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 09:10

- 어제는 퇴근 후에 남동생과 술을 마셨다, 라고는 하지만 나는 소주 두 잔 마셨다. 저녁 메뉴(안주)는 차돌박이 떡볶이였는데 이렇게 근사한 이름이지만 사실 맛은 별로였다. 양념은 너무 달고 떡은 밀가루여서...최근에 내가 먹은 저녁 메뉴중 가장 질이 낮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뭔가 밀가루밀가루한 저녁을 먹으면 되게 질 떨어진 느낌을 스스로 받아서 찜찜해진다. 차돌박이가 그 안에 있었지만, 차돌박이의 질도 떨어짐...이게 질기더라. 물론 오래 끓이고 익히면 질겨지는 거야 사실이지만, 고기의 질 자체가 낮았달까. 하긴, 13,000원 정도하는 차돌박이 떡볶이에서 내가 무슨 질을 기대하겠는가 싶지만. 여튼 어젯밤에도 으음, 저녁 메뉴는 별로였어, 하는 생각을 했다. 여튼 그리고 집에서 2차로 맥주를 하기로 했는데, 나는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맥주를 사러 가는 길,


누나는 나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냐, 나는 그런 생각 절대 안해.

아냐 해.

안한다니까?

아냐, 누나는 은연중에 나를 완벽하게 보는 것 같아.

나는 은연중에 너를 병신으로 보는데?


이러면서 둘다 빵터져서 웃었다. 떡볶이를 먹으면서는 매드맥스 얘기도 하고, 누나 롯데는 어떻게 된거야? 라는 물음에 아, 나 요즘 신문 안봐서 그거 전혀 몰라, 라고 답하니 남동생이 아 누나한테 들을라 그랬는데 모르면 어떡하냐, 이러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도 얘기하려고 하고. 나는 대체적으로 얘를 만나서 먹고 마실 때,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즐겁고 재미있다. 그렇지만,


얘랑 이상하게 차 안에 있을 때 의견 대립이 많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즐겁게 이얘기 저얘기 하며 출근하다가, 녀석의 어떤 발언에 내가 발끈해서 지랄을 했고, 남동생은 왜이렇게 자신한게 강제적으로 가르치려드냐고 말했다. 아침마다 왜이러냐고, 따로가자고. 다시 분위기가 좋아지기도 했고 서로 어차피 기본적 애정이 있어서 풀고 얘기하고 그러고 내리긴 했지만, 내려서 걷는 동안 생각했다. 이제 얘 차 타고 출근하지 말자, 고. 얘 차 타고 출근하면 확실히 몸은 편하고 아침 출근준비시간도 여유로운데, 차안에서 내가 잔소리를 하게 되고, 남동생은 그걸 기분 나빠한다. 나는 얘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고, 이것이 남동생에게는 당연히 짜증나는 잔소리로 들리는 것. 나는 말하고 싶은 걸 참고 내버려둘 수가 없는데, 아침 출근 길에 운전하면서 이런 투닥거림을 하는 건 남동생에게도 분명 신경질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늘상 사이가 좋고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며 서로의 편이 되어주곤 하지만, 이렇게 차안에서 자꾸 내가 지적질 해대고 얘가 자꾸 그걸 싫어하고가 반복되니, 같이 가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라고 아침에 생각해서 여기까지 쓰다가 남매단톡방으로 잠깐 별 얘기 아닌거 하는데, 아 나는 역시 얘가 좋아,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또 스르르 해지네? 아 모르겠다.




- 어제는 B 와 대화를 하다가 내가 '지금 갈게' 라고 했고 B 는 '기다릴게'라고 했다. 물론 반은 진심을 담아 또 반은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지금 갈게, 라고 말하고 바로 출발해도 다음날에 도착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크-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거다. 달력을 보고 길게 쉬는 날이 언제인가를 봐야만 만날 수 있는 거리라니. 그래서 문득 아, 이 남자가 제주도에만 살았더라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살았다면 주말에 아무때고 갈 수 있을텐데. 제주도에 살면서 말을 키운다면, 가서 함께 말을 타고 놀 수 있을텐데! 드그닥드그닥...(응?) 뭐,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해봤다.



- 어제는 여자사람1과 얘기하면서 여자사람1의 주변친구들 얘기를 들었다. 다들 결혼이란 걸 앞두고 갈등을 한다거나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결혼을 얘기하다가 헤어지기도 하더라. 나 역시도 엄마에게 사귀던 남자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엄마가 이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보여줬을 때 생각보다 더 싫어하더라. 점점 엄마의 표정이 완전....나는 남자친구 앞에서 민망해져, 엄마 표정 안가려진다, 라고 말했고, 엄마도 감출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엄마도 싫어하고 남동생도 반대하고, 사실 그들이 반대하는 게 야속하긴 했지만 왜 반대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터라 '설득해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이내 포기하게 됐다. 그때 내 감정이 그냥 그정도였던 것 같다. 여튼, 내가 데이트 하러 나간다고 해도 가족들이 싫어한다는 걸 아는 이상, 이 연애를 지속한다는 게 되게 부질 없더라. 게다가 그런 상태로 이 남자를 옆에 두는 것도 미안한 일이고. 그래서 헤어졌는데, 헤어지고나서 꼬박 반나절을 울고, 며칠 있다가 내게 큰 해방감이 찾아왔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아, 이 자유로움! 하면서. 어쨌든 결혼이란 게 너 좋고 나 좋으니 하자, 라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경험해서 알고있고, 이렇게 주변 사람들 얘기로도 자꾸 들리게되니, 아, '평범한 연애가 쭉쭉 나가서 평범한 결혼'이 되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를 알겠더라. 그런 차에 어제 여자사람친구1과 대화를 하면서, 이들이 그런 평범한 연애, 그리고 평범한 결혼으로의 진행과정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싶으면서 그 단단함이 부러워졌다. 이러기가 정말 쉽지 않아, 하면서. 




- 어제 남동생은 맥주를 마시고 나는 그 옆에서 물을 홀짝대던 중에 남동생 여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좀 통화를 하다 끊은 남동생은 내게 '누나 알라딘에 글 두 개 썼냐?' 라더라. 그래서 어, 그랬을걸, 왜? 라고 물으니 '여친이 어? 다락방님 글 두 개 올라왔어, 이거 읽어야 되니까 끊어' 라고 했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은 내 블로그 주소도 모르는데 남동생의 여친은 내 블로그 팬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침에 출근해 메일함을 여니 오랜만에 B 로부터 메일이 와있었다. 으응? 하면서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일전에 B는 널 만나고와서 감정적으로 되게 충족된 느낌이란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나 역시 그렇다. 이 메일을 읽으면서, 그리고 그외에도 많은 순간순간 가슴이 꽉 차오를 때가 있다. 지난 금요일에 만난 D 가 '얼굴이 좋아졌다'고 말한 건, 어쩌면 이런 영향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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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