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8. 08:49

- ​어제는 퇴근후에 e 와 샌드위치를 먹으러 갔다. 검색해보니 양재시민의 숲역 근처에 투썸이 있다고 해서 부러 거기로 찾아갔다. 저녁 시간에 가도 한가하다는 리뷰를 본 터라, 그렇다면 남아있는 샌드위치도 많겠거니, 하는 생각에 그랬다. 투썸은 샌드위치와 케익이 정말 맛있는데, 저녁 때 가면 간혹 샌드위치가 다 떨어지곤 하더라. 여튼, 그래서 찾아간 양재 시민의숲역 근처의 투썸은 리뷰에서 본대로 손님이 많지 않았고 샌드위치도 넉넉한듯 했다. 그렇게 e 와 샌드위치와 케익을 시켜두고 먹었다. 

먹는데, 출입문을 열고 한 여자사람이 들어왔고, 내 뒤에 앉아있던 남자사람이 벌떡 일어나서는 오셨어요, 하며 인사를 한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자는 영업사원인 것 같았다. 판매실적이 이번 달에 자기가 3위였다는 말을 했는데, 그래서 대충 보험회사인가 뭐 그런 생각을 했다. 정확한 말을 들은 건 아니라서 그저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그런데 그 남자사람의 외모나 말투가 묘하게도 L 을 닮은 거다. 아, 저 남자사람은 L 을 닮았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왈칵, 하고 L 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아,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그를 참 좋아했는데. 그가 내 친구로 있던 시절, 연애를 두 번 했고, 그 연애의 애인들보다 나는 L 을 더 많이 좋아했는데. 그러니까 '잃고싶지 않다'는 생각은, L 에게 있었는데, 그래서 그와 '친구'인게 좋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대체 뭐하다가 나는 그와 지금 이렇게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되었을까. 


그립네.

라고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어디서 어떻게 걸어야할지를 모르겠더라. 모르는 척, 그냥 우리에게 아무일도 없었던 척, 그렇게 예전에 그랬듯이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싶었다. 자기전에는 문득, 편지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편지를 써서 주절주절, 하고 싶었던 말을 해볼까, 하고. 그러다가 아서라, 이것은 밤의 감성이다, 그러니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도 생각이 변함없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싶었다. 이렇게 그리움이 밀려오다가도, 불쑥, 그와 나누면서 내가 불쾌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니야, 지금이 나아, 하는 생각이 든다. 잘 모르겠다.


그가 아니어도 나에게는 분명 좋은 친구들이 많다. 그래,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나를 순간 욱, 하고 화나게 했던 친구를 굳이 애써 옆에 두려고 할 필욘 없지, 하다가도, 그럼에도 이렇게 어느순간 예기치 못하게 그리워지니, 이걸 어째야하나 싶다.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도 옅어지려나. 나는 내가 그를 좋아해서 많은 것들을 더 그의 본모습보다 잘 보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의 장점들을 과장되게 보고 또 그의 단점들을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것도 이제는 안다. 어쩌면 지금 나의 그에 대한 실망은, 내가 가진 그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서일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에게 미안한 것은 없지만, 그는 나에게 좀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내 입장에서는 한다. 어쩌면 그 역시 나랑 똑같이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때문에 화가 났듯이, L 역시 나 때문에 화가 났을런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그리움과 그가 나를 향해 쏟아냈던, 공손하지만 어딘가 불쾌했던 말들이, 똑같은 크기로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 어제는 쓸데없이 <빅토리아 시크릿>앱을 다운 받았다. 이건 제기랄, 국내 스토어에서는 다운 받아지는 앱이 아니라, 아, 귀찮아, 하면서 미국계정으로 로긴해 다운 받았다. 그리고 들여다보는데 참 예쁘다. 크- 예쁘구나, 하면서 이것저것 들여다보았다. 가격도 내 생각보다 저렴해서, 아아, 좋구나, 했다. 이렇게 예쁜 속옷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게 참 좋단 생각을 한다. 사실 나는 내가 여자로 태어난 걸 싫어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쭉빵 몸매도 아니고, 예쁜 얼굴도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여자인 게 참 좋다. 

이 비염이 다 물러가고나면 다시 운동도 좀 하고 그래야겠다. 뭐, 내가 다이어트를 해도, 가슴 사이즈 때문에 예쁜 속옷을 입는데는 많은 제약이 있지만 ㅠㅠ , 내년 여름쯤에는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예쁜 속옷을 여러벌 사서 입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예뻐...



​- 내일 오후 네시반에 을지로 약속인데, 그렇다면 집에서 최소한 세시반에는 나서야 할 터. 그전까지 일자산과, 이비인후과와, 한의원과, 극장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을까? 이중에 하나만 선택할까? 이거 다 할려면 빡셀텐데...다 하지말까, 그냥?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이야기  (0) 2015.09.01
에너지  (3) 2015.08.30
속옷  (6) 2015.08.27
나는 나대로  (4) 2015.08.26
  (7) 2015.08.24
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