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있다는 걸 알게됐는데, 어느 요일이든 시작시간이 7시이며 혜화역이라 내가 도저히 시간에 맞춰 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한 강좌 당 한 강연만 따로 신청하는 것도 불가하다 하고. 그래도 좀 곰곰 생각해봐야지.
이십대 중반이었나, 그때 한창 어느 남자 미술교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누드를 올려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러면 안된다와 표현의 자유라는 편으로 갈려서 대립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그때 당시에 다니던 회사(지금 이 회사가 아님) 언니가 그 사이트 들어가서 보여줬었는데, 그 누드엔 그 사람의 성기도 그대로 나와있었다. 당시의 나는 이미 남자친구의 성기를 본 적이 있던 터라 남자의 성기를 보는 것이 살면서 '처음'은 아니었다. 성기가 그렇게 생겼다는 것쯤은 물론 알고 있었다. 게다가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거쳐 성기를 꺼내놓고 다니는 소위 바바리맨을 본 적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상으로 갑자기 맞닥뜨린 성인남자의 성기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보자마자 악, 하고는 고개를 돌려버렸었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리고 찜찜했다. 나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작스레 폭행을 당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성인 남자의 성기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그나마 성인인데도 이런데, 혹여라도 미성년자가, 한 번도 남자의 성기를 본 적이 없었던 그 누군가가, 이런식으로 인터넷을 떠돌다가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땐 대체 어떤 기분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그게 꽤 충격적일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이게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이 일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데, 과연 이것은 표현의 자유일까? 하는 궁금증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공간에, 나의 누드를 올린다는 것. 이건.. 표현의 자유일까? 내가 내 공간에 내 벗은 몸 올린다는데, 그걸 가지고 누가 뭐라그래! 라고 반박가능한 것인가? 여기서 나는 판가름이 잘 되질 않는거다. 이건... 괜찮은건가? 오로지 다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표현의 자유'라기 보다는 '폭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란 건 그 특수한 성질 때문에, 누구든 어디든 접속해서 무엇이든 만나게 될 수가 있다. 여기가 '나의' 블로그 이므로 내가 올리고 싶은 걸 마음껏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여기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내가 올리고 싶은 사진을 올린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써서 올린 곳에 나 역시 가서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생각하고 느끼고 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누드라면? 일단 '자신의' 누드이며, '스스로' 올린 것이니 범죄는 아닐것이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공간'에 올린 것이니 역시 죄가 아닌 것일까?
그렇지만, 어릴 적에 그리고 최근까지도 길에서 자신의 성기를 꺼내고 만지는 남자를 봤을 때 나는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 사람이, 거리를 다닐 자유가 있고 자신의 성기를 자신이 만졌다는 데에서, 지 몸이니까 상관없지, 하고는 그냥 무심히 넘길 수 있는 일인가? 나는 여기에 고민없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그렇다면 인터넷의 공간에서는 어떤가? 누구나 올 수 있다는 점은, 거리를 누구나 다닐 수 있다는 것과 같지 않나?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난 남자의 성기는 되게 더러운 기분과 충격을 줬는데, 그렇다면, 그건 폭력이지 않은가? 난 그걸 그냥 '괴짜' 라고 보거나 '자유롭다' 라고 보거나, '똘아이' 라고 보는 것과는 좀 더 다른 무엇인 것 같다. 나는 그게 폭력적이라고 느껴진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그걸 미성년자가 봤을 때를 생각하면 더 끔찍하다.
페미니즘 강연 소식을 접하고 신청할까 어쩔까 고민하면서, 저 일이 생각났다. 강연을 듣고 나면 이 일에 대한 찜찜함이 어떤 명확함으로 다가올까?