 사람, 똑똑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었는데, 그쪽으로는 아닌 것 같다, 라고. 문자 대화중에 맞춤법 틀린 게 너무 많다는 걸 예로 들며 그런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다. 너가 만약 가장 만나고 싶은 남자로 '똑똑한 남자'를 원했다면, 너는 똑똑한 남자를 사귀게 됐을 거다. 대신 아마 외모라던가 그런 게 네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고. 네가 부자 남자를 일순위로 놨다면 너는 부자 남자를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게 좀 부족했을 것이고. 네가 대화상대를 간절히 원한거라면 너는 물론 그런 남자를 사귈 수 있었겠지만 아마 섹스를 못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어딘가 채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너는 얼굴이 잘생기길 가장 원했고 그걸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했으니, 그점을 채워주고 다른 점이 충족되지 못한 것 같다, 모든 걸 다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라고 말했다. 직원2는 그렇다면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얼굴만큼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대화들을 한 후에 집에 돌아가는 길, B 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연인에게 가장 우선순위로 요구한 게 뭐였을까? 뭘 요구해서 그와 만나게 됐고 또 그에게 부족한 건 뭘까? 그가 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건 뭘까? 하고. 나는 오래전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했었기 때문에 이미 객관적이 될 수 없고, 사실 뭐가 부족한지 잘 모르겠더라. 그렇다면 그는 완벽하게 모든 걸 충족시키는 걸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하고 곰곰 생각해보다가 벼락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그에게 있는 결점. 가장 큰 단점. 그는,



멀리 있다.

그것도 아주 멀리.

멀어도 보통 먼 게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걸 기꺼이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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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